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의 글로벌시장 개척에서 아프리카는 여전히 미지의 공간으로 남아 있다. 특히 동아프리카에 위치한 탄자니아는 지리적 거리만큼이나 심리적으로도 멀게 느껴지는 곳이다. 아프리카 대륙 전반에 대한 정보 부족 및 편견, 불확실한 규제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탄자니아는 진출 우선순위에서 자주 밀려난다. 대부분 기업이 탄자니아를 ‘기회가 있을 수는 있지만 아직은 아닌 곳’, 다시 말해 ‘나중에 가볼 시장’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탄자니아라는 국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재의 인식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경제적 안정성, 자원 보유량, 인프라 확장성, 시장 접근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탄자니아는 ‘지금 검토해야 할 시장’이 됐으며 특히 중장기적인 전략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치·경제 안정성 높은 매력적인 투자처
탄자니아는 1964년 탄자니아 합중국(현 탄자니아 연합공화국)이 수립된 이후 반세기가 넘도록 큰 정치적 혼란 없이 국가를 유지해 온 비교적 안정된 나라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내전을 겪지 않은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며, 국가 정체성도 비교적 일관되게 형성돼 왔다. 정치적 안정은 외국인 투자 유치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불확실한 법률이나 자주 바뀌는 정책은 기업들이 중장기 계획을 세우는 데 큰 걸림돌이 되는데, 탄자니아는 그런 측면에서 아프리카 내에서도 꽤 안정적인 투자 환경을 제공하는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2020년 세계은행은 탄자니아를 중하위 소득국으로 공식 분류했고 이후 경제 지표들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특히 최근 10년간 연평균 6~7%대의 실질 GDP 성장률을 유지해 왔으며, 이는 같은 기간 세계 평균을 상회하는 수치다. 2025년에도 6% 이상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되며, 인플레이션과 환율 수준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공공 부채 역시 아프리카 평균보다 낮고 외환보유고도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거시적 안정성 위에 지난 7월 탄자니아 정부는 보다 구조적인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Vision 2050’이라는 이름의 국가 장기개발 전략은 단순히 높은 경제성장률을 추구하는 차원을 넘어 산업 구조 전환, 기술 이전, 인적 자원 강화, 민간 부문 활성화를 통합적으로 추진하는 종합계획이다. Vision 2050은 제조업, 농업, 관광업, 녹색산업을 주요 성장 축으로 설정하고 여기에 민관협력(PPP) 방식으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교육과 직업훈련에 대한 투자 확대다. 이는 산업 성장의 뿌리를 인적 자본의 질적 향상에서 찾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며, 단기 성과에 급급한 정책과는 궤를 달리한다.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방향성이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민간 투자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탄자니아가 가진 또 하나의 큰 강점은 자원이다. 자원 보유국은 많지만 이를 안정적으로 상업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국가는 많지 않다. 탄자니아는 천연가스, 니켈, 흑연, 희토류 등 다양한 전략 광물을 다량 보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자원들은 최근 글로벌 산업 전환 흐름과 맞물리며 주목 받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와 재생에너지 저장장치에 사용되는 니켈과 흑연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제조 기업들이 눈여겨보는 자원이다. 예를 들면 린디 지역에서 추진 중인 LNG 수출 터미널 프로젝트는 영국의 쉘, 노르웨이의 에퀴노르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2025년을 목표로 최종 투자 결정이 논의되고 있다. 흑연의 경우 마헨게 광산이 세계 2위 수준의 매장량을 자랑한다. 이곳은 호주의 블랙록마이닝이 운영을 주도하고 포스코그룹이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니켈 개발 측면에서는 카방가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는데, 카방가는 품질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니켈 황화물 광산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탄자니아는 자원이 많은 수준을 넘어 국제 공급망의 핵심 기지로 진화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탄자니아 정부는 외국 기업이 자원 개발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 바로 ‘로컬 콘텐츠’ 규정이다. 자원 개발에 참여하는 외국 기업에 일정 비율 이상의 기술 이전, 현지 고용 창출, 현지 기업 참여를 의무화하는 이 제도는 자원산업이 국가 전반의 산업화에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수단이다. 많은 외국 기업에는 이 규정이 진입 장벽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에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기술력과 운영 노하우를 갖춘 중소·중견기업들이 현지 파트너와 협력해 패키지 형태의 통합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단기 수익을 넘어 장기적 관계 구축이 가능하다. 단순한 수출이나 프로젝트 수주가 아닌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을 만드는 접근이 필요하다.
연결성 강화되는 4억5천만 무관세시장
한편 탄자니아는 아프리카 내륙 시장과의 연결성을 강화하기 위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표준궤 철도(SGR) 구축 사업이다. 기존 미터궤 철도는 노후화가 심각하고 속도도 시속 30km 수준에 불과했지만, SGR은 시속 160km까지 가능한 전기화 철도로, 다레살람항을 출발점으로 부룬디, 르완다, 콩고민주공화국 등으로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철도 완공 시 화물 운송 시간은 4일에서 하루로 대폭 단축될 것으로 기대되며, 이는 단순한 물류 효율성 개선을 넘어 주변국들과의 무역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탄자니아는 다레살람, 탕가, 음트와라 등 세 개의 심해항을 기반으로 우간다, 르완다 등 여섯 개 내륙국에 해상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해 탄자니아는 지리적으로도 동아프리카 및 중남부 아프리카의 자연스러운 물류 거점이자 산업 기지로 성장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에너지 전환도 기회의 중요한 축이다. 탄자니아는 2050년까지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장기 목표를 설정했으며, 중단기적으로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7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미 총발전용량 2,115MW의 니에레레 수력발전소와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가 올해 완공됐으며 태양광 463MW, 풍력 500MW, 수력 880MW 등을 추가 개발할 계획이다. 이는 한국 기업들에 설계·조달·시공(EPC), 고급 기자재 공급, 스마트 그리드 구축 등 다양한 형태의 참여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전력 인프라와 연계된 ICT 기술, 에너지 저장장치 기술은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로 현지 수요와 연결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무엇보다 탄자니아 진출의 타당성은 내수시장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탄자니아는 동아프리카공동체(EAC)와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의 자유무역지대에 동시에 가입해 있어, 이론상으로는 두 지역을 아우르는 4억5천만 명 이상의 시장에 무관세로 접근할 수 있다. 이는 한국 기업들에 매우 강력한 비교 우위가 될 수 있는 요소다. 이미 중국, UAE, 인도 등의 기업들은 이를 인식하고 제조업과 농산물 가공업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탄자니아를 하나의 ‘생산 거점’으로 삼아 아프리카 전체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 역시 자원 개발에 그치지 말고, 식품 가공, 소비재, 중간재 분야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혀야 할 시점이다.
최근 들어 한국과 탄자니아의 경제협력은 제도적 기반 위에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24년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은 향후 5년간 25억 달러 규모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금융 지원뿐 아니라 인프라, 에너지, 교육 등 한국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실질적인 시장을 창출하는 기반이 된다. 더불어 탄자니아는 한국과 경제동반자협정(EPA) 협상을 개시한 몇 안 되는 아프리카 국가 중 하나로, 협상이 체결될 경우 무역, 투자, 기술 교류 등 전방위 협력의 제도적 틀이 마련될 수 있다.
결국 탄자니아는 단순히 잠재력이 높은 개도국이 아니다. 정치적 안정성, 구조적 경제 전략, 자원과 인프라를 연결한 산업적 가치, 광역시장에 대한 접근성이라는 네 가지 핵심 요소를 고루 갖춘 전략적 진출지다. 한국 기업은 단기적 수익 모델에서 벗어나 기술력과 협력 기반을 앞세운 중장기 파트너십 구축을 목표로 진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지금 탄자니아를 선택하는 것은 단지 한 나라에 투자하는 결정이 아니라 아프리카의 미래와 연결되는 선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