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치적 불안이 원화 가치와 주가를 떨어뜨리고 있다. 어느 정도일까.
우선, 원화 가치의 저평가 정도부터 살펴보자. 원·달러 환율 결정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달러 인덱스와 더불어 일본의 엔이나 중국의 위안 등 상대국의 환율이다. 이 외에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나 경상수지도 환율 변동을 초래하는 요인이다. 이들을 설명변수로 원·달러 환율을 종속변수로 회귀 분석해서 원·달러 환율의 적정 수준을 추정해 볼 수 있다. 분석 대상 기간은 2001년 1월부터 2024년 12월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들로 추정한 적정 수준보다 위에 있거나 아래에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환율은 장기적으로 여기에 근접하면서 변동해 왔다. 2024년 12월 말 이들 변수로 추정한 적정 원·달러 환율은 1,219.9원으로 분석됐다. 실제 환율은 1,472.3원이었다. 원화 가치가 20.7% 저평가된 셈이다.
원화 가치 하락은 우리의 대외 구매력을 낮추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994년에 처음으로 1만 달러를 돌파했고, 2005년 2만 달러, 2014년 3만 달러를 넘어섰다. 거의 10년 사이에 앞자리가 바뀐 셈이다. 그런데 3만 달러 돌파 이후 10년이 지났는데도 1인당 국민소득은 여전히 3만 달러 중반대에 머물고 있다. 우리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 주요한 원인이지만 원화 가치 하락 탓도 크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환율이 제자리로 가면 올해 안이라도 1인당 국민소득은 4만 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
다음으로, 정치적 불안이 주가지수 하락을 통해 우리 부(wealth)를 줄이고 있다. 코스피는 장기적으로 명목 GDP 이상으로 상승했다. 2001~2023년 명목 GDP는 연평균 5.7% 성장했고, 코스피는 6.9% 상승했다. 2024년 명목 GDP가 5.0%(1~3분기 6.5%) 성장한 것으로 추정하면, 지난해 말 코스피는 26% 정도 저평가된 것으로 분석됐다. 2000년 이래 코스피 저평가 정도가 가장 심했다. 코스피는 대표적 통화지표인 광의통화(M2)와 비교해도 18% 정도 저평가됐다. 월별로는 코스피와 상관계수가 가장 높은 경제변수가 일평균 수출금액이다. 2005년 이후 통계로 보면 이들 두 변수 사이에 상관계수가 0.87에 이를 정도로 높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보면 코스피가 일평균 수출금액에 비해서도 13% 저평가된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말 코스피 시가총액은 1,963조 원으로 2023년 말(2,126조 원)보다 7.7% 줄었다. 정치적 불안이 없었다면 코스피 시가총액은 적게는 13% 많게는 26% 늘었을 것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255조 원에서 510조 원 정도다. 그만큼 우리의 부가 줄어든 것이다.
올해 들어서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이 다소 안정되고 있다. 특히 주가가 오르고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주가지수는 15.7% 상승했으나 코스피는 9.6% 하락했고, 특히 코스닥은 21.7%나 떨어져 세계 주요 주가지수 가운데 가장 높은 하락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1월 10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이 전년 말보다 각각 4.8%, 5.9% 상승하면서 세계 주요 주가지수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원화 가치와 코스피 저평가를 인식한 일부 외국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면서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원화 가치와 주가지수가 더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갈 전망이다. 주식 투자자의 한 사람으로 나는 우리 국민, 특히 정치인들이 소속 단체의 이익에서 벗어나 국가의 미래를 위한 대승적 결단을 해주기를 바란다. 그러면 우리 대외 구매력뿐만 아니라 부도 늘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