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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평잠재성장률 반등, 공기업 혁신에서 답을 찾자
성창훈 한국조폐공사 사장 2026년 04월호
새 정부 성장정책의 최고 목표는 잠재성장률 반등이다. 과도한 인플레이션 없이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부터 5년마다 1%p씩 하락해 왔고, 현재 1% 후반대다.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40년대에는 0% 내외까지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잠재성장률을 하락에서 상승으로 반전시키는 것이야말로 가장 도전적인 정책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양적 성장이 한계에 도달한 점을 감안해 생산성 향상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AI가 있으며, 미국·중국에 이은 ‘AI 3대 강국’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생산성 향상은 민간 부문이 주도하겠지만 공기업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 최근 대통령이 공기업 통폐합과 개혁에 속도를 내달라고 강조한 이유도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하는 데 기여하라는 취지일 것이다. 공기업 혁신은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 먼저, 국내 30개 공기업은 전력과 가스 등 에너지, 도로·철도·항공과 같은 물류서비스 등 기업 활동에 필수적인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경제안보가 중요시되고 AI 시대가 본격화될수록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 구조, 그중에서도 전력 공급의 중요성은 커진다. 둘째, 2024년 기준 공기업의 전체 매출은 263조 원, 임직원 수는 15만 명으로 국민경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민간 부문에서 우리 기업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와 물류 등 공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격과 품질이 우수해야 한다. 그러나 공기업은 독과점 구조가 많아 시장의 힘만으로 혁신을 담보하기 어렵고, 공기업 평가 등 정부의 합리적인 규율과 유인 설계가 필요하다. 잠재성장률 반등에 기여하기 위한 공기업의 혁신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같은 업종의 ‘세계 1등’ 공기업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 공기업이 세계 1등 공기업 수준의 서비스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때, 우리 기업도 글로벌 기업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예로, 한국전력은 미국·중국 등 경쟁국보다 가격과 품질 면에서 더 나은 전력을 공급해 AI 발전을 뒷받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 1등 공기업과의 격차를 공개하고, 매년 이를 줄여나가는 ‘야드스틱(비교기준) 경쟁’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국내 공기업은 보유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 한국조폐공사는 화폐 제조에 활용되는 위변조 방지 기술과 압인·세공 기술을 바탕으로 브랜드 보호 상품과 기념 메달 등 문화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 시대에 대응한 ICT 기술을 모바일 신분증과 지역화폐, 온누리상품권 등에 활용하는 ICT·핀테크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신사업이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다른 공기업도 보유 기술을 산업화해 신시장을 여는 혁신 사례를 연구해 볼 만하다. 

셋째,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책임을 전제로 공기업의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 세계 1등 벤치마킹과 신시장 개척을 핵심성과지표(KPI)로 삼고, 그 범위 안에서 사업 영역과 인사, 예산 등에서 재량권을 확대해야 한다. 성과가 나면 그에 걸맞은 권한과 보상을 부여하되, 성과가 없으면 책임을 묻는 구조가 혁신의 전제 조건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잠재성장률 반등은 민간의 혁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공기업 혁신으로 에너지와 물류서비스의 생산성을 높이고, 보유 기술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때 민간의 혁신도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공기업과 민간 부문의 혁신이 맞물려 갈 때 잠재성장률 반등은 구호가 아니라 경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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