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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강양구의 과학토크노벨상도 틀렸다? 우주 팽창 속도는 느려지고 있다?!
강양구 지식큐레이터 2026년 02월호

살면서 한번쯤은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보면서 경외감을 느낀 적이 있겠다. 우리 조상도 마찬가지였다. 아프리카 초원 혹은 빙하로 덮인 아시아 어느 한구석에서 사냥감을 쫓던 그들도 깜깜한 밤하늘을 보면서 똑같은 감정을 느꼈을 테다. 무려 반세기 전인 1980년에 나온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같은 책이 여전히 인기가 있는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놀랍게도 우리가 밤하늘, 즉 우주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은 지극히 적다. 우주 과학에 밝은 독자라면 당장 반론할 수도 있겠다. ‘우주는 약 138억 년 전 대폭발(Big Bang)로 탄생했다’, ‘우주는 그 시점부터 마치 풍선이 부풀 듯이 계속 팽창하고 있다’ 등의 과학 상식을 떠올리면서. 그러나 믿기지 않겠지만, 우리의 확실한 지식은 딱 거기까지다.

전체 우주의 구성 요소 가운데 (우리가 주기율표를 통해 존재를 확정한) 원자로 간주하는 4.9%의 물질 대부분은 빛을 내지 않아서 직접 관찰이 어렵다. 그중 0.5%만이 빛을 내 직접 관찰할 수 있다. 원자를 제외한 나머지 95.1%는 사실상 이름조차 붙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다.

그 미지의 영역 가운데 현재 논쟁의 중심에 선 주인공이 바로 우주의 약 68%를 차지한다고 믿어온 ‘암흑 에너지(dark energy)’다. 판타지 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 기묘한 이름의 에너지는 도대체 어떤 맥락에서 등장했는지 그 배경부터 살펴보자.


1998년의 발견, 가속 팽창이라는 상식
앞서 우주는 대폭발 이후에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태양과 지구를 비롯한 여덟 개의 행성이 중력으로 서로를 붙들고 있듯이, 우주의 수많은 천체 역시 서로를 끌어당긴다. 빅뱅 이후 처음에는 폭발의 영향으로 빠르게 팽창하던 우주도 이 중력이라는 ‘브레이크’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그 팽창 속도가 느려져야 마땅하다.

20세기 말, 과학계는 세상을 뒤흔든 놀라운 주장을 내놓았다. 우주가 느려지기는커녕 오히려 점점 빨리(가속) 팽창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력을 거스르고 우주를 더 거세게 밀어붙이는 정체불명의 가속 페달, 과학자들은 이 미지의 힘을 바로 ‘암흑 에너지’라고 불렀다. 암흑 에너지가 현대 우주론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계기다.

분기점은 1998년이었다. 미국과 호주의 과학자가 빛의 속도로 수십억 년 떨어져 있는 은하의 별(초신성)을 관찰하고 나서, 그 별의 밝기가 예상보다 어둡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별의 밝기가 예상보다 어둡다는 것은 그 별이 우리 생각보다 지구에서 더 멀리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과학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우주가 같은 속도로 팽창하는 것이 아니라 점점 빨리(가속) 팽창해야 이런 관측 결과를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누군가 뒤에서 미는 것처럼 우주가 ‘가속 팽창’하고 있다는 새로운 우주 지도가 그려진 것이다. 당연히 우주가 가속 팽창하려면 그걸 뒷받침하는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암흑 에너지다.

결국 1998년의 발견을 주도했던 미국의 세 과학자는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는다. 이로써 가속 팽창과 암흑 에너지는 반박 불가능한 교과서 속 상식이 됐다. 하지만 2025년 11월, 이 가속 팽창과 암흑 에너지의 역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연구 결과가 세상에 등장했다. 그 주인공은 연세대 이영욱 교수다.

이영욱 교수는 2011년 노벨상의 근거가 된 1998년 관측 결과의 허점을 지적했다. 1998년의 과학자는 우주 가속 팽창의 근거로 ‘Ia형(1-A형) 초신성’을 활용했다. 이 별은 폭발할 때 에너지가 일정해 어디서나 똑같은 밝기를 내는 ‘표준 촛불’로 여겨졌다. 등대 전구의 밝기를 알고 있으면 배에서 어떤 등대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그 밝기로 계산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런데 등대 전구의 밝기가 저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애초 등대 전구의 밝기가 똑같다고 가정하고 거리를 계산한 결과는 모조리 재검토돼야 할 것이다. 이영욱 교수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파헤쳐서 확인한 충격적인 결과가 바로 ‘표준’ 역할을 했던 별(Ia형 초신성)의 밝기가 그 별이 속해 있는 은하의 나이에 따라 다르다는 사실이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젊은 은하’의 별은 애초 알고 있던 밝기보다 어두웠고, 나이 든 ‘늙은 은하’의 별은 애초보다 더 밝았다. 2011년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는 초신성을 보고 ‘생각보다 어둡네!’ 하면서 우주가 가속 팽창해서 별이 저 멀리 밀려난 것이라 결론을 내렸다. 이영욱 교수의 발견대로라면, 그 별은 단지 젊은 은하에 속해 있어서 원래 어두웠던 것뿐이었다.

이렇게 그 별이 어두운 이유를 다르게 파악하면, 1998년의 거리 계산 결과와 그에 따른 가속 팽창 결론은 부정당한다. 등대 불빛이 희미해 배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배 가까이에 있는 등대의 전구 밝기가 애초 어두운 것일 뿐이었다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이영욱 교수의 지적대로 별의 실제 거리가 생각보다 가깝다면,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는 결론도 힘을 잃는다. 이영욱 교수는 새로운 데이터로 계산해 보면 우주 팽창 속도가 점점 빨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느려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가속 팽창이 아니라 감속 팽창이라는 것!


2026년, 우주의 진실을 가릴 판결의 시간
14년 전에 노벨상을 받은 연구 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한 이영욱 교수의 연구 결과가 『영국왕립천문학회지(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에 실린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이 잡지는 1827년 창간된 천문학계의 ‘명예의 전당’ 같은 학술지다. 이영욱 교수의 연구 결과가 학문적 검증을 통과한 공식 과학 논쟁이 된 상징적 사건이다.

이영욱 교수와 동료 연구자는 칠레의 베라 루빈 천문대에서 수행될 LSST(Legacy Survey of Space and Time) 프로젝트가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쏟아낼 관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32억 화소의 초고해상도로 찍어낼 수만 개의 초신성 데이터는 ‘젊은 은하의 별일수록 어둡다’라는 이영욱 교수의 주장을 최종적으로 교차 검증하게 될 것이다.

만약 이 ‘거대한 도전’이 사실로 확정된다면 교과서의 ‘가속 팽창’은 ‘감속 팽창’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또 가속 팽창을 위해 우주에 약 68%나 존재한다고 가정한 암흑 에너지라는 이름의 ‘가상의 힘’ 자체가 설 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암흑 에너지가 차지했던 자리를 대신할 새로운 미지의 존재가 무엇인지 찾는 과제도 뒤따른다.

우리는 과학자가 아니니, 이 대목에서 상상력도 발휘해 볼 수 있다. 만약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가 계속해서 느려져 어느 시점에 멈추고 오히려 수축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주의 미래는 한 점으로 모이는 ‘빅 크런치(Big Crunch, 대수축)’일까? 어쩌면 우리는 우주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바뀌는 역사적 시점에 서 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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