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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리집 주치의과유불급 vs 고진감래
한설혜 송파구 보건소 내과전문의 2013년 02월호

과유불급 1


동양의학의 전통 때문인지 아님 한국 문화의 특성인지 분명하진 않지만 환자들에게 병명을 알리면 항상 받는 질문이 있다. 당뇨환자, 고혈압 환자, 갑상선 환자에게서 모두 똑같은 질문을 받는다.


“선생님, 그럼 뭘 먹어야 고칠 수 있나요?”


정답은 없다. 단, 피해야 할 음식은 있다. 워낙에 좋은 음식에 대한 정보가 조수처럼 밀려다닌다. 보통 약보다 음식은 훨씬 안전하고 병원이나 약국을 안 거치니 음식 선호는 당연지사. 음식에는 우유처럼 영양이 골고루 함유된 음식도, 트랜스 지방처럼 몸에 나쁜 음식도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음식은 착한 놈, 나쁜 놈으로 양분되지 않는다. 또한 좋다는 음식은 옆집, 인터넷, 잡지 등 여러 경로로 오는데 이상하게도 유행이 있다. 어떤 해에는 오가피, 석류, 그 다음 해는 북어즙, 붕어즙 등등. 그러면 내과의사의 좋은 음식이란? 음식은 성분이 다르기에 특정한 병에 피해야할 음식, 권장 음식이 있다. 예를 들면 고혈압 환자는 야채를 많이 드시라 권하고, 당뇨환자는 탄수화물을 피하고 칼로리가 적은 음식을 추천한다. 특정 질환이 없다면 상식으로 해결하면 된다.

 

 “모든 음식을 골고루 드시되 짜고 맵고 기름진 것은 피하시라. 또한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한 가지 음식만 많이 드시는 것은 그야말로 과유불급이다.”


과유불급 2


인류가 배고픔을 극복한 지 얼마나 됐을까?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프랑스를 봐도, 펄벅의 「대지」에서도, 한국의 「토지」에서도, 기아는 불과 몇 백년전까지도 인류의 당면과제였다. 그래서 우리 몸은 얻기 힘든 영양소는 잘 배출되지 못하게 고효용으로 적응했다. 그 중의 하나가 콜레스테롤이다. 콜레스테롤은 현대인의 골칫거리이지만, 세포막의 중요한 구성성분이고 성 호르몬의 중요한 원료다. 우리 몸에서 먹고 배출하는 다른 영양소와 다르게 대부분을 재흡수해서 사용한다. 이 훌륭한 적응기전이 영양과다 현대인에게 고지혈증, 질병이 됐다. 또한 당뇨병은 예전에는 흔한 병이 아니었고 부자병으로 부르기도 했다.(세종대왕을 당뇨로 의심하니 확실히 부자병이다.) 당뇨는 흔히 오해하는 것처럼 단 것을 많이 먹어서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비만과 관련돼 있다. 그러니 당뇨환자가 몸에 좋은 무엇을 먹을까 질문하면 나는 매정하게 이렇게 말한다.


“좋은 음식을 찾지 마시고, 좋아하는 음식을 먹지 마세요.”


그리고 고진감래


지금이 원시시대, 적어도 근대사회  전이었다면 비만 환자들은 빼어난 적응자였을 것이다. 먹으면 지방으로 잘 보존하고, 굶어도 살이 덜 빠지니 그야말로 저비용 고효율, 경제적으로 훌륭한 모델이다. 그러나 현대의 훌륭한 유전자는 ‘날씬이’들이 가지고 있다. TV에 나와 “먹어도 살이 안쪄요. 알고 보면 엄청 먹어요.” 하는 그들. 우리가 그들을 따라잡는 한 가지 방법은 오직 고진감래. 덜 먹고 많이 운동하는 것, 수많은 맛난 음식의 유혹을 뿌리치고 매일 운동의 어려움을 감내하는 것이다. 그러면 내과의사인 나는 잘 하냐고?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다.”


그래서 더더욱 올해의 건강 화두를 던져본다. 과유불급 그리고 고진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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