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첼라’라는 음악 페스티벌이 있다. 정식 명칭은 좀 길다. 코첼라 밸리 뮤직 & 아츠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코첼라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코첼라 밸리에서 열리는데, 북미를 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음악 페스티벌 중 하나로 인정받는다. 따라서 오직 최고의 스타만이 코첼라 페스티벌의 메인 시간대를 장식할 수 있다.
제니가 바로 그랬다. 세상에. 지난 4월 코첼라에서 그녀가 이렇게나 압도적인 무대를 보여주리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물론 어느 정도의 신뢰는 있었다. 이미 블랙핑크 멤버로 2019년 코첼라에서 역량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어느덧 K팝 가수가 영미권 최고의 스타를 능가하는 환호를 먹고 사는 시대가 됐다. 이번 제니의 무대가 이를 증명했다.
그런데 이번 코첼라의 정점은 단 한 가수로 귀결된다. 거의 이견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다. 주인공은 바로 레이디 가가. 그녀의 무대는 속된 말로 관객을 들었다 놨다 했다. 화려하면서도 정신 사납지 않고 중심이 딱 잡혀 있는 연출, 압도적인 무대 퍼포먼스와 가창력 등 코첼라의 역사에 길이 남을 순간을 창조했다. 유튜브에 있으니 꼭 한번 감상해 보길 권한다.
레이디 가가는 놀랍게도 가톨릭을 믿는 매우 보수적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4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고 10대 시절부터 작사·작곡을 하면서 예술가의 꿈을 키웠는데 왕따로 인해 힘든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실제로 대학 시절 레이디 가가를 조롱하는 페이스북이 존재했다고 한다.
성공으로 향하는 길은 멀고 험했다. 레코드사와 계약했지만 지지부진한 과정 끝에 계약 해지를 당했고, 레이디 가가는 심각한 생활고에 직면했다. 그러던 와중에 유명 프로듀서를 만나면서 변화가 찾아왔다. 이 프로듀서는 그녀의 목소리가 프레디 머큐리와 비슷하다는 판단에 퀸의 1984년 히트곡인 ‘Radio Ga Ga’를 변형해 레이디 가가라는 이름도 만들어줬다. 여러모로 인생의 은인이 나타난 셈이다.
이후부터는 탄탄대로였다. 전위적이면서도 매력적으로 과장된 이미지와 음악이 주목받으면서 히트곡이 다발로 쏟아졌다. ‘Just Dance’, ‘Born This Way’, ‘Bad Romance’, ‘Marry The Night’, ‘Poker Face’ 등이 많은 사랑을 받았고, 거리에는 레이디 가가의 독특한 패션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기존 관습에 도발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면에서 ‘우리 시대의 마돈나’라는 수식이 붙기도 했다.
최근 레이디 가가는 초기 시절에 비하면 상당히 ‘정상적인’ 느낌의 음악으로 주목받았다. 영화 <스타 이즈 본>(2018), 브루노 마스와 함께 발표한 ‘Die With a Smile’(2024)이 바로 그것이다. 전자를 통해 레이디 가가는 연기뿐 아니라 사운드트랙 전체를 소화하면서 아카데미 주제가상도 거머쥐었다. 후자를 통해서는 자신의 커리어 사상 가장 오랫동안 차트에 머무는 기록을 일궈냈다. 베스트셀러를 넘어 스테디셀러까지 발표한 것이다. 최근에는 신곡 ‘Abracadabra’를 타이틀곡으로 하는 신규 앨범 을 발표하면서 다시 정상으로 치솟았다.
코첼라를 보며 확신할 수 있었다. 여기, 우리 시대의 예술가가 있다. 따라서 셋리스트만 쭉 들어도 현대 팝의 주요한 흐름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앙코르는 수많은 음악 팬에게 감동을 선사한 <스타 이즈 본>의 수록곡 ‘I’ll Never Love Again’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