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희비가 교차하는 달이다. 저마다 새해를 맞아 바짝 마음의 끈을 조이고 세워둔 새해 목표들이 있을 텐데, 여전히 목표들을 잘 지켜내며 뿌듯하게 2월을 맞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어느새 마음이 스타킹 올이 풀려나가듯 걷잡을 수 없이 풀어지는 통에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목표들의 파편을 부여잡고 자괴감에 빠진 채로 2월을 맞는 사람들도 있다.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내 주변을 봐도 그렇고 SNS의 글들을 봐도 그렇고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그렇다. 당신만 그런 게 아니다). 그리고 역시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겐 마음의 매듭을 다시 단단히 묶을 수 있는 기회가 세 번 있다. 1월 1일 양력 새해, 1월과 2월 중에 있는 음력 새해, 24절기 중에서 ‘한 해의 시작’에 해당하는 ‘입춘’이 있다. 2025년인 올해 입춘은 2월 3일이다(그렇다. 아직 늦지 않았다). ‘작심삼일’은 본래 “단단히 먹은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한다”는 뜻이지만, 단단히 마음을 먹는(‘작심’하는) 세 개의 날(‘삼일’)인 양력 설, 음력 설, 입춘을 뜻하는 거라고 좋을 대로 생각하기로 하고, 무너져 내린 목표들의 파편을 다시 그러모아 새 마음 새 뜻으로 마음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을 읽으며 2월을 맞았다(그렇다. 나도 ‘2월 전에 망한 사람들의 모임’의 일원이다).
그중 가장 먼저 생각났고 가장 마음이 오래 머물렀던 책은 25년 넘게 마케터로 일한 경험을 두 권의 책으로 펴낸 작가 장인성이 쓴 『사는 이유』다. 나는 이 책을 2023년에 읽고 열렬한 애정을 담아 추천사를 쓴 적이 있기에 올해 두 번째로 읽는 셈인데, 늘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고 늘 읽고 싶은 책은 턱없이 많은 상황에서 똑같은 책을 재독하는 것은 사실 내기 힘든 마음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선뜻 다시 펴 든 건 이 책의 부제처럼 “내일은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어서”였다. 이 책은 그럴 때 읽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다.
「운동화 하나 샀다가 마라토너 된 이야기」처럼 돈을 주고 무언가를 ‘사는’ 행위가 어떻게 생각의 흐름을 바꾸고 삶의 태도를 바꾸고 더 나아가 나의 정체성까지도 바꾸는지, 그러니까, 어떻게 ‘사는’ 문제로 이어지는지에 관한 아주 흥미롭고 영감 가득하며 강한 동기부여가 되는 이야기가 모여 있는 책이다. “당신이 사는 것이 곧 당신이다”라는 말도 있듯이 무언가를 사는(buy) 행위는 사는(live) 행위와 이어지기 쉽다는 걸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본능적으로 이미 알고 있지만, 이 점과 점을 어떤 선으로 어떻게 이을지, 그 선과 선이 모여 빚어내는 여러 면으로 삶을 어떻게 입체적으로 만들어나갈지에 대해선 그저 막막한 사람들에게 이 책은 아주 구체적이어서 실천 가능하고, 아주 본질적이어서 스스로 깊이 고민하게 만드는 빛나는 통찰들을 우리에게 건넨다.
인간의 의지력은 약한 힘이다. 독자님의 의지력이 유독 약한 게 아니라 원래 인간류의 의지력은 약하다. 싫어도 견뎌내는 의지력 말고 하고 싶은 힘, 즐거워하는 힘, 좋아하는 힘을 써야 한다. (......) 운동해보려는 사람이 의지력을 가지고 꾸준히 해야 할 게 하나 있다면 그건 재미있는 운동을 발견할 때까지 여러 종목에 도전하는 것이다. 재미없는 운동을 견디는 게 아니라. -p.13~14
이렇게 2월의 초입에서 삶을 다시 점검해 본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내가 세운 목표들은 진짜로 내가 원하는 게 맞는가. 아니라면 어떤 목표를 세워야 하는가. 어떤 가치에 돈을 지불할 것인가. 나만의 ‘지쳐 떨어지지 않고 즐겁게 뛸 수 있는 속도’를 나는 알고 있는가. 이 질문들을 다 건너뛰고 그럴듯한 목표만 세웠다가는 ‘3월 전에 망한 사람들의 모임’의 일원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 그 모임에서는 만나지 말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