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고용시장의 문제점을 한마디로 적시하면 양호해 보이는 겉모습에 비해 내용은 열악하다는 것이다. 3%대인 공식 실업률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10%를 넘는 유로국가들이나 8%를 넘는 미국과 비교하면 거의 완전고용에 가깝다. 그러나 우리나라 총취업자 약 2,500만명 중에서 저소득층이 1천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비정규직이 600만명을 훨씬 넘고 있으며 역시 600만명을 넘는 자영업자 중에서 영세자영업자와 무급가족노동종사자를 합치면 거의 400만명에 육박한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일자리 창출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은 하면서도 정작 일자리의 원천인 성장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낙인 때문에 표를 얻는 데 보탬이 안 된다고 치부한다면 이는 큰 잘못이다. 성장 없이 일자리를 늘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장의 가치를 인정하되 고용 있는 성장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길이다.
고용 있는 성장이 필요하다고 해서 개방경제인 우리나라가 노동집약적인 산업구조로 회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제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이는 고용에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노동생산성 모순’을 타개하는 활로가 있다. 노동생산성이 높은 고부가가치산업의 비중을 높이는 산업구조 고도화를 통해 수출과 내수를 확대해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의 주력 수출산업은 IT기술 등과의 융ㆍ복합, 디자인 등 감성기술의 접목을 통해 한층 더 스마트화ㆍ고기능화해 수출을 계속 확대해 나가야 한다. 세계경제 여건이 좋지 않지만 그럴수록 우리의 수출시장점유율을 높여 나가는 공격적인 기업전략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제조업 중심의 수출이 늘어도 고용은 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조업을 경시하는 정서가 만연돼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제조업 중에서 고용이 많이 줄어드는 분야는 노동집약적 업종일 뿐이며 수출주력 제조업은 고용이 늘고 있다. 더욱이 서비스산업 중에서 좋은 일자리가 많은 연구개발ㆍ운송ㆍ금융ㆍ시장조사 등은 제조업 기반이 있어야만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고용창출능력은 서비스산업이 훨씬 높기 때문에 서비스산업의 선진화는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과제다. 역설적으로 우리나라는 서비스산업 후진국이기 때문에 발전의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 서비스산업 중에서도 만성적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사업지원서비스와 교육, 여행서비스를 고부가가치화해 수입을 줄이고 수출산업으로 전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산업은 특별한 정책적 관심을 필요로 한다. 지식창조사회에서 소프트웨어는 모든 산업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우리나라가 IT강국이라고 불리지만 이는 하드웨어에 국한된 현상일 뿐이고 소프트웨어는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 소프트웨어 전문인력 양성, 정부구매제도 개선, 공공소프트웨어 개발을 통한 시장창출 등 적극적 지원이 강구돼야 한다.
복지수요를 충족시키는 사회적 서비스 역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다. 여야 모두 복지예산을 늘리겠다고 공약하고 있고 국민들의 복지수요 또한 다양화ㆍ고급화되고 있으므로 관련 일자리 역시 크게 늘어날 것이다. 다만 현재의 복지일자리는 서비스의 질이 낮고 처우가 열악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 분야의 일자리를 중간소득 수준 정도의 일자리로 개선해 나가면 특히 여성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