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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K인사이트부동산시장의 잠금효과와 양극화
송인호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소장 2025년 12월호
주택시장은 통제가 아닌 신뢰의 대상이다. 
통계로 검증되는 합리적 설계로 자연스러운 수요를 유도하고, 
실수요자의 주택 접근성을 높이면서 지속 가능하고 구체적인 
공급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10월 15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10·15 대책)’을 두고 그 효과와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대책에서는 과거와 달리 실질적인 내용과 구체성, 실행 가능성이 담겼는지가 핵심 관심사였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우려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도시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일괄 40%로 낮아졌다. 15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최대 4억 원까지, 25억 원 초과 주택은 2억 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해졌다.

시장 안정화란 본래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되 실수요는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일회성 공급보다는 지속 가능한 공급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수요를 일괄적으로 제한하면서, 결과적으로 현금 여력이 풍부한 고자산층만 서울 핵심 지역 주택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버렸다. 오히려 실수요자에게는 ‘지금은 사지 말라’는 신호를, 다주택자에게는 양도세 중과로 ‘팔지 말라’는 유인을 동시에 주고 있는 셈이다.



결국 한쪽에서는 ‘사기 어렵게’, 
다른 쪽에서는 ‘팔기 어렵게’ 될 우려


정부는 이번 대책의 명분으로 “투기수요 억제와 실수요자 보호”를 내세웠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대출총량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시장 전체의 유동성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주택가격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사실상 담보대출이 불가능해지는 구조인 데다 실거주 요건 강화와 토지거래허가제를 병행하면서 거래 자체의 문턱까지 높아졌다. 이에 따라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정책을 다음과 같이 받아들이게 된다.·현금 부자: 제약이 거의 없어 서울 핵심지 주택을 자유롭게 매입 가능·기존 다주택자: 양도세 부담으로 매도를 미루게 되는 유인 작용·무주택 실수요자: LTV 40% 제한으로 사실상 진입 장벽이 더 높아짐(물론 이후 정부가 이 제한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수정을 모색하고 있기는 함)

결국 한쪽에서는 ‘사기 어렵게’, 다른 쪽에서는 ‘팔기 어렵게’ 된 것이다. 시장의 잠금효과(주택 소유자가 금리·세금 등의 이유로 기존 주택을 팔지 않고 보유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부동산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않게 되는 현상)가 우려되는 이유다. 이는 애초 정책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대책을 보면 2019년 문재인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이 떠오른다. 당시 정부는 15억 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초고가 주택 수요를 억제하겠다”라는 명분이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수요가 15억 원 이하 구간으로 몰리면서 2019년 ‘초고가’로 분류됐던 15억 원대가 오히려 2025년 현재 서울 평균 아파트 가격(약 14~15억 원)이 됐고, 상위 20% 아파트는 평균 32억 원대로 크게 뛰어올랐다.

이는 한국 주택정책의 반복되는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가격 구간을 기준으로 대출을 차단하는 ‘정태적 규제’는 오히려 중산층 실수요자를 배제하고 현금 자산가 중심의 ‘별도 시장’을 형성하게 만든다. 이번 10·15 대책도 같은 메커니즘이 작동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

2019년 대출 금지 조치 이후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불과 3년 만에 9억 원대에서 14억 원대로 급등했다. KB부동산과 한국부동산원 통계 모두 대출 규제 이후 거래량은 급감했으나 가격은 꾸준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명확하다. 대출이 막히자 현금 자산가들의 거래만 활발해졌고, 이들이 형성한 고가 거래가 시장의 평균가격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공급은 세제와 인허가 지연으로 늘지 못했고,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전세가격이 상승하면서 임대시장 불균형까지 가중됐다.

이번 대책도 같은 경로를 밟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미 주택거래량이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공급은 제약되고 규제가 없는 지역으로의 ‘키 맞추기’ 가격 상승이 일어날 조짐이 보인다. 여기에 금리 인하가 가시화되면 시장의 양극화와 가격 재상승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금리 인하 국면에서 ‘초고가 -고가’ 구간과
‘중저가 -외곽’ 구간 양극화 심화할 수도


시장은 이제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한 시점에 와 있다. 한국은행이 2026년 상반기 중 인하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 규제가 유지되면 시장은 역설적인 구조로 움직이게 된다. 고금리에서 저금리로 전환되는 시기에 현금 자산가들은 금리 인하와 함께 고가 주택 매수에 나서지만, 실수요자는 여전히 대출 제한에 묶여 외곽으로 밀려나게 된다. 결과적으로 ‘초고가.고가’ 구간과 ‘중저가.외곽’ 구간의 양극화 구조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전세대출·신용대출 규제가 병행되면서 임차시장 유동성이 줄어들고, 전세 물건 감소와 월세 비중 확대, 임차인 주거비용 상승이 필연적으로 뒤따를 것이다.

즉 금리 인하는 부유층에는 매수 신호로 작용하지만, 실수요자에게는 여전히 ‘대기 신호’로만 받아들여지면서 외곽으로 내몰리는 상황이 지속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부동산 자산의 계층 양극화를 구조화할 위험이 상당하다.

결국 부동산 정책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정책 목표가 ‘가격 안정’이라면 그 성과는 거래량, 가격의 분포, 가계부채 구조, 주거비 비중, 자산분위별 주택보유율 등의 통계로 입증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대책들은 정책의 ‘명분’과 시장의 ‘결과’가 일치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15억 원 대출 금지 대책이 초고가 아파트를 억제하기보다 서울 전체의 중위가격을 끌어올렸던 통계적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10·15 대책도 동일한 경로를 밟는다면, 의도와 달리 시장을 양극화하고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더욱 멀어지게 할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데이터 과학에 근거해 설계돼야 한다. 거래량과 가격의 동시 관측, 대출·세제·공급 간의 정책 정합성, 정책 시행 후 시장 반응에 대한 통계적 피드백 루프가 설계되지 않는다면 대책은 결국 반복되는 ‘두더지잡기식 규제’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결론적으로 주택시장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신뢰의 대상이다. 10·15 대책이 진정한 ‘안정’으로 이어지려면, 시장을 억누르는 방식이 아니라 통계로 검증되는 합리적 설계를 통해 자연스러운 수요를 유도하고, 실수요자의 주택 접근성을 높이면서 지속 가능하고 구체적인 공급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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