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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평대전환기 조세·재정 정책의 방향과 과제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2026년 02월호
현재 한국경제는 대전환의 흐름 속에 놓여 있다. 인구구조 변화, 디지털 기술 확산, 기후위기에 대응한 녹색 전환이 진행되고 낙수효과가 작동하지 않는 현실에서 불평등과 불균형은 성장잠재력을 약화하고 있다. 여기에 미중 간 패권 경쟁, 보호무역주의 확산,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까지 겹쳐 경제환경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장동력을 회복하고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경제운용의 패러다임을 각자도생과 승자독식의 경제성장 지상주의에서 ‘포용적 성장’으로 전환하고, 이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조세·재정 체계도 개편해야 한다.

포용적 성장은 복지 확대를 넘어 분배와 성장이 선순환하는 성장모델로, 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진짜성장’ 및 ‘기본사회’의 구상과 궤를 같이한다. 특히 모든 국민에게 안정된 생활과 다양한 기회를 보장하는 ‘기본사회’는 혁신 생태계가 작동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따라서 정부는 인내자본에 대한 투자와 규제 개선은 물론 사회안전망 확충을 통해 혁신의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아울러 미중에 편중된 반도체 중심의 수출구조를 다변화하면서 국내 산업과의 시너지를 높여야 한다. AI 시대의 일자리 소멸에 대응해 ‘최후의 고용자’로서 정부의 역할도 강화해야 한다.

한편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은 양호한 수준이지만 증가 속도가 가파른 현실에서 ‘기본사회’ 구축과 전략산업 투자에 필요한 재정수요를 감당하려면 재정지출 효율화와 함께 부족한 세수를 확충해야 하며, 그 방식은 보편적이면서 누진적이어야 한다. 2024년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17.7%로 OECD 평균 25.0%에 크게 못 미치고, 조세·재정의 재분배 기능도 취약하기 때문이다.
먼저 효율적 재정운용을 위해 총액배분자율편성과 성과주의 예산제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 아울러 국회의 예산심의권과 선거제도의 대표성을 강화하고 참여예산제를 활성화해 국민의 재정수요가 예산에 정확하게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지역균형발전을 견인하는 방식으로 재정분권을 추진하고, 세수추계위원회의 기능과 독립성을 강화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세수 오차를 줄여야 한다.

세수 확충을 위해서는 비과세·감면제도를 정비하고, 소득세와 자산세 중심의 세수 증대로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면서 점차 소비세 확충도 모색해야 한다. 최근 조세지출 규모가 커지면서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수혜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근로소득자의 실효세율은 대부분의 소득 구간에서 OECD 평균보다 낮고, 면세자 비율도 2024년 32.5%에 달한다. 더욱이 근로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근로소득자와 기업은 각각 0.02%와 0.01%에 불과하다. 상장주식 양도소득세는 대주주에게만 부과되고, 종합부동산세는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최대 80%까지 감면된다. 상속세 과세자 비율도 전체 피상속인의 5.9%에 불과하다. 

이는 1960~1970년대 산업화 시기 저임금체제와 수출 대기업 위주의 불균형 성장전략을 뒷받침하던 세제의 구조적 특성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잔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화 이후 변화된 경제 현실을 반영해 조세지출을 정비하고, 고소득자·고액자산가·대기업의 과세 기반은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금융투자소득세와 탄소세를 도입하고, 투기적 성향의 다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는 중과세하며, 탈세 행위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노사정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 기구를 통해 증세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완화해야 한다.

한국은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투자국가로서 정부의 역할은 지속 가능한 재정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올해는 새 정부가 독자적으로 예산을 기획하는 첫해인 만큼 ‘포용적 성장’과 ‘기본사회’의 실현에 걸맞은 조세·재정 제도의 개편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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