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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평대외지향 DNA를 살려야 한다
안충영ㆍ중앙대 석좌교수, 외국인투자옴부즈만 2012년 12월호

우리나라가 제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1962년에 실시한 이래 반세기가 흘렀다. 그동안 한국경제는 철저한 대외지향정책으로 세계 최빈국에서 완전 선진국 문턱에까지 이르는 세계적 성공사례를 만들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5위의 선진국에서 중진국으로 추락한 아르헨티나 사례는 있어도 후진국에서 참된 선진국으로 승격 사례는 없다. 우리의 성공비결은 어디에 있는가? 50년 전 세계의 모든 후진국들이 수입대체 대내지향 공업화의 길을 갈 때 우리는 수출주도 대외지향 성장을 택했다. 해외시장에서 모든 나라와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생산효율을 체질적으로 터득하고 선진제도와 기술을 어깨너머로 배웠다. ‘해외시장 개척’과 ‘국제경쟁력’ 화두가 우리의 일상어로 자리 잡고 우리 경제의 DNA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지금 우리는 선진국 문턱에서 상승이냐 답보냐의 갈림길인 상위중진국 신드롬 함정에 빠져 있다. 한때 과잉인구를 걱정하던 나라가 지금은 OECD국가 가운데서 가장 낮은 출산율과 빠른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다. 국내투자 부진으로 자본스톡 총량도 제자리에 있다. 우리의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 중반까지 8%에서 지금은 2%대로 추락하고 있다. 노동과 자본의 하락과 정체를 메우는 기술력도 응용기술에서 부분적 성공을 거뒀지만 이공학과 의학 분야에서 노벨 수상자를 한 사람도 배출 못한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인구와 국토에서 우리나라의 3분의 1에 불과한 네덜란드는 이들 분야에서 1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고 일본은 17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지금 우리 경제에 실업자와 그에 준하는 취업애로계층은 200만명에 이르고 있다. 임금과 근로조건이 열악한 비정규직 근로자는 590만명에 달한다. 실질실업자와 비정규직 근로자는 현재 진행되는 소득양극화에 대한 분노의 세력으로 바뀌고 있다. 이에 대응해 지금 대선주자들은 사회안전망 차원을 훨씬 벗어나 곳간은 보지도 않고 경쟁적으로 보육, 학교급식, 교육, 의료에서 무상복지 공약을 난발하고 있다. 재정능력은 뒤로 한 채 노동자 복지만을 부르짖던 페론주의가 아르헨티나의 추락을 가져왔고 흥청망청 무상복지시책이 오늘날 그리스를 침몰시켰다. 우리의 성장원천이었던 대외지향 DNA를 말살하는 한미FTA 폐기를 거론하는 일부 정치권의 시대착오적 발상과 포퓰리즘 정책으론 선진의 마지막 다리를 건널 수 없다.


그렇다면 마지막 관문을 어떻게 지나갈 것인가? 우선 제조업의 성력화(省力化)로 인한 고용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서비스 업종에서 대량 일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지난 50년 동안 제조업의 수출확대로 동아시아의 기적을 이뤘던 대외지향 DNA를 이제 서비스산업에도 불어넣어 착근을 시키는 것이다. 금융, 의료, 관광, 전통문화 콘텐츠, 지재권, 녹색산업 등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이 신규로 반듯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이들 서비스산업은 중소기업형이 대부분이다. 이들 서비스산업의 대외지향은 해외진출에서 찾을 수 있지만 해외고객을 국내로 유치하고 외국인직접투자 유치로 가치창출을 하면 일자리 만들기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제조업 수출을 위해 우리는 수출 신용장을 근거로 무역금융과 수출용 원자재에 대해 관세 환급을 적기에 실시했다. 서비스산업의 대외지향은 규제혁파로 국내 시장개방을 촉진하고 우리의 경쟁적 대응을 장려하는 것이다. 전 세계 K-Pop 열풍을 누가 예측했겠는가? 의료시술을 위해 찾아오는 외국인들, 이제 2천만명의 외국관광객을 맞을 채비, 한국학에 관심 있는 외국유학생, 지재권ㆍ법률서비스ㆍ동북아 금융허브 수요에 걸맞은 인재공급 등 서비스산업 전반에 우리의 대외지향 DNA 기(氣)를 넣어 제조업과 함께 양두마차로 마지막 관문을 지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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