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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오늘도 똑똑한 금융생활내가 사기만 하면 오르는 주식, 과연 실력일까?
이현 중앙일보 기자『금융 프렌즈가 우릴 기다려』 저자 2026년 01월호
요즘 주변에서 “의외로 내가 주식과 잘 맞더라”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경알못(경제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을 자처하던 지인들이 재테크에 재미를 붙였다니 반가운 소식이라 말을 더하진 않지만, 속으로는 ‘2025년에 주식 투자로 손실을 봤다면, 그건 정말 다시는 주식을 하면 안 될 사람이지…’라고 생각한다.

초보도 수익 날 수 있었던 비결  
지난해는 미국이든 한국이든 ‘사면 오르는’ 해였다. S&P500은 지난 12월 9일 기준 연초 대비 16.3%, 나스닥지수는 22.09%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의 상승은 더 눈부시다. 지난해 2,398.94p로 시작한 장은 지난 12월 9일 기준 4,143.55p로 상승률이 무려 72.68%에 달한다. 올해 처음 주식 투자를 시작한 초심자의 눈에는 두 자릿수 상승률이 평범해 보일지 모르겠으나, 수많은 종목의 ‘평균치’인 지수가 20%, 70% 오르는 장은 드물다. 더구나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 정도 수익을 올린 주인공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엔비디아 같은 시가총액 최상위 대기업이라는 점은 더 이례적이다.

초심자도 주식에 재미를 붙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AI 슈퍼사이클이 있다. 반도체 칩→데이터센터→클라우드→AI서비스로 이어지는 생태계 안 거의 모든 기업의 주가가 뛰었다. ‘AI 선행지표’로 불리는 엔비디아는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한 2022년 11월 30일 16.91달러였던 주가가 지난해 최고 212.18달러까지 올라 12.5배가 됐다. 애플·MS·알파벳·테슬라 등 기존 ‘1조 달러 클럽’에 비해 뒤처졌던 엔비디아는 어느새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에 올라섰다.    

이쯤 되니 여기가 허리인지, 어깨인지, 상투인지 의견이 분분해진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해 명성을 얻은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지난해 11월 ‘AI 버블’을 주장하며 관련 종목에 공매도를 걸었다. 그의 발언 이후 몇 주 사이에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시가총액 수천억 달러가 증발했다. 거품론에 흔들리던 시장은 엔비디아의 어닝서프라이즈, 구글의 제미나이3과 나노바나나 프로 발표를 보며 안정을 되찾았다. 시장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야수의 심장’을 지닌 한국의 개인투자자들은 저가매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이 14조4,560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는 동안 개인투자자는 9조2,870억 원을 순매수했다. 이 가운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순매수액이 7조2,658억 원에 달한다.

시장보다 산업의 변화를 눈여겨봐야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오래된 재테크 격언이 무색한 시절이다. 사회 초년생에게 늘 건네던 ‘수익률 너무 욕심내지 말고 작은 회사보다 안정적인 대기업 주식부터 사보라’는 조언 역시 의미가 퇴색됐다. 그럼에도 소신을 갖고 ‘똑똑한 금융생활’을 위한 마음을 다잡는다. AI 슈퍼사이클은 초보 투자자에게는 축복이자, 동시에 위험한 착각의 시작일 수 있다. 지금 시장에서는 ‘잘해서 번 돈’과 ‘운으로 번 돈’이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AI 거품론이 사실일지 시기상조일지는 모르지만, 지금 내가 들고 있는 주식이 ‘그저 많이 올라서 산 것인지’, ‘앞으로 더 오를 이유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서 산 것인지’는 한 번 더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1년 뒤 이 글을 다시 보며 “으이구 저런 소리 할 때 샀어야지”라고 자책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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