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 열기가 가열되고 있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3파전으로 굳어진 이번 선거구도는 어느 누구의 승리를 쉽게 점치기 힘든 팽팽한 접전 양상이다. 이들은 예년에 비해 시기가 늦기는 했지만 각자 대권을 잡았을 때 펼칠 통치 청사진을 내놓고 유권자들의 표심 잡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대선주자들이 내세운 공약의 공통점을 꼽으라면 경제정책이다. 가계부채 대책과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등 경제 문제가 주를 이룬다. 이를 보면 이번 선거의 화두 역시 경제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지난 1992년 빌 클린턴이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슬로건을 내걸어 경쟁상대인 조지 부시 대통령을 물리쳤을 때를 연상케 한다. 3명의 유력 후보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문제는 경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임에 분명하다. 그만큼 우리 경제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떠올라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경기침체와 과도한 가계부채, 청년실업 등 심각한 문제로 휩싸여 있다. 특히 글로벌 경제가 침체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집을 팔고 싶어도 못 팔고 원리금 상환에 등골이 휘는 하우스 푸어들의 고민도 점점 커지고 있다.
여기에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2%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은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한국은행이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3.2%로 조정하는 등 국내외 기관들의 하향조정도 잇따르고 있다. 대선주자들이 경제 문제를 주요 화두로 잡고 이에 대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는 것은 이런 상황을 인식한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구체적 대책을 살펴보면 이내 마음이 무거워진다. 주요 후보들의 경제정책 공약에선 큰 차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 경제민주화라는 구호 아래 대기업에 대한 공격이 주를 이룬다. 대기업 순환출자 해소나 재벌에 대한 규제강화가 이뤄진다면 우리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문제들이 해소될 수 있을까.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우리 국민은 올해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이슈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꼽고 있다. 번듯한 대학을 졸업하고도 직장을 구하지 못해 백수신세를 면치 못하는 청년들이 부지기수다. 지난 1997년 58%에 달했던 청년(18~29세) 고용률이 2004년 이후 연속 하락해 2011년에는 51%에 불과하다.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의 수준과 비슷하다.
100세 시대를 맞아 환갑을 넘어도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음에도 50대에 조기퇴직을 당해야 하는 중장년층의 고용불안도 심각한 문제다. 중장년층 근로자의 고용불안과 경력단절은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인적 자원 활용을 낮춰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또 노후 대책이나 빈곤 문제로 이어져 사회불안을 가중시킨다. 700만명에 육박하는 자영업자들은 경기침체에 따른 수익성 하락으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솔직히 일반 서민들은 경제민주화나 역사인식 등 정치적 이슈에는 별 관심이 없다. 자신의 일자리와 먹거리 문제가 더 큰 관심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번 선거에선 일자리 대책을 잘 내놓는 후보가 표심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1970년대 경제성장과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사정이 대타협을 통해 일자리를 나누면서 실업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대타협을 이뤄내든지 고용을 동반할 수 있는 획기적 성장 방안을 내놓든지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대안을 내놔야 한다. 이젠 단순히 경제만으로는 안 된다.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각 후보 캠프에 한마디한다면 ‘문제는 일자리야, 바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