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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쓸모없음의 쓸모자기반성을 한다는 것
김중혁 소설가, 『펭귄뉴스』, 『가짜 팔로 하는 포옹』 작가 2026년 04월호

요즘 들어 사람들이 자주 묻는다. 인공지능의 위협이 걱정되지 않냐고, 일자리 뺏길까 봐 두렵지 않냐고. 직업마다 사람마다 걱정의 크기가 다르겠지만 ‘인공지능으로 인해 사라질 위기 직업 TOP 10’에 ‘작가 및 저술가’가 당당히 상위에 있어서 자꾸 그런 걸 묻는 모양이다. 작가가 직종별 소득이나 평균 수명에서 하위권을 맴돌 때처럼 눈물 나는 통계다. 통역사, 번역가, 역사학자, 승무원, 안내원, 상담원, 서비스 영업사원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소설과 영화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예술가들은 필요 없는 걱정을 미리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아직 닥치지 않은 미래를 마음껏 상상해 왔다. 작가의 상상을 망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작품 속 예언이 실제로 이뤄진 경우도 많다. 작가 아서 클라크는 지구궤도 통신위성과 태블릿 PC를 예견했고, 윌리엄 깁슨은 사이버 공간을 미리 내다봤다. 쥘 베른은 19세기에 이미 영상 통화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최근에 본 영화 <노 머시: 90분>에서는 인공지능 판사가 등장한다. 체포된 용의자는 인공지능 판사 앞에서 90분 안에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야 한다. 90분이 지났는데 범인일 확률을 97퍼센트 아래로 떨어뜨리지 못하면 인공지능이 즉각 사형을 집행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시나리오 작가는 최악의 경우를 떠올린 것이겠지만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법 제도’는 아마도 인간이 만들어낸 최고의 시스템일 것이다. 오랫동안 다양한 사람들의 논의를 거쳐 만들어낸 법 조항들이 여러 사건을 통과하면서 사회적 약속으로 굳어졌다.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법을 공부하고, 판사가 되어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실상은 한숨 나는 경우가 많다. 

돈 많고 권력 있는 사람들을 배려한 어이없는 선처도 많고, 가난한 사람에게만 비인간적으로 느껴지는 잔인한 판결도 많다. 영화 <노 머시: 90분>을 제작한 사람들도 “저따위 판결이라니! 차라리 인공지능이 판사를 하는 게 낫겠다!”라는 울분으로 시작했을지 모른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지만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인간이 그 어떤 생명체보다 뛰어난 점은 실수를 인정하고 잘못은 사과하고 약점을 솔직히 고백하는 데 있다. 인공지능 판사가 실제로 생긴다면 그는 사과하지 않을 것이다. 증거와 데이터를 토대로 가장 그럴듯한 결론을 도출했으니 후회할 리 없다. 책임도 지지 않는다. 자신도 똑같은 잘못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없다. 소수 의견도 없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많은 직업을 대체하는 미래가 두려운 이유는 인간의 예외적인 능력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안도감도 든다. 인공지능이 작가를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작가들의 작품은 실수의 사례집이고 자기반성의 모음집이다. 실수는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 것이고, 작가는 실수할 때마다 (반복되는 실수에) 괴로워하면서도 (이야기에 보탤 게 생겼으니) 즐거워할 것이다. 인공지능은 그런 감정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인공지능에 위협받는 직종에서 작가는 빼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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