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2025년의 마지막 달이다. 돌아보면 그야말로 격동의 한 해였다. 1년 전 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치적 위기는 대통령 탄핵과 새 정부 출범으로 이어졌다. 연초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전개된 ‘관세 전쟁’은 한국경제를 ‘시계 제로’의 불확실성에 빠뜨렸다. 대외적인 여건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타결되면서 한국의 산업과 경제는 일단 한숨 돌리게 됐다.
새 정부의 반년은 눈앞의 급한 불을 끄기에도 바빴던 숨 가쁜 시간이었으리라. 그러나 굵직한 단기적 현안이 어느 정도 정리된 지금, 국가의 먼 미래를 내다보면서 해묵은 근본적·구조적 문제와 마주해야 한다. 지난 11월 이재명 대통령은 규제·금융·공공·연금·교육·노동 등 6대 분야의 구조개혁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랜 기간 이어지는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 추이를 반전시키기 위해 이러한 개혁이 올바른 방향으로 꾸준하게 추진돼야 한다.
필자는 이러한 구조개혁 노력이 한국이 당면한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인 인구 위기 대응과 잘 연계되기를 희망한다. 인구 변화는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 불균형을 초래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되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가까운 장래에 전체 노동력의 규모가 빠르게 줄지는 않겠지만, 35세 미만 경제활동인구가 25년 내 절반으로 감소하면서 여러 산업과 기업에 적잖은 충격을 줄 것이다. 인구구조 변화와 지역 인구 불균형 심화가 겹치면서 의료, 보육, 교육, 돌봄 등 여러 분야의 수급 불균형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 출생아 수가 반등하면서 인구 위기 완화에 대한 조심스러운 낙관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근에 나타난 출생아 수 증가의 상당 부분은 코로나19로 지연된 결혼이 팬데믹 이후 해소되는 등 비교적 단기적인 인구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요인으로 올해와 내년까지는 출생아 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본격적인 출생아 수 증가의 시작으로 판단할 근거는 취약하다.
장기적인 출생아 수 감소의 기저에 불평등 심화, 노동시장과 교육에서의 경쟁 격화, 일자리의 질 저하, 주거비용 상승 등 빠르게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 또한 결혼하고 아이 낳기 좋은 사회로의 전환이 그리 쉽지는 않으리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또한 근래에 정부가 목표로 삼았던 수준으로 출산율이 반등한다고 해도 인구구조 변화 추이는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출생아 수 변화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실현되더라도 고령화된 축소 사회를 준비하는 정책의 시급성은 줄어들지 않는다.
인구 위기는 금융 위기나 관세 전쟁처럼 촌각을 다퉈 해결해야 하는 사안은 아닐 수 있다. 또한 정책을 통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빠르게 얻기 어려운 영역이기도 하다. 여러모로 정책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날 수 있는 특성을 가진 셈이다. 그러나 이런 이유로 계속 필요한 조치를 미루며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면 장기적으로 매우 큰 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인구 위기 대응은 현 정부의 12대 중점전략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다. 인구 문제가 중요한 장기 과제로 꼽힌 것이다. 그러나 아직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노동, 교육, 주택, 복지, 지역 균형 등 여러 분야 정책을 조정·조율할 수 있는 인구정책 추진체계 강화도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 출범 후 직면했던 단기적인 난제들이 어느 정도 해소된 지금은 다른 구조개혁과 함께 인구 위기 대응 과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아무쪼록 다가오는 2026년이 성공적인 인구 위기 대응의 원년으로 기록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