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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제개발협력 이슈톡튀르키예, 가공무역 중심 산업구조 벗어나려 중기 기술력 향상하고 국내 가치사슬 강화
윤근영 KDI 국제개발협력센터 정책자문2팀 전문연구원 2025년 07월호
오스만 제국의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튀르키예는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지정학적 요충지이자 중앙아시아로 이어지는 교역 허브로서 오랜 기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한국전쟁 참전을 계기로 우리에겐 ‘형제 국가’로 더욱 잘 알려진 튀르키예는 수입대체산업 확대를 위해 중소기업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2024~2025년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SP)’을 우리나라와 진행하고 있다.

수입대체산업화란 수입을 줄여 국제 무역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생산 역량을 강화해 경제적 자립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1950~1970년대 개도국들이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선택했던 이 정책이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확대되면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최근의 수입대체산업화 전략은 경제 회복과 공급망 안정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이는 튀르키예 경제개발계획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글로벌 불확실성 증가로 수입대체 전략 다시 각광···
튀르키예도 중간재 국산화율 높이는 성장 전략 추진


그렇다면 튀르키예에서 수입대체 전략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튀르키예는 EU라는 거대한 수출시장과 내수시장, 지리적 이점 등을 바탕으로 자동차산업과 같은 제조업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중간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조립·수출하는 구조여서 자체적인 생산 역량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튀르키예는 ‘제12차 경제개발계획(2024~2028년)’에서 ‘안정적이고 강력하며 풍요로운 튀르키예’를 비전으로 설정하고 산업 경쟁력 확보와 녹색·디지털 전환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가공무역 중심의 산업구조 탈피를 목표로, 중소기업 기술력 향상 및 중간재 국산화율 제고를 통한 국내 가치사슬 강화와 수입대체를 제조업 경쟁력 확보의 핵심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자동차산업 등 주요 제조업을 집중 육성 산업으로 선정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튀르키예에서 중소기업은 2022년 기준 전체 기업의 99.7%, 고용의 70.6%를 담당하는 핵심 경제주체다. 자동차, 기계, 전자, 섬유 등 다양한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적절한 지원 정책 마련이 긴요한 시점이다. 이런 배경에서 이번 KSP 사업을 신청한 튀르키예 중소기업청(KOSGEB)과 함께 중소기업 정책, 연구개발(R&D), 기술이전·사업화 등 현황 분석 및 지원 방안, 대·중소기업 협업 플랫폼 운영을 위한 정책 개선 방안 등을 세부 사항으로 구성했다. 특히 대·중소기업 협업 플랫폼의 경우 튀르키예 중소기업청이 지난해부터 대·중소기업 간 협업을 활성화해 중소기업 기술력과 생산성을 향상하고 시장 확대를 지원하는 온라인 플랫폼 운영을 준비하고 있어 실질적 정책제언과 대안을 필요로 했다.

한편 튀르키예와 한국 모두 중소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산업구조, 주력 산업, 생산성 등에서는 차이가 있어 분석 대상 사업을 특정해 장애요인을 면밀히 진단하고 한국과의 차이점을 체계적으로 식별하는 과정이 필수적이었다. 한국 연구진은 튀르키예 자동차산업과 중소기업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이스탄불, 이즈미트, 부르사 지역을 방문했다. 이들 지역에는 현대차 튀르키예 법인을 비롯한 주요 글로벌 기업 및 그 협력업체가 모여 있어 산업 현황과 도전과제를 파악하기에 적합했다.

세부 실태조사를 통해 다수의 중소기업이 정부 및 EU의 R&D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지만 기술 내재화나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음을 확인했다. 튀르키예 기업들은 EU를 최대 수출시장으로 삼고 있음에도 기술력이나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유럽 기업들에 비해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었다. 



기술 내재화 및 정보 접근성 부족의 구조적 한계
한국 사례 적극 참고해 극복하겠다는 의지 드러내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또 다른 제약요인은 낮은 정보 접근성이었다. 튀르키예에는 한국의 전자공시시스템과 같은 공식 플랫폼이 없어 기업의 재무 자료, 고용 규모, 생산 설비 수준 등 기초 정보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공급망 관점에서 기업 간 협업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에서 진행된 중간보고회에서는 지금까지의 분석 결과와 잠정적인 정책제언을 공유했고, 튀르키예 측의 피드백을 반영해 보다 정교한 정책제언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졌다. 정책 실무자 연수에서는 ‘기업 동학과 산업정책: 데이터 기반 실행 전략’을 주제로 한 전문가 초청 강의와 국내 중소기업 지원 관련 주요 기관 방문 및 면담을 병행했다. 튀르키예 관계자들은 한국신용정보원, 한국생산성본부,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 중소기업중앙회, 기술보증기금, 한국산업지능화협회 등을 방문해 각 기관의 운영 방식과 중소기업 지원 시스템을 살펴봤다. 정책금융과 기술금융, 스마트공장 지원, 뿌리산업 육성 정책, 무역조정 지원제도 등은 튀르키예에도 적용 가능한 구체적인 정책 사례로 평가됐다. 튀르키예 관계자들은 특히 금융 접근성과 기술 기반 보증 시스템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향후 정책 설계와 제도화 과정에서 한국 사례를 적극 참고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이번 KSP 사업은 어지러운 튀르키예 내부 정세와 연이은 자연재해로 지속적 협력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튀르키예 측의 적극적인 의지 표명으로 약 10년 만에 재개됐다. 정책 사례의 일방적 전달을 넘어 현지 산업 환경과 정책 수요에 기반한 실질적 대안을 함께 모색하는 데 중점을 뒀다. 지금까지 중소기업의 생산 역량 강화, 공급망 연계성 확대, 정책금융 시스템 개선, 기업 정보 인프라 구축 등 복합 과제들을 도출했고, 한국의 관련 정책 경험을 토대로 튀르키예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개선 방안을 논의해 왔다. 향후 개최될 최종보고회와 고위정책대화는 사업 결과를 튀르키예 정책결정자와 공유하고 실질적 정책 이행 및 후속 협력 가능성을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본 사업이 일회성 자문을 넘어 튀르키예 중소기업 지원 정책의 실행력을 높이는 마중물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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