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만든 웹툰·웹소설이 유통되는 플랫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창작자가 직접 작품을 연재해 수익도 낼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플랫폼에 연재된 작품의 주인공과 채팅을 할 수 있는 캐릭터챗이라는 기능입니다. 올해 목표는 관련 학과가 있는 70개 모든 대학에 투닝플러스를 전부 무료로 보급해 AI 저작을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하려 합니다.”
2025년 9월 제주도에서 APEC 중소기업 장관회의가 열렸다. 중국, 페루, 일본, 대만 등 아시아·태평양 총 21개 회원국에서 중소기업·스타트업 정책을 담당하는 장관과 차관들이 참석했다. 필자도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모시고 같이 참석했다. 오전 전체 회의가 끝나고 각국 장관들과 함께 방문한 스타트업 부스에서 유독 돋보인 창업자가 있었다. 이호영 툰스퀘어 대표다. 그는 한국이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웹툰을 AI로 빠르게 제작하고 이를 아이들의 교육 현장에까지 적용하는 과정을 유창한 영어로 자신 있게 설명해 각국 장관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은 스타트업 창업자였다.
마침 지난 1월 개최된 AI 기본법 관련 국회 간담회에서 그를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인터뷰를 요청했고, 서울 AI 허브에 있는 툰스퀘어 사무실을 방문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부업으로 웹툰 작가로 활동하다 아이디어 얻어···
위인과 대화 가능한 교육용 AI 도구 ‘투닝’ 개발 이 대표는 홍익대 미술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삼성전자에서 UX디자이너로 9년 동안 일하다 툰스퀘어를 창업했다. 그에게 창업 동기를 물었다. “삼성전자를 다니면서 부업으로 웹툰 작가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취미로 했던 것인데 계약을 하고 정식으로 연재하니 너무 힘들더라고요. 손목이 아파 연재를 중단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때 웹툰 작가의 고충을 이해하게 됐고, 그들의 노고를 덜 수 있는 저작 도구를 만들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이 대표는 이 아이디어로 2017년 삼성전자의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C랩에 지원해 합격했고, 2년간의 검증 기간을 거친 뒤 2019년 삼성벤처투자의 투자를 받으며 독립했다.
하지만 AI 기술로 웹툰 작가의 반복적인 일을 자동화해 돕는다는 첫 사업 방향은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웹툰 작가들이 AI에 거부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외의 고객에게서 돌파구가 나왔다. “웹툰 작가들은 ‘내가 직접 그리는 것이 좋다, AI는 싫다’라는 입장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초기 고객인 학교 선생님 한 분이 ‘아이들과 함께 쓸 교육용 AI 도구가 필요하다’고 요청해 왔습니다.” 이 대표는 ‘이거다!’ 싶어 초등학생 교육용 AI 도구 개발을 시작했다.
그렇게 개발한 것이 바로 ‘투닝’이다. 학생들이 선생님의 지도와 모니터링 아래 안전하게 생성형 AI를 이용해 공부할 수 있는 도구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세종대왕 책을 읽었다면 직접 세종대왕과 대화해 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세종대왕, 정조대왕 등 역사 속 인물에 대해 AI가 학습하도록 했죠. 학생들은 직접 위인들과 채팅을 통해 대화를 나눌 수 있고 김홍도, 이중섭, 신사임당 등 역사 속 유명 화가의 화풍을 따라 그림을 그릴 수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선생님은 학생들이 어떤 대화를 하고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 모두 모니터링할 수 있습니다. 즉 이상한 얘기를 하지 않도록 걸러낼 수 있는 거죠.” 이렇게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웹툰을 만드는 창작 과정을 거치면 아이들의 교육 효과가 크게 올라간다. 자연히 교육 현장에서 좋은 반응을 받으며 투닝은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전국 1,300여 곳의 학교에서 유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약 2만5천 명의 선생님과 100만 명의 학생이 이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에는 15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도 스토리만 있으면
웹툰 연재할 수 있는 프로그램 선보여 투닝의 성공에 힘입어 지난해 4월부터는 ‘투닝플러스’를 선보였다. 투닝플러스는 AI를 활용한 웹툰·애니메이션 저작 도구다. 스토리만 있으면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도 웹툰을 연재할 수 있다. 우선 북미에 출시했는데 바로 1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요즘에는 글을 잘 못 써도 AI 툴인 클로드(Claude)로 스토리와 글을 다듬어 누구나 웹소설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입니다. 투닝플러스를 통해서도 기본적인 스토리와 함께 캐릭터를 작가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 웹툰을 그릴 수 있습니다.”
투닝플러스는 누구나 등장인물 캐릭터를 마음대로 생성하고 카메라 위치 등도 설정해 장면을 빠르게 그릴 수 있어 웹툰 제작 속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킨다. 이 대표는 국내외 유명 웹툰 제작회사들과 협업해 투닝플러스로 빠르게 웹툰을 제작해 내고 있다. “프리미엄 IP를 투닝플러스로 만들었다는 증명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일본의 유명 웹툰 유통회사에 접촉해 작품 두 개의 스토리를 받았습니다. 주어진 제작 기간이 6개월 정도였는데 저희가 두 달 만에 끝내버렸습니다. 제작 기간을 3분의 1로 줄인 셈이죠.”
이런 방식으로 <여신강림2>, <풀하우스> 등의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투닝플러스를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최근에는 20명 정도의 웹툰·웹소설 작가와 PD들이 소속된 콘텐츠 스튜디오를 합류시켜 회사 규모가 60명 정도로 커졌다.
이 대표는 투닝플러스를 통해 한국 웹툰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한국은 웹툰 종주국입니다. 그래서 웹툰 관련 스토리 등 데이터도 많고 결과물을 테스트할 사람들도 많습니다. 관련 교육을 제공하는 학과 등 인프라도 풍부해 AI 기술을 더한다면 한국이 가장 뾰족하게 키울 수 있는 분야가 웹툰산업일 겁니다.”
투닝플러스에 이어 이 대표가 야심 차게 만들어낸 것이 Z세대를 겨냥한 새로운 AI 중심 웹툰·웹소설 작품 유통 플랫폼, ‘디브(Deev)’다. “AI로 만든 웹툰·웹소설이 유통되는 플랫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창작자가 직접 작품을 연재해 수익도 낼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플랫폼에 연재된 작품의 주인공과 채팅을 할 수 있는 캐릭터챗이라는 기능입니다.”
툰스퀘어의 비전은 ‘1% 창작자들이 누리는 기쁨을 99%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한다’이다. 이 비전이 실현된다면 한국의 웹툰·웹소설 시장은 비약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다만 AI 기술이 과도하게 사용되는 것에 대한 웹툰 작가들의 거부감이나 일반인들의 우려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AI 저작에 대한 작가들의 거부감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면서 “그래서 올해 목표는 관련 학과가 있는 70개 모든 대학에 투닝플러스를 전부 무료로 보급해 AI 저작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하려 한다”고 말했다. 웹툰 생태계가 AI를 더욱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미래 작가들에게 씨앗을 뿌리는 셈이다.
이 대표는 전 세계를 통틀어 처음으로 한국에서 시행되는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에 대해서도 AI 스타트업을 대표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이왕 일찍 시행하는 법이니 잘 운영됐으면 합니다. 현장의 AI 스타트업들은 법의 내용을 잘 모르고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들여다보니 생각보다 유연하게 잘 짜여져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이해하기 쉽게 정부가 법의 내용을 잘 전달해 줬으면 합니다.”
창업 후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이 대표는 창업하길 정말 잘했다고 말했다. “저는 9년 동안 삼성에 있었던 것보다 1년 동안 스타트업을 하면서 더 많이 배운 것 같습니다. ‘더 빨리 창업할 걸’ 하고 후회할 정도입니다.”
세계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가진 한국의 웹툰산업이 툰스퀘어 같은 스타트업의 도전을 통해 또 한 단계 도약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