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9일 유엔총회 결의로 캄보디아의 최빈개도국 졸업이 확정됐다. 캄보디아는 향후 준비 기간 5년을 거쳐 2029년 최빈개도국 지위를 공식 졸업할 예정이다. 정부 주도로 시장을 개방하고 산업 발전에 힘쓴 결과다. 그러나 최빈개도국 지위 졸업은 곧 특혜관세제도 등 최빈개도국으로서 부여받던 혜택의 소멸을 뜻하기도 한다. 향후 캄보디아의 산업 경쟁력 강화가 절실한 이유다. 특히 2018년 기준 캄보디아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고 전체 고용의 70%를 창출하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
캄보디아 정부는 중소기업 육성을 통한 경제발전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고자 다양한 정책수단을 도입했다. 2020년 신용보증공사(CGCC; Credit Guarantee Corporation of Cambodia)의 설립이 대표적이다. 캄보디아 경제재무부는 코로나19 시기의 경제 쇠퇴로 경영난에 처한 중소기업의 금융 접근성을 개선하고 자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CGCC를 설립했다. 중소기업이 성장하려면 적절한 규모의 자금이 적시에 조달돼야 한다. 그러나 금융기관은 신용위험이 높고 담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출을 승인하거나 실행하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많은 국가에서는 중소기업을 육성하고자 담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신용보증을 제공해 자금 공급을 촉진하는 공적 기관을 운영한다. CGCC도 신용보증으로 중소기업 자금 공급을 촉진함으로써 그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중소기업 금융 지원하는 신용보증공사,
큰 성과에도 도전과제에 직면해 한국에 지식공유 요청
설립 6년 차인 CGCC는 짧은 운영 기간에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다양한 보증 상품을 개발하고 협약금융기관을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2023년에는 캄보디아 최초의 채권보증기관으로 인가받기도 했다. 이런 노력 끝에 CGCC는 올 7월 기준 총 6,579건, 총보증잔액 3억6,500만 달러를 달성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그러나 아직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여러 도전과제를 마주하고 있기도 하다.
2022년 10월 캄보디아 정부는 ‘캄보디아 중소기업 발전 지원을 위한 CGCC 운영 개선 방안’에 대한 정책자문을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 한국 정부는 사전타당성조사를 비롯한 일련의 절차를 거쳐 해당 사업을 ‘2024~2025년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SP)’으로 선정했다. 양국은 이미 캄보디아 금융 발전과 관련된 주제로 3건의 KSP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바 있다. 과거 협력 경험을 토대로 캄보디아 신용보증제도 발전을 위한 새로운 지식공유 여정이 시작됐다.
수행기관으로는 한국의 신용보증기금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신용보증기금은 「신용보증기금법」에 따라 1976년 설립된 중소기업 전문 정책금융기관이다. 과거 발전국가 시기 한국 정부 또한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다양한 정책을 시행했고, 그 중심에 신용보증제도가 있었다. 신용보증기금은 한국의 신용보증제도 발전 경험이 집약된 기관으로, 기관의 발전 과정에서 겪은 시기별 도전과제, 시행착오, 극복 경험은 한국 신용보증제도의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
지난해 11월 26일 KDI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메이 완(Mey Vann) 경제재무부 차관, 노 리다(No Lida) CGCC 사장 등 핵심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착수보고회를 개최했다. KSP 연구진은 주제별 연구 수행 계획을 발표했으며 캄보디아 중앙은행(NBC)과 신용평가기구,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를 토대로 연구진은 CGCC 신용 분석 역량 제고방안을 비롯해 CGCC 리스크 관리 강화방안, 캄보디아 신용보증제도 발전방안 등 세 가지 세부 연구 주제를 확정했다.
경제정책 연계 강화, 신용정보 수집·관리 자동화,
통합적 리스크 관리, ICT 인프라 고도화 등 제언 도출
KSP 연구진은 캄보디아 현황 및 한국 정책분석 경험을 토대로 여섯 가지 핵심 정책제언을 도출했다. 첫째, CGCC의 법적 기반 강화 및 안정적 재원 확보다. 보증제도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특히 중요하다. CGCC의 설립 근거가 되는 총리령은 법적 지위, 재원, 거버넌스 등을 규정하고 있으나 정부가 출연한 초기 자본금 외의 재원 조성 방안에 대한 근거는 미비하다. CGCC는 보증제도 운용 성과를 입증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정부 재정 지원을 비롯한 재원 확보의 근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정부의 경제발전 정책과 신용보증제도 간 연계 강화다. 한국은 수출진흥, 기술혁신,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등 시대별 사회적 요구와 정책목표에 따라 보증 자금을 전략적으로 배분해 왔다. 캄보디아는 2023년 훈 마넷(Hun Manet) 총리의 신정부 출범 후 인적자원 개발, 경제 다각화 및 경쟁력 강화, 민간 부문 및 고용 강화, 회복력 있고 지속 가능하며 포용적인 발전, 디지털 경제·사회 발전을 내용으로 하는 ‘오각 전략’을 국가 발전 전략으로 발표했다. 이러한 전략과 신용보증제도가 연계돼 운용된다면 상위 정책목표 달성과 제도 정착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셋째, 단계적인 데이터 기반 신용보증 심사체계 구축이다. CGCC는 협약금융기관에 신용조사와 보증심사를 위탁하는 방식으로 보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위탁보증제도하에서 CGCC는 자체 신용평가시스템 없이 협약금융기관의 신용평가 결과에 의존하는 한계가 있다. 보증심사의 신뢰성 확보 차원에서 재무·비재무 데이터를 포괄하는 정량화된 자체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넷째, 표준화·자동화된 신용정보 수집·관리 시스템 도입이다. 현재 협약금융기관들이 CGCC에 제출하는 보증 신청 자료들은 비정형 데이터로 CGCC의 체계적인 정보 수집과 관리를 저해한다. 향후 보증 확대, 신용평가모형 개발 등을 고려해 금융기관에 표준 입력 양식을 제공하고 API 데이터를 연동하며 신용정보 공유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정보 수집·관리 절차의 표준화·자동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점진적이고 통합적인 리스크 관리다. 단기적으로는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시스템을 도입하고 중기적으로 협약금융기관 대상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통계를 활용한 신용위험 관리체계를 도입하는 등 통합적인 리스크 관리를 위한 기반을 공고히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적자원 강화 및 ICT 인프라 고도화 추진이다. 전문인력 양성과 ICT 인프라 고도화는 앞선 제언의 성공적 이행을 위한 선결 조건이다.
지난 6월 24일 프놈펜에서 최종보고회와 고위정책대화가 개최됐다. 고위정책대화에서 고승범 KDI 수석고문(전 금융위원장)이 메이 완 캄보디아 경제재무부 차관에게 핵심 정책제언을 전달했다. 메이 완 차관은 CGCC에 정책제언 이행을 주문하며, 올 하반기로 예정된 금융 부문 국가 5개년 전략 수립에 KSP 연구 결과를 활용하겠다고 언급했다. 덧붙여 제언이 실제로 정책에 반영되도록 후속 KSP 사업을 추진할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KSP 정책제언이 정책결정의 근거로서 캄보디아 정부가 건전한 신용 질서 확립과 포용적 금융 발전이라는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