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의 제철이 바뀌었다. 옛날에는 7월에 들어야 나왔으나 요즘은 3월부터 나와 4월과 5월이 절정이다. 대체로 비닐하우스 참외다. 장마 등으로 노지 참외 재배가 어려워 시설재배로 바뀐 것이다.
요즘 우리가 먹는 참외 품종은 대부분 ‘오복’이다. 80~90%는 된다. 마트에서도 이 이름을 자랑스럽게 걸어놓아 소비자들에게도 친숙한 이름일 것이다. 오복 이전에는 ‘금싸라기’가 유명했다. 이 둘이 아주 다른 것은 아니다. 오복도 금싸라기 계열의 품종이다. 참외 포장지를 보면 오복 또는 오복금싸라기라 쓰여 있을 것이다.
종자 회사나 주산지 농민단체 등이 내놓은 오복참외에 대한 설명을 보면,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아삭한 식감과 풍부한 과즙, 평균 15브릭스 이상의 당도가 그 특징’이라 한다. 그럴 듯하다. 이 글을 읽으면 오복이라는 품종이 크게 번진 것은 ‘맛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품종개량이란 게 반드시 맛 좋으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농민 편하라고, 유통업자 편하라고 품종을 개량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농산물이 맛없는 쪽으로 품종이 개량되는 일도 있다는 말이다.
오복은 참 단단한 참외다. 막 딴 것은 웬만한 높이에서 던져도 안 깨진다. 참외끼리 서로 부딪혀도 멍이 들어 물러지는 일은 없다. 껍질을 두껍게 깎아도 단단하여 이가 안 들어갈 때도 있다. 한국 소비자가 아삭한 식감을 워낙 좋아해 이처럼 단단한 품종이 크게 번진 것일까? 아니다. 이건 생산자와 판매자가 수확작업과 운송, 보관 등에 유리한 품종으로 오복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선별기에 돌려도 흠집 하나 나지 않고 운송 중 마구 다뤄도 물러지지 않으며 마트의 판매대에서 오래오래 팔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고마운 품종인가. 대신에 소비자는 단단하다 못해 딱딱하기까지 한 오복참외를 이가 아프도록 씹으며 ‘내가 참외를 잘못 골랐나’ 하고 자신만 탓하게 되는 것이다.
이 단단한 오복참외 중에서 싸고 맛있는 참외 고르는 방법이 있다. 방법은 쉽다. 무조건 작은 참외를 사면 된다. 한 손에 쏙 드는, 사진에서 보이는 저 정도의 크기다. 그런데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는 이렇게 작은 참외가 없다. 두 손으로 들어도 꽉 차는 큼직한 참외만 놓여 있다. 그걸 최상품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한 손에 쏙 드는 작은 참외는 등외품이고, 그래서 재래시장이나 트럭에서 팔린다. 한 봉지에 몇천원 하는 그 참외들이다.
오복은 이런 게 연하고 맛있다. 작아서 딱딱하지 않다. 작은 참외 하나 들고 통째로 아삭아삭 씹어 먹는 맛도 있다. 당도가 걱정이라고? 참외는 일정한 숙기에 이르면 작으나 크나 당도는 거의 같다. 노란색깔이 짙고 골이 깊은 것은 작으나 크나 똑같이 맛이 든 것이다. 혹시나 싶으면 맛배기로 하나 자르자 하여 맛을 보고 사면 된다. 이 작고 싼 참외를 파니 상인도 그 정도의 맛배기는 충분히 보여준다. 크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