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도 놀랐을 것이다. 이렇게나 세계적인 반향을 이끌어낼 줄은 전혀 몰랐을 것이다. 그렇다.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함께 발표한 그 곡 ‘APT.’ 이야기다.
로제는 걸그룹 블랙핑크의 멤버로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1997년생. 뉴질랜드에서 태어나 호주 멜버른에서 성장했다. 한국과 뉴질랜드 복수 국적 소유자다. 아버지의 안목이 굉장했던 것으로 보인다. 2012년 YG 엔터테인먼트에서 글로벌 오디션을 개최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아버지가 시드니행 항공권을 바로 끊어줬다는 것이다.
로제가 미국 토크쇼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정작 본인은 그렇게 적극적으로 오디션에 임한 게 아니라고 한다. “멜버른에서 시드니까지 비행기 타고 먼 길 왔으니까 좋은 추억이나 만들자”는 생각 정도였다고. 오디션에서 로제는 제이슨 므라즈의 ‘I Won’t Give Up’을 불렀다. 결국 7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로제는 연습생 생활을 위해 학교를 중퇴하고 데뷔 준비에 들어갔다.
그야말로 탄탄대로였다. 2012년에는 지드래곤의 ‘결국’이라는 곡에 피처링으로 참여해 궁금증을 안기기도 했다. 이 곡의 크레디트를 보면 피처링 가수의 표기가 물음표(?)로 돼 있다. 이후 19살의 나이에 블랙핑크 멤버로 마침내 첫선을 보인 뒤 수많은 히트곡을 통해 빌보드를 포함한 전 세계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뚜두뚜두(DDU-DU DDU-DU)’, ‘Kill This Love’, ‘How You Like That’ 등 히트 싱글이 쉴 틈도 없이 스트리밍·유튜브 세대를 사로잡았다.
블랙핑크는 셀레나 고메즈, 레이디 가가, 두아 리파 등 해외 팝 슈퍼스타와의 꾸준한 협업으로도 주목받았다. 순서대로 ‘Ice Cream’, ‘Sour Candy’, ‘Kiss And Make Up’이다. 이 중 내가 가장 애정하는 곡은 ‘Kiss And Make Up’이다. 뭐랄까. 현대적인 팝 음악의 완벽한 예시로서 손색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2021년 시작된 로제의 솔로 커리어 역시 그룹 못지않았다. 2021년 첫 싱글 ‘R’로 히트를 기록한 뒤 3년 만에 발표한 곡이 바로 ‘APT.’다. 그리고 2024년 12월 6일. 로제는 첫 정규 앨범
추천하고 싶은 음악은 다음 두 곡, ‘number one girl’과 ‘drinks or coffee’다. 전자의 경우 깊이 있는 내면을 드러내면서 ‘APT.’와는 완전히 다른 면모를 들려주고, 후자의 경우 최신 알앤비 팝 장르의 흡수력이 상당하다는 점을 증명한다. 두 곡 모두 보편성이라는 측면에서 흠잡을 구석이 없다. 마치 테일러 스위프트의 음악을 듣는 듯한 ‘toxic till the end’ 역시 완성도가 훌륭하다.
물론 그 어떤 곡도 ‘APT.’의 성공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하긴, ‘APT.’ 같은 히트는 평생 한 번 와도 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음악만 좋아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불가능하다. 뛰어난 재능과 좋은 곡은 기본에 무엇보다 ‘운’이 딱 맞아떨어져야 한다. 괜히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겠나.
아직 1집만 내놓았기 때문에 블랙핑크의 히트곡까지 해서 총 11곡을 골랐다. 이 정도만 알아도 2020년대의 현대 팝이 어떤 만듦새인지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앙코르는 당연히 ‘APT.’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