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감귤 만나기가 참 어렵다. 까닭이 있다. 다 익기 전에 따기 때문이다. 감귤은 대부분 80% 정도 익었을 때 수확한다. 수확과 유통의 편의를 위해서다. 이 정도로 익은 감귤은 신맛이 강하고 단맛이 부족하다. 신맛이 강한 감귤을 구입했다면 갓 딴 감귤일 수 있으므로 며칠 상온에 뒀다가 먹는 것이 낫다.
덜 익은 감귤은 소비자가 어쩔 수 없다. 눈으로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맛있는 감귤 고르는 요령은 있다. 제주의 어느 감귤유통법인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이 법인에는 유기농 감귤농사를 짓는 50여 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법인 대표는 인사를 나누자마자 흠집이 잔뜩 난 감귤을 코앞에 디밀었다.
“이게 진짜 유기농입니다. 깍지벌레가 잔뜩 붙은 것을 친환경제제로 잡았는데, 그러면 이런 모양입니다.”
사진 속 감귤이 바로 그 감귤이다. 과연 눈에 거슬릴 정도로 흠집이 많다.
“소비자가 이를 몰라줍니다. 친환경 상품 전문매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비자 이전에 친환경 매장 점주들이 먼저 거부합니다. 친환경 상품을 찾으면서 때깔 좋은 것만 챙기겠다는 생각은 잘못입니다.”
대표가 뭐라 하든 나는 벌레 자국이 가득한 감귤을 보며 침을 흘렸다. 그 향이 남다를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저런 ‘맛있는 때깔’의 감귤을 거부한다는 소비자들이 한심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면, 먹지 마라지요 뭐. 저 손해인데’라는 말이 입안에서 뱅뱅 돌았다.
감귤은 향을 즐기는 과일이다. 마트에서는 “당도, 당도” 하면서 단맛만 있으면 좋은 감귤인 듯 광고하지만, 결단코 그렇지 않다. 향이 없고 당도만 높은 감귤을 먹겠다면 차라리 가공주스를 마시라고 권하고 싶다.
나무의 과실은 대체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향이 강해지고 당도도 올라간다. 포도의 꼭지를 비틀어 당도와 향을 올린다는 포도밭 이야기는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난의 꽃을 피게 하려면 물 주는 것을 멈추고 죽음 직전으로 내몰아야 한다는 소리도 들어봤을 것이다. 콩도 수확하기 전에 밭을 말리면 달고 윤기 좋은 콩을 맺는다. 허브도 그 몸을 건드려 스트레스를 줘야 향을 뱉고, 향나무도 바닷바람에 배배 틀어져 바닥을 기는 것이 향이 깊다.
감귤도 그렇다. 스트레스 받은 놈이 향이 짙고 달다. 스트레스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병충해일 수도 있고 가지 꺾임일 수도 있고 가뭄일 수도 있고 햇볕일 수도 있다. 이렇게 스트레스 받은 감귤은 껍질이 울퉁불퉁하고 거칠다. 이런 감귤은 때로 아주 엉뚱한 향을 내기도 하는데, 보통의 감귤에서는 맡을 수 없는 향이라 깜짝 놀라게 된다. 벌레 자국이 잔뜩 묻어 있는 저 감귤에 내가 침을 흘린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향이 좋은 감귤이기 때문이다.
친환경도 좋지만, 그냥 감귤도 잘 고르면 맛있다. 감귤을 쌓아놓고 파는 마트의 매대에서 겉면이 거칠고 흠집이 있는 것만 고르면 된다. 옆 사람이 이상한 눈으로 보면 이렇게 말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