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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평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전기요금 정상화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2025년 09월호
지난 6월 출범한 국정기획위원회가 8월 13일 드디어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제시했다. 123개 국정과제와 12대 중점 전략과제를 제시했는데,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및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경제성장과 탄소중립 달성이 12대 중점 전략과제 중 하나로 선정됐다. 이재명 정부 성장전략의 핵심은 AI 기술과 에너지 대전환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에너지 대전환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시급한 선제조건은 ‘전기요금 정상화’다. 전기요금 정상화란 ‘전기요금 결정에 원가를 반영하는 정책’이다. 더불어 원가를 반영하지 않는 낮은 전기요금 부과로 급증한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부채를 하루빨리 해소해 달라는 요구다. 너무도 당연한 정책과 요구임에도 역대 정부가 계속 방치해 왔고, 그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하다. 2020년 말 132조 원이었던 한전의 총부채는 올 3월 말 기준 207조 원으로 급증한 상태다.

이러한 비정상적 전기요금정책으로는 에너지 대전환을 이루기 어렵다. 에너지 대전환은 막대한 투자가 들어가는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다. 인프라가 건설되면 새로운 비즈니스들이 생겨나고 경제성장이 탄력을 받게 되겠지만, 문제는 인프라 구축 비용과 그 인프라를 이용해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비용을 누군가는 내야 한다는 것이다. 녹색금융을 일으켜 비용을 조달하더라도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한다. 결국 중요한 건 전기요금을 제대로 받는 것이다. 

전력정책을 관장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전기요금 결정 방식을 보면 원가를 보장하도록 규정한다. 즉 ‘전기공급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적정원가)에 필수설비 유지 등에 필요한 이자 및 자기자본보수(적정투자보수)를 가산한 값’으로 전기요금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비상시에는 이러한 원칙을 유보할 수 있지만 이에 따라 발생한 적자는 사후에 회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을 지킨다면 한전의 적자가 급증할 일은 없다.

그런데 이 원칙은 그간 물가안정 정책에 의해 후순위로 밀려왔다.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은 산업자원통상부 장관이 전기요금과 같은 공공요금을 정하거나 변경하려는 경우 미리 기획재정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이 우선시됨에 따라 연료비가 올라도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돼 왔고 이제는 국민이 전기요금은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이 정상이라고 인식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다.

물론 물가안정을 위해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일은 예외적으로 있어야 할 것이며 그로 인한 한전의 적자는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전기요금을 규제하지 않은 유럽 국가들은 몇 해 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을 때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국민의 어려움을 해소해 줬다. 우리나라는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그로 인해 발생한 한전의 적자가 해소되지 않아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저렴하고 안정적이며 모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전기 공급’은 그동안 정부의 에너지정책이 추구해 온 공공성의 핵심 목표다. 이 중 저렴한 전기 공급이라는 목표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이것이 ‘무조건’ 저렴한 전기 공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원가 반영과 환경비용 고려는 기본이다. 따라서 원가가 오르는 경우 전기요금 인상을 막을 것이 아니라 전기요금을 인상하면서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를 확대해야 할 일이다. 원가도 반영하지 못하는 전기요금정책으로 에너지 대전환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새 정부는 전기요금 정상화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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