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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제개발협력 이슈톡수기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복지 행정체계 전환해 취약계층 지원 투명성·효율성 높인다
김수민 KDI 국제개발협력센터 정책자문3팀 연구원 2025년 01월호
전 세계 살인율 1위, 코카인 밀수의 주요 경로, 인구의 3분의 2가 빈곤층에 속하는 최빈국. 모두 온두라스를 수식하는 표현들이다. 4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24년 11월 사업 착수를 위해 온두라스의 수도 테구시갈파를 찾았다. 약 30시간의 긴 비행 끝에 마주한 온두라스는 예상과 달랐다. 온화한 기후와 예의 바르고 열정적인 사람들이 반겨주는 낯선 나라에서의 일주일이 그렇게 시작됐다.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SP)은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과 정책 노하우를 바탕으로 협력국의 경제·사회 발전을 지원하는 컨설팅 사업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사업은 온두라스 사회개발부(SEDESOL)의 강력한 요청으로 시작됐으며, 정부의 복지 행정체계를 전산화하고 디지털 시스템 도입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한국의 ‘행복e음’, ‘복지로’ 벤치마킹한 
통합복지포털 구축이 목표


2022년 시오마라 카스트로(Xiomara Castro) 정권 출범 이후 온두라스 정부는 디지털 국가로의 전환, 행정 투명성 강화, 취약계층 지원을 주요 국정과제로 설정했다. 카스트로 대통령은 이러한 과제 이행을 위해 정부의 사회보장 및 복지정책과 거버넌스를 개편했고, 그 결과 사회개발부가 신설됐다. 이처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사회개발부는 13개 취약계층 그룹을 위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관리·감독하고 있다. 

사회개발부는 업무 대부분이 수기로 이뤄져 업무 효율 및 투명성이 떨어지고, 복지서비스의 접근성과 시민 체감도가 낮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합복지포털을 구축하고자 했다. 주요 취약계층인 노인, 장애인, 원주민 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포털 구축을 희망했고, 디지털 복지 플랫폼 구축과 관리에 관한 한국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받고자 한국 정부에 자문을 요청했다. 한국 정부가 이에 응해 ‘시민 및 취약계층 관리를 위한 디지털 등록 시스템 도입’을 주제로 한 2024~2025년 온두라스 KSP 사업이 시작됐다. 향후 약 1년 동안 복지서비스 신청과 처리 현황을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정책컨설팅이 진행된다. 준비 단계에서 사업 관련 현황을 파악하고 사회개발부의 자문 수요를 구체화하기 위해 여러 차례 화상회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온두라스 정부는 한국의 ‘행복e음’이나 ‘복지로’와 같은 디지털 사회보장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기존 KSP 사업들은 개별 주제의 전문가를 선정하거나 외부 기관에 자문을 의뢰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수행했다. 그러나 온두라스 사업은 복지서비스의 디지털화 로드맵 제안을 위해 공급자와 수요자, 공공과 민간, 데이터와 정책 등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해 각 분야 전문가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정책평가연구원(PERI)과 함께 ‘연구팀’을 구성했다. 한국에서 연구팀이 준비한 주제별 연구내용을 확정하고 협조 사항을 논의하는 착수보고회를 개최하는 한편, 관련 기관 면담을 통해 현지 사회보장 시스템 및 디지털 인프라 구축 현황, 거버넌스, 제약요인 등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 11월 온두라스를 방문했다. 

첫 일정으로 협력 부처인 사회개발부와 보건부, 노동부를 비롯한 관계기관의 복지서비스 및 전산시스템 담당자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착수보고회가 열렸다. 연구팀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온두라스 복지 행정 혁신, 공무원 역량 강화를 목표로 플랫폼 구축 로드맵과 지속 가능한 평가 프레임워크를 제시하는 연구계획을 발표했다. 또 한국의 ‘행복e음’ 사례를 소개하며 사회보장 시스템 발전 경험과 시스템 도입에 따른 기대효과를 제시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온두라스 정부 부처와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해당 사업이 단순 컨설팅에 그치지 않고 후속 사업으로 연결될 수 있길 바란다며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사회개발부 호세 카를로스(Jose Carlos) 장관과 미르타 구티에레스(Mirtha Gutierrez) 차관은 취약계층의 공공서비스 접근성 향상을 위해 온두라스 정부가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한국 정부의 지원에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보고회 이후 연구팀은 총 17개 기관의 관계자를 면담하며 온두라스 복지시스템 실태를 조사했다. 먼저 사회개발부 산하 노인국, 장애인국, 원주민국을 방문해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서비스의 종류와 지원 현황 등을 파악했다. 이어 국민등록청과 통계청 등 인구 정보를 관리하는 기관과 국영 및 민영 통신사를 만나 데이터 관리 및 디지털 인프라 현황을 확인했다. 또한 미주개발은행(IDB), 유엔개발계획(UNDP) 등 국제기구, NGO와의 면담을 통해 유관 사업과의 연계 가능성을 타진하고, 단기적으로 디지털 인프라가 닿기 어려운 소외지역에 서비스를 제공할 방안도 함께 고민했다.


재해에 취약하고 복지정보 부족한 온두라스,
국민 삶 곳곳에 원활하게 닿는 복지시스템 마련 절실


이번 현지 방문에서 수렴한 의견과 실태조사에서 새로 발견한 사실을 종합해 사회개발부와 연구방향을 점검했다. 그 결과 관리자 친화성, 사회복지서비스의 품질 향상과 접근성 제고, 시스템의 지속 가능한 운용이라는 세 가지 핵심 영역을 중심으로 디지털 시스템 구축을 위한 단계적 로드맵을 제안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출장 마지막 날 허리케인의 영향으로 전국에 비가 내렸다. 적은 강수량에도 재난비상경보가 발동했고 정전과 도로 침수로 일상이 마비됐다. 실제로 이번 허리케인 ‘사라’가 홍수로 이어져 11만 명 이상의 온두라스 국민이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아무 일 없이 지나갔을 상황에도 사망자가 발생하고 수천 명의 수재민이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며 취약계층이 처한 현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고, 온두라스에 디지털 복지시스템 도입이 얼마나 절실한지 다시금 느끼게 됐다.

긴급 상황에서 국가 지원이 원활히 전달되려면 복지 전달체계와 복지제도 접근성이 매우 중요하다. 어떤 복지정책이 있는지, 내가 수혜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온두라스 사회에 디지털 복지시스템이 구축된다면 국민의 삶 곳곳에 원활하게 복지서비스가 닿을 수 있을 것이다. KSP 자문단은 2025년 3분기까지 두 차례의 현지 방문과 한 번의 초청 연수, 그리고 다수의 평가 및 자문 회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정책자문 보고서를 도출할 예정이다. 보고서에 담길 정책제언이 온두라스 정부의 디지털 복지 플랫폼 구축에 기여해 궁극적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에도 복지서비스가 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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