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임정욱입니다. 저는 2017년 1월부터 『나라경제』 지면에서 혁신 창업가들을 만났습니다.
6년에 걸친 인터뷰 여정을 통해 약 70명의 멋진 창업가들을 독자 여러분께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022년 10월부터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으로 일했습니다.
벤처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 정책을 총괄하는 자리였습니다. 많은 보람을 느꼈습니다.
3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다시 『나라경제』에 돌아오게 돼 무척 기쁩니다.
복귀 후 첫 인터뷰는 박원녕 엔젤스윙 대표입니다.
“사우디 현지인들의 눈길을 끌려면 이 방법이 제일 좋을 것 같았습니다. 사우디시장에 좀 제대로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2023년 3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비반(BIBAN) 전시회. 사우디 최대의 중소기업·스타트업 전시회인 이 행사에 중소벤처기업부는 10팀의 한국 스타트업들과 함께 참가했다. 당시 K스타트업 사절단의 일원이었던 박원녕 엔젤스윙 대표는 사우디 전통의상인 토브를 입고 나타나 사우디 참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그는 전시회 부대행사로 열린 기업가정신 월드컵(EWC)에서 발표해 전 세계에서 참가한 500여 개 스타트업 가운데 1등을 차지했다. (심지어 2024년에 열린 중동 최대 IT 전시회 LEAP에서도 우승해 상금 2억 원을 받았다.) 엔젤스윙은 그렇게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다. 지난 3년 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궁금한 마음을 안고 박원녕 대표를 만났다.
엔젤스윙은 어떤 회사입니까?
드론을 띄워 건설공사 현장을 스캔합니다. 실시간으로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주고요. 알고리즘을 통해 현장 모습을 3D모델로 변환하기도 합니다. 정밀한 측량정보를 통해 현장 진행상황을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건설사에 구체적으로 어떤 이점이 있습니까?
첫 번째로 건설현장을 자동으로 문서화합니다. 공사를 진행하다 보면 하청회사들과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데요, 그 분쟁의 증거자료를 자동으로 남겨준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두 번째로 측량 시간과 비용 절감입니다. 측량사 2명이 열흘 동안 할 일을 드론은 하루 안에 끝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현장의 안전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안전사고가 나면 공사현장은 멈춰버리게 됩니다. 현장의 안전과 효율을 높여 비용을 절감하게 해줍니다.
미국 유학파로 알고 있는데요. 의외로 미국이 아니라 서울대에서 창업하고 지원도 많이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겁니까?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 가서 조지아공대 항공우주공학과를 3학년까지 다니다 중퇴하고 창업을 한 경우입니다. 2015년 방문학생제도를 이용해 서울대에서 1년간 수학했습니다. 이때 벤처경영학이라는 과목을 들었는데 이게 계기가 돼 창업을 했고 서울대 연구공원에 사무실을 마련한 뒤 서울대기술지주에서 첫 투자를 받았습니다. 미국이 아니고 서울대 창업생태계의 도움을 받은 것이죠. 저는 그래서 조지아공대보다 서울대가 제 모교 같습니다(웃음).
한국의 창업생태계가 활발하다는 뜻도 되겠네요. 창업 동기는 어떻게 됩니까?
2015년 4월 네팔에 대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엄청난 자연재해였습니다. 무려 9천 명이 사망하고 2만 명 이상의 부상자와 수백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네팔 정부가 지진 피해현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 드론으로 파악하면 되지 않을까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3개월 뒤 실제 네팔 카트만두대에 가서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네팔인들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혁신적인 기술을 활용해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과 서비스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2016년 창업을 하게 됐습니다.
처음부터 건설현장을 타깃으로 서비스를 개발했던 것인가요?
아닙니다. 처음에는 드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만들면서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그러다 드론으로 찍은 사진을 처리하는 소프트웨어 기술 쪽으로 집중하게 됐습니다. 재난과 관련된 활동을 하면서 서울 쪽방 판자촌 화재를 대비한 소방차 진입로 등을 분석했습니다. 이게 알려지면서 한 건설회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이런 기술을 건설현장에 도입해 주면 어떻겠냐는 거였죠. 이게 계기가 돼 건설현장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그 결과 현재 한국의 상위 22개 건설사 중에서 11곳이 저희 고객사입니다. 전체 고객사는 50~60개가 되고요. 해외에는 약 20개 정도의 고객사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투자는 얼마나 받았나요?
서울대기술지주의 첫 투자 이후 지금까지 누적으로 100억 원 이상 투자를 받았습니다. GS건설, 삼성벤처투자, 현대차제로원 등 대기업 CVC(기업형 벤처캐피털) 투자를 많이 유치했습니다. 건설사와 협업을 하다가 투자까지 이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중동 등 해외시장에서의 약진이 눈에 띕니다. 어떻게 진출하게 됐나요.
처음 해외진출은 건축·건설 디지털화를 주제로 한 국제 전시회인 오토데스크 유니버시티에 참가하면서부터입니다. 여기서 일본의 대형 건설사인 카지마건설을 만났습니다. 저희 제품을 써보고는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점점 많이 쓰다가 지금은 전사 계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중동시장에는 사실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요, 2022년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중동을 방문할 때 같이 갈 스타트업을 모집했습니다. 그때 참여했다가 중동시장의 가능성에 눈을 뜨게 됐습니다.
사우디 등 중동에 가보면 거의 나라 전체가 공사판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국가개조 작업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엔젤스윙에도 엄청 큰 시장일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2023년 비반 전시회에서 시장 검증을 하고 본격 진출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UAE 국영건설사인 알렉(ALEC), 사우디의 빈야(BINYAH) 등과 일하면서 수많은 굵직한 프로젝트에 기술실중(PoC;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 서비스의 실현 가능성과 타당성을 미리 시험해 보는 과정)의 일환으로 참여했고 이제 본계약 논의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매출과 직원 수는 얼마나 되나요. 이익이 나고 있습니까?
27명이 일하고 있고요 한국에 11명, 해외에 15명이 있습니다. 특히 개발팀이 모두 네팔에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2015년 네팔 지진 피해 복구 프로젝트를 하며 만난 네팔 친구가 개발팀장이 돼 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한국 사업 빼고는 영어로 소통을 하고 있어서 글로벌 사업에 어려움이 없는 편입니다. 2025년 매출은 아직 크지 않은데 흑자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2026년부터는 본격적인 성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비전, 방향이 궁금합니다.
2015년에 만들었던 미션이 지금도 유효합니다. 건설현장의 디지털화뿐만이 아니라 재난이 발생했을 때 하늘에서 눈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재난 발생 시 119에 전화하거나 초동 조치자가 도착하기 전에 드론이 먼저 도착해 있는 시대를 만들고자 합니다. 공사현장의 위험한 부분을 자동으로 감지해 경고해 줄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만들고 싶습니다. 피지컬AI 시대 완전 자율주행을 통해 문제 해결이 가능해질 겁니다. 엔젤스윙이 그 첨병이 되겠습니다.
이제 설립 10주년을 맞이하는 엔젤스윙이 2026년 글로벌 무대에서 또 어떤 도약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혁신 기술을 통해 사업을 키우는 것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을 재난 위험에서 구하려는 박원녕 대표의 도전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