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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임정욱이 만난 혁신기업가“우주에서 이동하는 방식을 바꾸는 기업이 되겠습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공동대표 2026년 04월호

박동하 코스모비 대표

“오픈이노베이션 과제가 좋은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대기업이 스타트업 기술을 활용할 경우, 해당 스타트업이 후속 사업 수주에 유리해지는 등 인센티브가 있어야 실질적인 협업이 이뤄질 수 있다고 봅니다.”

지난해 4월,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주최하는 테헤란로커피클럽에서 박동하 코스모비 대표의 발표를 들었다. 20대 후반의 카이스트 대학원생이 위성용 전기추력기를 개발하겠다며 또렷한 눈빛으로 사업을 설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로부터 7개월 뒤인 지난해 11월 27일, 한국이 독자 기술로 개발한 우주발사체 누리호의 4차 발사가 성공했다. 누리호는 1.5톤급 실용위성을 지구 상공 600~800km 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3단형 로켓으로, 개발에 약 2조 원이 투입된 대한민국 우주 개발의 상징이다. 이날 누리호에는 12기의 큐브위성이 실렸다. 큐브위성은 가로·세로·높이 각 10cm 크기를 기본 단위(1U)로 하는 정육면체 형상의 초소형 위성으로, 대학이나 스타트업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우주에서 기술을 검증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그중 하나인 ‘K-HERO’가 바로 코스모비가 개발한 초소형 홀추력기를 탑재한 위성으로, 국내 발사체로 발사된 위성 가운데 최초로 전기추력기를 탑재했다. 누리호 발사 성공 소식을 접하며 테헤란로커피클럽에서의 만남이 떠올랐다. 박 대표를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어 『나라경제』 인터뷰에 초대했다.

우주와 로켓 좋아하던 소년, 대학 수업 듣고 창업 결심…
전력 대비 추력이 높고 구조가 간단한 홀추력기 개발 중

코스모비는 위성용 전기추진 시스템을 만드는 회사다. 전기추력기는 기체 연료를 전기 에너지로 이온화시킨 뒤 전기장으로 가속해 추력을 얻는 장치다. 기존 화학추진 방식에 비해 연료 효율이 높아 같은 무게의 위성을 발사하더라도 연료를 대폭 줄이고 그만큼 유용한 장비를 더 실을 수 있다. 군집위성 시대의 핵심 기술이다. 

“전기추력기 기술 자체는 1960년대에 미국과 소련이 심우주 탐사를 위해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군집위성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다시 각광받고 있어요. 여러 대의 위성이 하나의 궤도에서 간격을 유지하며 운용되려면 연료를 극도로 효율적으로 써야 하거든요. 전기추력기가 바로 그 역할을 합니다.”

그중에서도 코스모비가 개발하는 홀추력기는 전력 대비 추력이 높고 구조가 간단해 양산에 유리하다. 그러나 고성능의 홀추력기를 설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기장을 어떻게 만들지, 채널의 길이와 깊이를 얼마로 설정할지 등 핵심 설계 변수들은 시뮬레이션만으로는 풀 수 없다. 오직 수많은 실험과 시행착오를 통해서만 최적값을 찾아낼 수 있다. 게다가 고성능 전기추력기는 수출 제한 품목이어서 기존 제품을 분해해 새로 역설계하는 리버스 엔지니어링도 불가능하고, 학회에서도 핵심 설계 기법은 절대 공유되지 않는다.

“저희가 이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던 건 최원호 카이스트 교수님께서 2003년부터 20년 넘게 쌓아오신 연구 덕분입니다. 다양한 전력 대역에서의 설계 노하우와 실험 데이터가 축적돼 있었기에 저희는 그 모델을 토대로 제품화할 수 있었습니다.”

박동하 대표는 1997년생으로 고려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어릴 때부터 우주와 로켓을 좋아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일하는 것이 꿈이었다. 전환점은 대학교 3학년인 2020년, ‘기업가 정신’ 수업을 들으면서 찾아왔다. “그 수업에서 처음 창업이라는 길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전까지는 창업이라 하면 내 돈 쓰고 망하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투자를 받아서 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 연대보증을 걸 필요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됐죠.” 

우주와 창업을 연결 지어 생각하기 시작한 그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위성 전기추진을 연구하는 최원호 카이스트 교수의 연구실에 2022년 석사과정으로 입학했다. 처음부터 창업을 염두에 두고 간 것이었다. 입학하자마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주관하는 큐브위성 경연대회에 도전하자고 교수님께 제안했다. 이 대회에서 선발되면 위성 개발 비용을 지원받고, 실제 누리호에 실어 우주로 발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선발 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박 대표는 이것을 학교의 성과로만 남기기엔 아깝다고 느꼈다. “우리가 처음 만든 결과물인데 회사로서 해보는 게 좋겠다 싶었어요.” 그렇게 2023년 7월, 연구실 박사과정 동료 3명과 함께 코스모비를 창업했다.

주목할 점은 창업의 주도권이 학생에게 있다는 것이다. 한국 대다수의 실험실 창업이 교수가 대표를 맡고 학생이 실무를 하는 구조인 것과 달리, 코스모비는 학생인 박동하 대표가 경영을 이끌고 최원호 교수는 기술 자문 역할을 맡았다. 해외에서는 이런 구조가 많지만 한국에서는 흔치 않다. “교수님께서 이미 한 번 실험실 창업을 경험해 보셨고, 결국 학생이 발 벗고 뛰는 창업 기업이 잘 된다는 생각을 갖고 계셨습니다.” 훌륭한 스승을 만난 셈이다.

누리호 발사 활용해 핵심 부품 단계적으로 검증하고
올해 홀추력기, 연료공급장치 등 통합한 ‘허니비’ 개발 목표 

코스모비가 주목하는 것은 초저궤도(VLEO)다. 기존 위성이 500~800km 고도에서 운용되는 것과 달리 300km 이하까지 내려가 운용하는 영역이다. 고도가 낮아지면 사진 해상도가 높아지고 통신 지연도 줄어든다. 방사능 영향도 적어 비싼 우주급 소자 대신 상용 부품을 쓸 수 있어 위성 제작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다만 지구와 가까운 만큼 미세한 대기 저항이 있어 추진 장치 없이는 몇 주 만에 궤도에서 떨어진다. 전기추력기로 매일 궤도를 보정해 줘야 하는 것이다. 바로 코스모비의 기술이 필수적인 이유다.

누리호 4차 발사로 궤도에 올라간 K-HERO 큐브위성은 현재 정상적으로 교신 중이며, 홀추력기 점화를 위한 배터리 충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8월 예정된 누리호 5차 발사에 들어가는 홀추력기의 핵심 부품인 할로우 음극 검증 모듈은 이미 납품 완료했고, 2027년 6차 발사에는 전력변환장치 모듈의 탑재가 확정됐다. 이처럼 코스모비는 누리호 발사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핵심 부품을 하나씩 우주에서 검증하는 단계적 전략을 취하고 있다. 올해 안에 홀추력기, 연료공급장치, 전력변환장치를 통합한 상용 제품 ‘허니비’의 개발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코스모비는 10명의 직원이 대전에서 밤낮 없이 일하고 있다. 공동창업자 4명은 카이스트 박사과정을 병행하면서 연구와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시드 투자에 이어 컴퍼니케이파트너스, KT인베스트먼트, 디캠프로부터 프리-A 투자를 유치했고, 중소벤처기업부 팁스(TIPS)에도 선정됐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한항공 등 위성체계 기업들과 오픈이노베이션 과제를 통해 협력 관계도 구축해 나가고 있다.

다만 과제도 있다. 스타트업이 좋은 기술을 개발해도 대기업인 수요 기업이 채택해 주지 않으면 사업화가 어렵다는 점이다. “열심히 개발해도 수요 기업 측에서 막히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오픈이노베이션 과제가 좋은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대기업이 스타트업 기술을 활용할 경우 해당 스타트업이 후속 사업 수주에 유리해지는 등 인센티브가 있어야 실질적인 협업이 이뤄질 수 있다고 봅니다.”

코스모비의 궁극적인 꿈은 뭘까. “우주에서 이동하는 방식을 바꾸는 기업이 되는 겁니다. 유치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인 꿈은 다른 행성에서 해가 뜨는 걸 보는 것이에요. 화성에서 뜨는 해를 제 눈으로 직접 보고 싶습니다.”

28세 청년 창업자가 이끄는 코스모비가 한국 우주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화성에서 해가 뜨는 것을 보겠다는 박동하 대표의 원대한 꿈이 현실이 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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