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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AI 트렌드 따라잡기나를 기억하고 먼저 말을 거는, 일상AI의 시작
김덕진 IT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 2026년 01월호



어느 날 아침, 일어나 스마트폰을 켜자마자 챗GPT가 먼저 말을 걸어온다. “어제 나눴던 AI 인프라투자 이야기 기억하시죠? 오늘 아침에 나온 관련 소식들을 정리해 봤어요.” 호출하지도 않았는데 AI가 먼저 다가온 것이다. 마치 오랜 친구가 어제 나눴던 대화를 이어가듯이 말이다.

이것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챗GPT의 월 200달러짜리 프로 플랜을 구독하는 사람들은 ‘펄스(Pulse)’라는 기능을 통해 이런 경험을 하고 있다. AI가 매일 아침 이용자의 관심사에 맞춘 정보를 알아서 선별해 보내주는 것이다. 우리가 AI를 호출하던 시대에서 AI가 우리를 찾아오는 시대로의 전환이 시작된 셈이다.

AI가 나를 기억하는 시대의 도래
챗GPT가 세상에 처음 등장한 지 3년이 흘렀다. 그간 생성형 AI는 놀라운 속도로 진화했다. 2022년 말 챗GPT가 처음 공개됐을 때 사람들은 ‘AI가 질문에 답한다’는 사실 자체에 놀라워했다. 2024년에는 ‘어떻게 질문해야 내가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는 말이 유행했고, 질문 잘하는 법을 배우는 강의가 넘쳐났다.

그리고 2025년, 사람들은 AI가 ‘알아서 해주길’ 바라게 됐다. 내가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내 의도를 파악해 필요한 것을 제안하고 실행까지 해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2026년, 생성형 AI는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을까? 우리가 AI를 탐구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AI가 우리를 본격적으로 탐구하며 우리 일상과 행동을 바꾸는 시대가 시작될 것이다.

변화의 핵심에는 AI의 ‘메모리’ 기능이 있다. 최근 주요 AI서비스들은 사용자와 대화 중에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오픈AI의 챗GPT는 물론이고 구글의 제미나이, 앤트로픽의 클로드 모두 이 기능을 탑재했다.

이제 AI는 단편적인 정보가 아니라 ‘맥락’과 ‘환경’을 기억한다. 구매나 예약을 할 때 나의 맥락을 이해하고 제안하며, 토론이나 회의를 할 때도 기존 대화 맥락을 기억하면서 내게 맞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언젠가 AI와 대화하면서 약혼자가 글루텐을 섭취하지 않는다는 언급을 했다고 가정해 보자. 몇 주 후 에이전트 모드로 “이번 주말 데이트 계획을 짜줘”라고 요청하면 AI는 당신이 다시 정보를 입력하지 않아도 알아서 글루텐프리 레스토랑을 찾고, 예약을 진행하며, 구글캘린더에 일정까지 추가해 준다. AI는 단순한 비서를 넘어 나의 생활 파트너이자 고민을 함께 풀어가는 에이전트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AI 기업들이 브라우저에 목숨 거는 이유
이런 흐름 속에서 기업들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영역이 있다. 바로 웹 브라우저 시장이다. 지난해 8월 AI 스타트업 퍼플렉시티가 구글의 웹 브라우저 크롬을 345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8조 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해 화제가 됐다. 자신의 몸값보다 두 배나 큰 금액을 제시하면서까지 말이다.

왜 이들은 브라우저에 이토록 집착할까? 과거 브라우저는 단순히 정보와 정보를 연결하는 창구에 불과했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는다. AI가 사용자의 명령을 수행하려면 여러 웹사이트를 오가며 작업을 처리해야 하는데, 브라우저는 그 통로이자 허브가 되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건 데이터다. 브라우저는 이용자가 무엇을 검색하고, 어떤 사이트를 방문하며, 무엇을 구매하는지 모든 행동 양식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다. 이는 AI가 사용자를 더 정확히 이해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핵심 자원이다. 퍼플렉시티는 이미 AI브라우저 ‘코멧’을 출시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에지’ 브라우저에 AI 챗봇 ‘코파일럿’을 탑재했다. 구글은 크롬에 ‘제미나이’를, 오픈AI는 ‘챗GPT 아틀라스’라는 브라우저를 내놓았다.

AI가 나를 기억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면 우리는 점점 더 그 서비스에 의존하게 된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락인(lock-in) 효과라고 부른다. 한번 특정 서비스에 익숙해지면 다른 서비스로 옮기기 어려워지는 현상이다.

내 취향과 일정, 대화 맥락을 모두 기억하는 AI를 버리고 새로운 AI로 갈아타려면? 모든 정보를 다시 입력하고 학습시켜야 하니 귀찮다. 기업들은 바로 이 점을 노린다. 사용자를 자사 서비스에 묶어두기 위해 점점 더 똑똑하고 나를 잘 아는 AI를 만드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우리는 더 편리한 서비스를 누리게 되지만, 동시에 특정 플랫폼에 더 깊이 갇히게 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진다.

필터버블 속에 갇힐 위험
여기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AI는 내 삶의 모든 데이터를 받고 기억하면서, 나의 입맛에 맞는 정보만 제공하려 한다. 결과적으로 특정한 정보의 필터 안에 갇히는 필터버블(filter bubble)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

내가 진보 성향의 뉴스를 주로 본다면 AI는 계속 진보 성향의 기사를 추천할 것이다. 건강식에 관심이 많다면 관련 정보만 쏟아질 것이다. 효율적이지만 위험하다. 계속 보던 것만 보고 생각하는 대로만 생각하게 되면, 새로운 관점을 접하거나 우연한 발견을 하기 어려워진다. 인간만이 발현할 수 있는 창의성과 발견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이다.

때로는 ‘비효율의 낭만’이 필요하다
물론 효율은 중요하다. 하지만 삶의 모든 영역이 최적화될 필요는 없다. 때로는 AI를 내려놓고 ‘쓸데없는 일’을 해볼 필요가 있다. 목적 없이 서점을 배회하다 우연히 발견한 책, 길을 잘못 들어 마주친 풍경, 알고리즘이 추천하지 않은 영화. 이런 비효율 속에서 우리는 알고리즘이 설계하지 않은 예측 불가능한 발견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역사 속 위대한 발견들은 대부분 우연에서 시작됐다. 페니실린은 우연히 오염된 배양접시에서, 전자레인지는 레이더 연구 중 녹아버린 초콜릿에서 탄생했다. 효율만 추구했다면 불가능했을 발견들이다.

AI가 우리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오는 2026년,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AI의 편리함을 누리되, 가끔은 그 손을 놓아버릴 줄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쓸데없는 일을 해보고, 비효율을 즐기며, 예상치 못한 것을 발견하는 즐거움. 그것이야말로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인간다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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