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의 정의는 무엇일까.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잘 몰라도 잘 알아야 한다는 것. 음악인을 예로 들면 “음악은 몰라도 이름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윤도현이 그렇다. 그가 속한 YB(윤도현밴드)는 ‘국민’이라는 수식을 붙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밴드 중 하나다.
심지어 YB는 히트곡도 많다. 아무리 음악을 멀리했어도 어디선가 ‘나는 나비’를 들어봤을 것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에는 세대를 불문하고 ‘오 필승 코리아’를 목 놓아 외쳤다. 윤도현 개인이 발표한 솔로 히트곡도 만만치 않다. 2005년 발표한 ‘사랑했나봐’는 심지어 그해 최고 인기곡이었다.
2025년은 YB 결성 30주년이 되는 해다. 이렇게 오랜 기간 사랑받으면서 활동해 온 록 밴드는 대한민국 역사에 그렇게 많지 않다. YB의 시작은 윤도현 솔로였다. 밴드를 하고 싶었지만 소속사 사정상 밴드를 꾸리기는 어려워 솔로 데뷔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온 결과물이 1994년의 1집 <가을 우체국 앞에서>다. 이 음반, 지금이야 ‘타잔’이라는 곡이 꽤 알려졌지만 당시엔 속된 말로 망했다. 이후 1995년 멤버를 꾸린 윤도현은 밴드로 세상의 문을 두드렸다.
1997년 2집 <윤도현 and Band>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정말 많이 들었다. ‘긴 여행’은 지금도 내가 꼽는 YB 베스트 곡 중 하나다. 물론 히트작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입소문이 나면서 어느 정도 이름을 알렸다. 이후 3집 <소외>(1998)와 리메이크 앨범 <한국 Rock 다시 부르기>(1999) 등을 공개하면서 윤도현 밴드는 최고 수준의 록 밴드로 널리 인정받았다.
특히 후자의 경우 록 명반을 선정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작품이다.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과 전인권의 ‘돌고 돌고 돌고’,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 빅토르 최의 ‘혈액형’ 등을 탁월하게 재해석한 리메이크 곡들이 실려 있다. 그러나 이 앨범은 상업적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고 결국 윤도현 밴드는 해체 수순을 밟았다.
운명의 반전이 펼쳐진 건 대략 3개월 정도 지나서다. <한국 Rock 다시 부르기>에 실린 ‘너를 보내고’가 인기를 모으면서 그의 목소리를 원하는 방송이 하나둘 늘어났던 것이다. 다시 현장으로 복귀한 윤도현은 새로운 멤버와 함께 활동을 재개했다. 그리고 모두가 다 아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이 개최됐다. YB에게 ‘국민’이라는 타이틀이 붙는 순간이었다. 더불어 히트곡도 나왔다. 앞서 언급한 ‘나는 나비’를 비롯해 ‘흰수염고래’, ‘사랑할거야’, ‘잊을게’, ‘박하사탕’ 등은 지금도 공연장에서 울려 퍼지는 레퍼토리다.
얼마 전 나온 새 앨범 에서 YB는 커리어 최초로 헤비메탈을 시도했다. 듣는 데 어렵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 분명 있을 것이다. 괜찮다. ‘연주를 정교하게 잘하는’ 헤비메탈은 절대 여러분의 귀를 괴롭히지 않는다. 일단 YB의 음악적 능력을 믿고, 귀를 맡겨보길 권한다.
그들이 새 앨범에서 시도한 헤비메탈의 장르는 ‘젠트(Djent)’라고 한다. 걱정 마시라. 몰라도 문제될 것 없다. 다만 이것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젠트는 헤비메탈의 하위 장르 중 ‘최신’이라는 것이다. 즉 YB는 과거의 영광에 갇혀 있길 거부하는 밴드다. 단언할 수 있다. 는 2025년 나온 록·메탈 앨범들 중 현재까지 단연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