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에 대한 오해가 있다. 그건 바로 K팝이 하나의 ‘장르’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K팝은 장르가 아니다. 장르로 보기엔 ‘너무 많은’ 장르가 뒤섞였기 때문이다. 팝이 있고, 알앤비가 있다. 록 비트를 적극 시도하는 K팝 가수나 밴드도 많다. 일렉트로닉 역시 간과할 수 없다. K팝 전문 작곡가의 증언을 들어보자. “K팝은 다른 어떤 음악보다 하나의 곡 안에 다채로운 요소를 지니고 있다. 미국 스튜디오는 단순 반복을 요구하는 반면, K팝에서는 훨씬 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어 흥미롭다.”
그렇다. K팝은 장르가 아니다. K팝은 음악, 안무, 패션, 강력한 팬덤 기반 비즈니스 등을 섞은 종합예술이자 복합적인 음악 사업에 가깝다. K팝이 음악적으로 어느 정도 패턴화된 것은 사실이다. 기본 음원 샘플을 구할 수 있는 사이트만 봐도 K팝 카테고리가 따로 있다. 다양한 장르가 녹아 있지만 사운드 측면에서는 정형화됐음을 의미한다. 그만큼 대세가 됐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K팝이 가져온 큰 변화가 여기에 있다. 소수의 작곡가가 하나의 곡을 만들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의 K팝은 음악을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하나 둘 조립하듯 만들어진다. 바탕이 되는 비트 만들기는 대개 북유럽 작곡가의 몫이다. 이 분야 세계 톱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이렇다. 북유럽은 국가 차원에서 대중음악을 교육한다. 예를 들어 스웨덴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프로그램을 깔고 비트를 찍는 정식 수업을 받는다.
모두 알다시피 지난 6월 20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세상을 평정했다. 가히 경이로운 기록 제조기다. 넷플릭스 스트리밍 2억3,600만 회 이상을 기록하며 플랫폼 최다 시청 영화로 등극했고, 수록곡은 빌보드 차트에서 새로운 기록을 쏟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세대 통합을 이뤄냈다는 점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초등학생부터 최소 40대까지 대체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수록된 노래를 안다.
영화의 흥행과 함께 이런 목소리도 들린다. “한국산이 아니잖아. 우리나라는 왜 이런 걸 못 만들지?” 글쎄. 한국이었다면 ‘여자 아이돌이 퇴마사, 남자 아이돌이 저승사자’라는 콘셉트부터 거절당했을 게 분명하다.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망칠 거라면서 한마디 보탰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이 영화는 한국이 무대고 한국인이 주인공이다. 다만 국적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소니 픽처스가 제작을 맡고 넷플릭스가 배급했다. 한데 이게 바로 성공 비결이다. 남산 타워, 김밥과 라면, 호랑이 ‘더피’ 등 우리에겐 친숙하다 못해 너무 뻔한 무언가가 바다 건너에서는 호기심을 이끌어냈던 것이다.
이제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넘어 ‘K팝’의 K가 한국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덕에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해외 10대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관광지가 놀랍게도 한국이다. 이것이 바로 문화로서 K의 힘이다. 이번 셋리스트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한국에서 공연한다는 전제하에 작성한 것이다. 영화 중간중간 슬쩍 나오는 듀스, 서태지와 아이들, 엑소 등의 예전 가요 명곡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