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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평대한민국 스타트업, 다시 살아날까?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2025년 11월호
코로나19로 풀린 유동성을 거둬들이겠다며 미국 연준(Fed)이 금리를 올린 지 벌써 3년이 지났다. 그 후유증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정면으로 강타했다. 펀딩이 끊기고 불경기로 매출이 줄면서 수많은 창업자가 사업을 접었다. 오죽하면 폐업에 드는 변호사 비용 500만 원이라도 아끼라고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아산나눔재단이 ‘스타트업 마무리 가이드북’이라는 DIY 사이트를 만들었을까.

한국은 규제가 기본인 나라다. 모든 신사업이 근거 규정이 있어야 허가받을 수 있는 포지티브 규제 체계이기에,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업 모델을 국내에서는 시도조차 못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창업 관련 행사장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화이팅’ 사진을 찍는 국회의원과 단체장은 많아도 스타트업의 진입을 막으려는 이익집단과의 갈등에 정부 부처가 조정에 나서는 일은 드물다. 그래도 규제는 피할 수 있다. 아예 그 사업 영역에 뛰어들지 않으면 되니까.

창업자를 힘들게 하는 진짜 문제는 고용 관련 법규의 경직성과 근로자를 편애하는 해석이다. 스타트업의 노사관계라는 게, 비슷한 나이 또래의 젊은이끼리 모여 한 명은 창업자가 돼 온갖 리스크를 지며 일자리를 만들고, 다른 그룹은 그 일자리에서 월급을 받는다는 차이밖에 없다. ‘노(勞)’는 선하고 ‘사(使)’는 악하다는 편견은 사양한다.

헌법은 근로가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고용은 기업의 책임이자 족쇄’에 가깝다. 저성과자를 합리적 사유로 해고하는 것은 스타트업에서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공짜로 얹혀 가는 저성과자의 존재는 동료의 사기와 기업의 생존 가능성을 함께 깎아내린다. 그를 빼내야 새로운 채용이 가능하고 기업이 성장해 일자리를 더 만들 수 있는데, 정책 당국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는 듯하다.

주52시간 초과 금지 제도는 스타트업의 생존 방식 자체를 부정한다. 스톡옵션과 고연봉으로 보상받는 핵심 인력까지 주52시간의 틀에 묶는 것은 기업의 성장 속도를 법으로 제한하는 결과를 낳는다. 스타트업의 경쟁력은 소수의 핵심 인재가 집중 근무를 통해 경쟁 업체보다 빠른 결과물을 내놓는 데서 나온다. 투자사도 그 성공 가능성에 거액의 투자금을 넣는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한민국 스타트업 투자의 상당액은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다. 국가는 혁신경제의 성공을 바란다고 말하며 돈까지 넣어놓고 정작 그 성공 가능성을 낮추는 규정을 강요하고 있다. 핵심 인력의 예외 적용이 간절하다.

AI의 등장은 긍정적인 효과도 크지만, 저성과자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AI를 능숙하게 다루는 인재는 여러 명분의 업무량을 소화하며 조직의 핵심이 되고 초급자들도 자료 조사에서 도움을 받아 생산성이 오르는 것이 AI 도입의 장점이다. 문제는 AI로 ‘예쁜 쓰레기’를 양산하는 저성과자다. 예전에는 저성과자들이 결과물 자체를 못 만들어냈던 데 반해, 이제 AI 덕택에 보기에 그럴듯하지만 실제로는 돈만 낭비할 기획서를 만들어 온다. 성과와 직무가치 기준으로 평가하지 않고, 단지 자리를 지키는 근태가 고용 유지의 기준이 되는 현행 노동 법제도를 재검토할 때가 됐다.

스마트폰 앱으로 열렸던 제2 벤처붐은 AI 시대가 도래하며 침체기로 접어들었다. 주52시간제 도입으로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유입되던 인재의 흐름도 끊겼다. 대기업이 돈은 많이 줘도 힘들어서 창업한다던 사람들이 이젠 다들 만족한다. 플립(해외로 본사를 이전하는 것)으로 한국을 떠나는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예전처럼 미국 유학생 출신이 국내로 돌아와 창업하는 경우는 이제 없다. 각 개인이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오히려 국가 경쟁력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그 사회의 시스템은 잘못 설계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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