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1조달러를 넘어, 세계일류 무역 강국으로! 지난해 무역의 날 기념식 캐치프레이즈다. 1960년대 초반 경제개발계획의 시행과 함께 쉬지 않고 달려온 우리 무역은 2011년 세계 9번째로 1조달러 클럽에 진입하면서 무역대국의 일원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유로존 재정위기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크게 심화된 가운데서도 지난해 2년 연속으로 1조달러를 달성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무역규모 G8에 진입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지난해 우리 무역이 1조달러 고지에 다시 올라선 것은 세계경제사에서 주목받기에 충분하다. 2011년의 1조달러 달성이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주요 선진국들이 경기부양책을 시행한 결과로 나타난 유동성 확대가 배경이었다면, 지난해의 1조달러는 모든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열심히 뛰고 지원기관과 정부가 힘을 더해 이뤄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무역을 평가할 때 단골메뉴는 특정 품목과 시장에 지나치게 높게 의존하고 있어 외부의 경기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문제점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 무역의 성과를 살펴보면 이러한 우려가 기우였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 중국 등 주요 교역대상국의 경기가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음에도 신흥시장에 대한 수출이 선전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었다. 품목별로도 무선통신기기, 조선 등 주력품목의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자동차부품과 일반기계 등이 10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8%, 6.7% 증가하면서 수출신장의 버팀목 역할을 수행했다.
이러한 반전은 주력시장의 동반부진이라는 악재 속에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해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선 중소기업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해 세계 무역 G8 진입에 있어 중소기업이 한 축을 담당했다면 또 다른 축은 신흥시장이다. 지난 50년간 우리의 주력시장은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이었다. 1992년 중국과의 수교 이후 2000년대 들어 중국이 최대 교역시장으로 자리 잡았지만 여전히 우리 무역의 결정변수는 크게 변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지난해(1~10월)에는 EU(-11.5%), 중국(-1.2%), 일본(-1.0%) 등에 대한 수출이 동시에 줄었지만 그동안 우리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아세안 시장에 대한 수출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8.1%를 기록하면서 5대 수출시장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또한 중동지역에 대한 수출도 15.2% 증가했다. 우리 무역이 1조달러라는 공고한 기반 위에 설 수 있도록 도와준 시장은 선진국이 아니라 떠오르는 신흥국이었다.
이제 우리는 무역 2조달러 시대의 조기 개막이라는 비전을 수립하는 데 있어 아주 소중한 자원을 확보했다. 바로 중소기업과 신흥시장이다. 특히 더 많은 중소기업이 FTA(자유무역협정)와 마케팅 강화를 통해 선진국은 물론 신흥시장에서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우뚝 서야 한다. 보다 많은 글로벌 강소기업이 해외시장에서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Made in Korea’ 제품이 전 세계 곳곳에 확산되는 것, 선진 무역대국으로 가는 첩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