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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천천히 읽기“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이인웅(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2011년 02월호
자아를 찾아 끝없이 방황하는 파우스트는 절규한다.
“나란 존재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는 괴테가 자신에게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인간에게 던지는 화두다. 나는 누구이며, 어떤 존재일까.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중세 독일에 생존했던 파우스트란 인물은 유럽예술가들의 작품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주인공이다. 그중에서 괴테(1749-1832)의 「파우스트」(1832)가 제일 유명한데, 이는 누구에게나 자신의 인생관과 세계관을 생각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파우스트」에 구현된 인생이란 어떠한 것인가. 파우스트는 자기 본질과 우주의 비밀을 깨닫기 위해 선악을 초월해 노력하는 인간이다. 모든 학문을 섭렵하지만, 궁극적 진리를 파악하는 데 실패하고 절망한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자연의 비밀을 통찰하고 최고의 향락을 맛보고자 악마에게 몸을 판다. 그가 만족하는 순간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라고 말한다면, 저세상에서 악마가 그의 영혼을 가져간다는 계약이다.

학문에 좌절한 노(老)학자 파우스트는 마술을 이용해 사건의 변전 속으로 휘말려 들어간다. 마녀가 준 영약을 마시고 20대 청년으로 회춘한 그는 순결한 처녀 그레첸을 당장 품에 안고자 한다. 그녀는 파우스트와의 사랑을 위해 자신의 어머니와 사생아를 살해하고, 오빠까지 죽게 한다. 결국 광증을 일으킨 채 감옥에 갇혀 심판을 받는다.

애인과의 비참한 체험으로 쓰러진 파우스트는 자연의 소생력으로 다시 깨어난다. 그리고 시공을 초월한 봉건제국 황제의 궁정으로 간다. 지하의 보물을 담보로 지폐를 발행해 재정난을 구하고, 그곳에서 전개되는 정치생활에 끼어든다. 실권 없는 황제의 총애를 받으며, 막강한 권력과 재력으로 온갖 체험을 한다. 그러나 이 거대한 인생의 단면에서도 끝없는 실망만을 느낀다.

그의 인생길은 동서고금의 최고 미녀 헬레나와의 결혼생활로 이어진다. 전원적 환경의 아르카디아로 가서 가정을 이루고 천재적인 자식을 낳는다. 무한을 추구하는 아들은 암벽에서 양팔을 펼치고 비약하다가 거꾸로 떨어져 죽고, 아내인 헬레나도 저승으로 돌아간다. 그녀와의 부부생활이 전개된 삶도 깊은 불만으로 끝나 그는 다시금 절망에 빠진다.

파우스트는 이제 인류를 위한 창조를 추구하며, 공공이익을 위해 살고자 한다. 끝없이 전개된 바다를 밀어내고 만인을 위한 옥토를 만든다. 정원과 궁전을 짓고, 항구를 열어 무역을 하고, 수백만 인간에게 비옥한 토지를 개간해준다. 불우한 사람들을 위해 사는 인생에서 고통을 느끼기도 하고,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눈은 멀지만 내면으로 밝아지는 정신 속에서 자기가 만든 땅위에 오곡이 푸르러지고 수많은 백성이 자유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한다. 이런 이상향을 꿈꾸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예감하고, 어느 정도의 만족에 지속을 염원한다. 그리고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하는 외침과 동시에 쓰러지고, 이 세상과 영원히 작별한다.

가난한 백성을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도록 하는 노력에서 파우스트는 내면적 만족을 예감한다. 이런 인생길이 우리 현대인들의 삶에도 하나의 이정표가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