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는 도전과 기회가 공존하는 대륙이다. 한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의 경제성장이 정체되면서 상대적으로 성장이 더뎠던 아프리카가 이제 잠재력이 두드러진 새로운 기회의 땅이자 미래 경제협력 파트너로 주목받고 있다.
2024~2025년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SP)의 협력국인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국가(2023년 총인구 약 1억2,650만 명)이며, 2022~2023년 기준 연간 경제성장률이 약 7.2%에 달하는 신흥국이다. 성장 가능성이 큰 국가로 평가받지만 부패한 독재 정권의 잔재, 내전, 인근 국가와의 갈등 등으로 정치적·경제적 불안이 지속되고 있으며, 난민을 포함한 인구 급증, 산업화 지연, 낮은 생산성,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안보 위협 등 여러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도전 과제를 해결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해 에티오피아 정부는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주요 산업 중 하나인 농업을 혁신해 생산성과 국민소득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농업 도입을 위한 정책자문을 한국에 요청했다.
인구의 62%가 농업에 종사하는 경제구조지만
기술·인프라 부족으로 생산성 낮고 농가 소득 불안정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3년 에티오피아 인구의 약 62%가 농업에 종사한다. 농업은 에티오피아 GDP의 약 32%를 차지하는 주요 산업이며, 수출 품목과 수출액의 상당 부분도 농업에서 나온다. 하지만 생산성과 농가 소득이 낮다는 한계가 있으며 이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요인에서 기인한다.
먼저 에티오피아는 소규모 전통농 중심의 영농 형태를 띤다. 전체 경작지의 약 95%가 영농 규모 2ha 미만의 소농에 의해 경작되며, 곡물과 과채류, 가축을 함께 기르는 혼합농업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건기와 우기가 존재하는 기후지만 농업용수의 상당 부분을 관개시설이 아닌 빗물에 의존하기 때문에 건기에는 농업 생산량이 크게 떨어진다.
농기계 보급도 미흡하다. 농기계 구매비용은 소규모 농가에 큰 부담이기에 임대서비스를 이용해야 하지만 이마저 체계적이지 않은 실정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특수한 토양 조건 때문에 농기계 개조가 필요한데, 유지·보수를 할 숙련된 인력이 부족하고 부품 조달에 어려움이 있어 임대서비스가 원활하게 운용되지 않고 있다. 주곡의 특성 또한 농가의 농기계 활용을 제한하는 요인 중 하나다. 에티오피아의 주식 인제라(injera)의 원료인 테프(teff)는 다른 곡물에 비해 수확량이 적고 알곡의 크기가 작아 기계 탈곡 시 손실률이 높다. 따라서 탈곡이 여전히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한편 농업생산성과 전문성 향상을 위한 투자도 부족하다. 토지의 생산력 향상을 위해 필요한 화학비료는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만성적인 외화 부족으로 구매 부담이 큰 상황이다. 에티오피아 국내에 유기비료를 생산하는 스타트업이 존재하지만 정부 지원과 보급체계가 미흡해 그 확산이 더딘 편이다. 기후변화로 자연재해가 빈번해지면서 커피 등 주요 작물의 작황이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으며, 저지대의 목축업도 기온 상승으로 가축 건강, 초지 환경, 낙농 생산물 품질 등에서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
농업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밀농업 도입이 필수적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ICT 기반의 데이터 인프라, 관개시설과 전기시설 등이 부족한 실정이다. 농업혁신을 위해서는 우수 종자 도입과 토종 종자 개량으로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고, 이를 기반으로 수출을 확대해 농가 소득을 증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에티오피아 농업부 내에는 스마트농업을 전담하는 조직이 없다. 농업부 산하 연구기관인 농업연구청(EIAR)과 농업전환연구소(ATI)에는 스마트농업에 대한 공통의 정의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 외에도 여러 요소가 맞물리며 관련 정책 추진이 지연되고 있다.
동시에 개별 농가는 농업 발전을 위해 투자할 여력이 없거나 있더라도 그 유인이 낮다. 국가가 토지를 소유하고 농가에는 사용권만 부여하는 비효율적인 토지 소유제도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득이 낮고 불안정한 전통적인 농업 형태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농촌 청년들이 도시로 이탈하는 경우가 빠르게 늘어 청년농 수가 정체되고 있다.
한국 ODA로 농업 발전 도모해 온 에티오피아,
스마트농업으로 생산성 증대와 지속 협력 기대해 볼 만
경제발전 과정에서 농업은 상대적으로 저성장 산업으로 분류되지만 현재 에티오피아에서는 농업이 국가 경제를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다. 게다가 에티오피아는 온난한 기후, 다양한 생태환경, 광활한 토지 등 농업에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낮고 불안정한 기존의 농업생산성과 농가 소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이 필요한 시점에 스마트농업 도입은 혁신을 이끄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2024~2025년 에티오피아 KSP는 농업생산성 향상과 농가 소득 증대를 목표로 스마트농업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효과성 분석을 포함한 타당성 연구를 추진하고, 에티오피아 농업부에 향후 스마트농업 추진을 위한 프로젝트를 제안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11월과 올 2월 두 차례 실태조사를 위해 에티오피아 수도인 아디스아바바를 비롯해 아다마, 멜카사, 홀레타, 하와사, 비쇼프투 등지를 방문했다. 민간, 정부기관, 학계와 연구기관 관계자를 면담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자료를 수집했다. 이후 에티오피아에 적합한 스마트농업 프로젝트 후보군을 도출하고 있으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4~5월에는 에티오피아 농업부 관계자를 한국으로 초청해 국내 관계기관 면담 및 현장 방문을 진행할 예정이며, 현지 실정을 고려한 최적의 사업 모델을 논의하고 정책 방향 및 프로젝트 후보를 간추릴 계획이다.
에티오피아는 그간 농촌진흥청 시범마을, 코이카(KOICA) 낙농가치사슬,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농기계 R&D 센터 등 다양한 ODA 프로그램을 도입해 자국 농업 발전을 도모해 왔다. 이번 KSP가 에티오피아의 스마트농업 도입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지난해 6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재확인한 양국의 협력 의지를 바탕으로 이번 사업이 제안하는 후속 프로젝트가 실제 사업으로 연계되고 양국의 지속적인 협력이 이뤄지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