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주권 정부가 임기 초반부터 노동정책에서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새 정부는 출범 이후 지난 석 달여 동안 대통령의 중대산업재해 빈발 사업체 현장점검,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의 고용노동부 장관 임명, ‘노란봉투법’의 법제화, ‘임금체불 근절 대책’ 공표 등 윤석열 정부의 친기업 국정기조와 분명히 대비되는 친노동 정책을 힘 있게 추진해 오고 있다. 8월 중순에 발표한 새 정부 국정과제에서는 임기 5년 동안 ‘일하는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안전한 나라’, ‘차별과 배제 없는 일터’, ‘노동존중 실현과 노동기본권 보장’, ‘일·가정·삶이 공존하는 행복한 일터’, ‘통합과 성장의 혁신적 일자리 정책’ 그리고 ‘인구 변동, 디지털 변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노동대전환’의 6대 분야 28개 정책과제를 실행해 나갈 것을 밝혀 친노동 개혁의지를 장착한 노동존중 시즌 2가 개막됐음을 알려주고 있다.
출범 초반부터 강도 높게 추진되고 있는 정부의 노동개혁에 대해 재계와 야당, 보수언론 및 경제신문을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다. 특히 ‘노란 봉투법’의 입법을 두고 국내외 재계단체들이 경영위축과 자본철수가 우려된다며 거센 반발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기도 했다. 새 정부의 노동정책이 아무래도 노동권익 보호에 역점을 둔 친노동 개혁을 표방하다 보니 이러한 우려와 반발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 빈발하는 중대산업재해 사고와 임금체불 사건들, 노동관계법 보호의 사각지대 문제, 날로 늘어나는 임금격차 및 근로복지(기업규모별, 고용형태별, 성별)에서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적대적 노사관계와낮은 노동생산성 등 경제선진국이라 하기에는 무척 부끄러운 후진적 노동현실이 엄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 정부의 노동개혁이 보여주는 진정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일하는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온전히 보호하고, 임금체불 및 불법적 노무관리를 막아주며, 갈수록 확산되는 균열일터에서 일하는 하청·플랫폼·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 불안정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이기 때문이다. 노동의 배제와 희생에 기반한 성장방식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지속발전을 이뤄낼 수 없다. 일하는 사람들의 생명·안전과 권리를 보장해 노동존중 사회로 전환해 나가는 것은 포용적 경제성장과 민주적 사회통합을 구현하는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
노동개혁은 보통 노사 간의 이해다툼과 여야 정당간의 정책경합 그리고 보수·진보 진영 간의 담론 각축을 동반해 치열한 3중 갈등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그 추진과정이 결코 녹록지 않다. 실제 문재인 정부에서노동존중사회 실현이라는 국정과제가 좌절한 것을 비롯해 지난 보수 정부들에서 추진된 노동시장 개혁도갈등적 노동정치에 가로막혀 흐지부지되곤 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 있다. 그런 만큼 노동개혁을 둘러싼 치열한 각축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주요 이해당사자들과의 사회적 대화를 효과적으로 이끌어가는 정책추진 역량을 발휘하는 것이 필수다. 아울러 현존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심각한 문제 상황을 감안할 때, 노동약자들의권익보호에 주력하려는 이재명정부의 노동개혁이 실효적 진전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원청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협력업체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에 적극 협력·지원하는 ‘하후상박(下厚上薄)’의 노동자연대를 활발하게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