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는 세계에서 대미 무역 의존도가 가장 높다. 지난해 캐나다의 대미 수출액은 4,351억 달러로, 캐나다 전체 수출 대상국 중 1위(76.5%)를 차지했다. 에너지, 농산물 등 원자재 중심 산업의 대미 의존도는 특히 절대적이다. 원유(97%)와 천연가스(99%)는 수출 물량 대부분이 미국으로 수출되고, 농산물의 경우 전체 수출액의 60.3%가 미국행이다. 대미 수입 비중도 국가 전체 수입액의 절반(49.2%)에 달한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OECD가 지난 3월 발표한 「2025년 중간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캐나다경제는 0.7% 성장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12월 전망치(2.0%)와 비교하면 1.3%p나 낮은 수치다. 같은 기간 주요국의 성장률 변화를 보면, G20 .0.2%p, 유로존 .0.3%p, 한국 .0.6%p, 중국은 0.1%p다. 미국발 관세 위협으로 대미 의존형 교역 구조를 가진 캐나다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에
원유·가스 공급망 ‘새판 짜기’ 본격화
최근 캐나다에서는 관세 갈등을 계기로 대미 의존도가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교역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방정부는 신시장 개척과 수출 인프라 확충을 위한 예산 지원, 규제 완화, 승인 절차 간소화 등 전방위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여기에 발맞춰 기업들도 대규모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대미 의존도가 높은 원유·가스 산업 분야에서 파이프라인, 수출 터미널 등 수출 인프라 확충을 통한 공급망 전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다. 정부와 기업의 이번 공조는 ‘일시적’ 대응 수준을 넘어 캐나다 에너지 교역 구조의 ‘근본적’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미국 신정부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화석연료의 부활’이다. 미국의 이러한 친화석연료 정책은 캐나다 에너지산업에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제시한다. 미국 정유업계가 정부 지원으로 정제시설 확충에 나설 경우 캐나다 원유 수요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관세다. 미국이 현재 캐나다산 에너지에 10%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데다 향후 국내 셰일 오일·가스 생산량까지 늘리면 장기적으로 미국 내 캐나다산 에너지 수요가 줄고 결국 캐나다로선 대미 수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캐나다 에너지산업이 설 땅을 잃을 것이라는 업계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정부와 기업이 ‘대미 의존형’ 교역 틀을 깨고 공급망 새판 짜기에 전전긍긍하는 이유다.
캐나다 정부와 기업의 에너지 수출시장 다변화 노력은 ‘진행형’이다. 캐나다 앨버타산 원유를 아시아로 수출하기 위한 ‘트랜스마운틴 확장(TMX) 사업’은 2019년 연방정부가 미국의 민간 기업 킨더 모건(Kinder Morgan)으로부터 사업을 인수한 뒤 5년 만에 완료돼 지난해 5월 송유관 가동을 시작했다. 캐나다 에너지 수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TMX 송유관을 통한 캐나다 원유 수출량은 전년 대비 4배 증가한 1,500만 톤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5월 이후 선적된 원유의 절반이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시장으로 수출됐으며, 이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아시아가 주요 수출시장으로 부상하며 캐나다 원유산업이 기존 미국 의존 수출 구조에서 벗어나 시장 다변화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아울러 캐나다 서부 최초 천연가스(LNG) 수출 인프라인 ‘LNG 캐나다 수출 터미널’이 올해 7월 이후 본격 가동될 예정이어서 캐나다 LNG의 아시아시장 진출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시더 LNG 사업 등 민관 협력형 프로젝트로
아시아 겨냥한 대규모 에너지 인프라 구축
특히 미국과의 관세 갈등이 이어지면서 캐나다 에너지 업계의 신규 프로젝트 추진에 탄력이 붙고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 주정부는 지난 2월 캐나다산 원유·가스의 아시아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승인 절차 간소화 및 규제 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정부 지원으로 프로젝트 개발 및 운영 리스크가 낮아지자 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 의지를 밝히며 지금까지 지지부진하던 에너지 프로젝트 추진에 시동이 걸렸다. 캐나다 최초의 부유식 LNG 수출 터미널 구축 사업인 ‘시더(Cedar) LNG 사업’과 BC주 북서부 가스 운송관을 확장하는 ‘T-North 파이프라인 확장 사업’이 착공을 앞두고 있다.
캐나다의 에너지 인프라 회사 TC 에너지는 올해 7월 가동 예정인 LNG 캐나다 수출 터미널에 추가로 가스를 공급할 ‘코스탈 가스링크(Coastal GasLink) 2단계 확장 사업’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의 LNG 수요 증가를 고려해 기존 설비로는 신규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3월 캐나다 14개 주요 에너지 기업 CEO들은 캐나다 연방정부에 공동서한을 보내 국가 에너지자립을 위한 초당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이들은 ‘Build Canada Now’라는 제목의 서한에서 “정부가 ‘에너지 위기’ 상황임을 공식 선언하고 비상 권한을 발동해 신규 파이프라인 및 LNG 수출 터미널 건설 승인 절차를 신속히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동시에 업계는 정부의 조속한 대응을 전제로 대규모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밝혔다.
캐나다 정부와 기업이 진행 중인 탈미국 교역 및 교역 다변화, 에너지 수출 인프라 확장은 단기적 대응을 넘어 국가 교역 구조 전반을 재편하는 흐름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미국 의존형 교역 구조의 한계를 자각한 캐나다 정부는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 완화를 위해 아시아시장 중심의 수출 다변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국가 차원의 공급망 재편 전략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특히 TMX 송유관 가동과 LNG 캐나다 수출 터미널의 본격 운영은 이러한 아시아시장 진출 전략의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사례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캐나다 정부와 기업은 시더 LNG 사업 등 아시아시장을 겨냥한 대규모 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가 ‘지원’에 나서고 기업이 ‘투자’로 응답하는 민관 협력형 사업 추진이 본격화되면서 인프라 개발, 물류 확충, 공급망 전환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한국 기업의 진출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시장규제 완화와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미국과 캐나다의 무역 갈등 여파로 미국 기업의 캐나다 현지 공공사업 참여가 제한된 지금이 우리 기업에는 현지 민관 파트너십을 통한 시장 진입의 적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