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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K인사이트지역 소멸 위기의 대안, 압축도시
송인호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소장 2025년 06월호
압축도시는 기존 도심 내에 주거, 산업, 교통, 복지 등 자원을 전략적으로 집중해 도시 기능의 밀도를 높이고,
고용 창출이라는 유인으로 인구 유입을 유도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지역의 지속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접근이다.



우리나라는 지방 인구의 빠른 감소와 함께 지역 소멸이라는 심각한 위기에 놓였다. 전국 시군구의 약 46%가 인구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일부 분석에서는 오는 2040년이면 지자체의 30%가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소규모 지자체는 인구에 비해 과도한 행정비용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1인당 재정 지출이 대도시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또한 정보통신 분야 인력의 수도권 편중 현상이 심해지면서 이른바 ‘IT 남방 한계선’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일부 지역은 인재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 소멸 위기는 수도권 외 지역의 빠른 고령화와 함께 청년층 유출과 산업 기반 약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인구감소가 저출산·고령화라는 구조적 문제와 맞물려 일자리 부족, 경제력 저하 등 다양한 요소와 연결되는 것이다. 

모든 지역 균등하게 살리려는 기존 정책,
정책 자원 분산으로 효과성 떨어져


그간 정부는 다양한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기존 정책들은 ‘모든 지역을 균등하게 살리려다 보니 정책 자원이 분산돼 효과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수도권과의 발전 불균형을 해소하려다 자칫 전체 지역이 공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효율성·집중을 강조하는 경제적 접근과, 형평성·분산을 중시하는 사회적 관점이 정책에 혼재하면서 서로 충돌하는 바람에 실제로 어느 하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지방정부의 자율성이나 재정 독립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앙정부 주도로 사업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면서 지역이 자체적으로 성장 전략을 세우고 자원을 활용할 기회가 제한되고 있다. 중앙부처 간의 업무 중복, 지방정부 간 정책 목표의 불일치 등은 통합적이고 일관된 정책 조율 체계가 부재함을 보여준다. 

오늘날과 같은 인구 자연감소 시대에는 국토의 효율적 공간 관리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국 정치적 계산이 개입된 지역 지원 정책보다는 정책적 타당성과 경제적 실현 가능성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균형발전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일본과 유럽 일부 국가가 채택하고 있고 OECD가 제시한 ‘압축도시(compact city)’ 개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1년 국토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감소 상황에서도 압축도시 모델을 통해 자립 기반을 갖춘 지역으로 재편할 수 있다. 이는 도시 외연을 확장하기보다 기존 도시 내부에 주거, 산업, 교통, 복지 등 주요 기능을 집약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기존의 도시 구조를 압축적으로 재편함으로써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하고 일자리 중심의 인구 유입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른바 압축도시 개념은 기존 도심 내에 자원을 전략적으로 집중해 도시 기능의 밀도를 높이고, 고용 창출이라는 유인을 통해 인구 유입을 유도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지역의 지속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접근이다.

압축도시를 추진할 때 중요한 전제는 행정 경계가 아닌 실질적인 생활권을 중심으로 도시 인프라와 교통 체계를 재정비하는 것이다. 신도시를 새로 조성하는 대신 기존 도시의 집중도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며, 특히 교통의 중심지가 되는 지역을 축으로 기반 시설을 재배치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국가 전체의 균형 잡힌 성장을 위해서는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는 제2, 제3의 중심 도시를 비수도권에 만들어 인구와 산업이 집중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제2의 도시로 여겨지던 부산마저도 인구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실제로 부산 인구는 2020년 9월 이후 340만 명선이 무너졌고, 이후 5년간 3.4% 감소해 2023년에는 약 328만 명 수준에 그쳤다. 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더 나은 교육과 고용 환경을 찾아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은 부산을 ‘소멸 위험 단계’에 들어선 도시로 평가했다. 기존 대도시마저 집중 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부산과 같은 대도시를 압축도시 형태로 재구성해 경쟁력을 회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기존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재배치하고 도심의 기능을 강화해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는 집중된 거점 도시로 육성하는 방안이다. 부산뿐 아니라 대전도 압축도시로서의 가능성을 지닌 도시다. 카이스트와 같은 연구 중심 대학이 지역에 위치해 우수한 교육과 연구 환경이 이미 형성돼 있고, 인근 세종시와의 행정적 연계성 또한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에서도 유사한 전략을 찾아볼 수 있다. 뉴욕, 로스앤젤레스, 보스턴,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DC 등은 각기 다른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고밀도 도시로 기능하고 있다. 이들 사례는 한국에서도 서울 외 지역에 압축형 도시를 성공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존 혁신도시 정책이 갖는 구조적 문제 또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예컨대 세종시는 주변 지역에서 인구를 일부 흡수하는 효과를 보이지만, 실거주보다는 일시적인 체류에 그치는 경우도 있어 성공적인 혁신도시의 정책 사례가 될 수 있는지는 지켜봐야 한다.

여러 다른 혁신도시의 경우에는 대체로 인구 규모가 작고 기반시설 역시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정주 여건이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초기 혁신도시 설계 단계에서 지방의 대도시 중심부를 활용해 혁신도시를 계획했거나, 수많은 혁신도시를 전국에 분산시키는 대신 제2, 제3의 서울처럼 선택적으로 인프라를 집중했더라면 지금쯤은 보다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현실은 이와 반대로, 대부분의 혁신도시가 대도시 외곽에 조성되면서 대중교통 접근성이나 기반시설 확보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적 타당성과 실행 가능성 따지고
일자리 창출도 병행하는 전략 필요


‘모든 도시를 살린다’는 지역균형발전은 그 취지에는 공감할 수 있으나, 현실에서는 막대한 예산을 비효율적으로 소모하면서도 실질적 효과는 미미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제는 과거의 분산 중심 정책에서 탈피해 선택과 집중을 바탕으로 공간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OECD의 압축도시 개념은 이러한 전환의 한 축으로, 유망한 거점 지역에 인프라와 기능을 집중 배치해 도시 효율성을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인구 유입과 경제 활성화를 유도하려는 시도다. 앞으로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정책 수립과 실행에서는 정치적 고려보다 경제적 타당성과 실행 가능성을 우선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균형발전 전략이 일자리 창출과 병행돼야 실질적인 인구 유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중앙과 지방 간 정책 혼선을 최소화하고 양자 간의 협력 체계를 제도적으로 정비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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