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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슈대미 수출ㆍ무역수지 증가…한국이 더 잘 활용했다
우종국 한경비즈니스 기자 2013년 04월호

Hot Issue - ‘한미 FTA 1년’ 성과와 의미


2012년 3월 15일 발효된 한미 FTA가 실행 1년을 맞았다. 흔히 한미 FTA로 인해 한국이 미국의 속국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도 있다. 그러나 FTA는 관세 및 비관세장벽을 없애 무역량을 늘려 양국의 경제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맺는 것이다. 한미 FTA를 통해 한국은 세계에서 단일 국가로는 GDP 1위인 미국 시장을 ‘내수시장화’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FTA를 맺은 국가들의 GDP 합을 ‘FTA 경제영토’라고도 부른다. 한국은 칠레, 멕시코에 이어 경제영토 세계 3위(2010년 명목 GDP 기준 57.3%)에 이를 정도로 FTA에 적극적인 나라 중 하나다. 특히 미국은 한국에게 중국에 이은 수출규모 2위 국가이고, 미국에게 한국은 중국, 일본에 이어 3위의 수출 상대국이다.


한국은 미국 이전에도 칠레, 싱가포르, EFTA(유럽자유무역연합), 아세안, 인도, 페루 등과 FTA를 맺었지만 교역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국민적 관심은 높지 않았다. 한-EU FTA(2011년 7월 1일 발효), 한미 FTA 같은 세계 최대 규모 시장과의 FTA가 성사되면서 정부 대책이나 국내 기업들의 관심이 본격화됐다고 볼 수 있다. 서울을 제외한 광역자치단체별로 1개씩 총 15개가 있는 지역 FTA활용지원센터는 2011년 11월(1차 사업으로 8개)에 문을 열었고, 기획재정부ㆍ지식경제부ㆍ무역협회 등 유관기관 합동 지원센터인 FTA무역종합지원센터(무역센터에 위치)가 개소한 것은 한미 FTA 발효를 한 달 앞둔 2012년 2월 15일이다. 


다만 한-EU FTA의 경우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인해 교역량이 오히려 줄어들면서 FTA 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다행히 한미 FTA 발효 후 1년간 의미 있는 성과가 도출됐다.


대미 수출 1.4% 증가, 수입은 9.1% 감소해


지난 3월 14일 기획재정부는 정부부처 합동 보도자료를 통해 한미 FTA 1주년 성과를 내놓았다. 결과적으로 한미 FTA 발효 후 1년간(2012년 3월 15일~2013년 2월 28일) 양국의 교역규모는 3.2% 감소, 한국의 대미수출은 1.4% 증가, 대미수입은 9.1% 감소, 대미 무역수지는 39.1% 증가했다. 즉 전체적인 교역규모(수출+수입)는 줄었지만,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감소하면서 무역수지가 개선됐다. 한국이 바라는 시나리오대로 이뤄진 것이다.


한국의 수출이 늘고, 수입이 줄었다는 것이 곧이곧대로 한미 FTA가 성공적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대세계 평균 교역량보다 오히려 수출이 줄고 수입은 늘었다면 반대의 상황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문제다. 이를 분석해 보면, 같은 기간 한국의 대세계 수출은 2.3% 감소, 수입은 3.8% 감소했다. 대세계 수출이 감소했지만, 대미 수출은 늘었으므로 한미 FTA가 불황 속에서도 한국 무역에 의미 있는 역할을 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하나 FTA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잣대는 FTA 혜택 품목(관세인하 품목)과 비혜택 품목(관세 유지 품목)의 수출입 증가량 차이다. 이를 비교해 보면 FTA 혜택 품목의 대미 수출은 10.4% 늘었지만, 비혜택 품목의 대미 수출은 반대로 3.6% 감소했다. 즉 FTA의 혜택을 받은 품목의 수출이 상대적으로 늘면서 FTA 효과가 입증됐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미국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로 FTA 혜택 품목의 대미 수입은 4.1% 늘었지만, 비혜택 품목의 수입은 20.1% 감소했다. 양국 입장에서 FTA 혜택 품목의 수출이 늘었다는 것은 관세인하로 인한 가격 경쟁력이 생기면서 양국 수입자들이 수입물량을 늘린 때문이다. 이를테면 한국 제품이 더 많이 미국으로 수출되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국가의 제품 수입이 줄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FTA를 맺지 못한 나라들은 그 시장에서 배제됨을 의미하는데, 특히 한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일본, 중국, 대만이 미국과 FTA를 맺지 못한 상황에서 한국이 시장 선점의 기회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품목별로 보면 한국의 대미 10대 품목 중 7개 분야(자동차, 자동차부품, 석유제품, 철강관ㆍ선, 선박해양구조물ㆍ부품, 고무제품, 원동기ㆍ펌프)에서 수출이 늘었고, 3개 분야(무선통신기기, 반도체, 컴퓨터)에선 수출이 줄었는데 휴대폰, 반도체, 컴퓨터와 같은 정보기술(IT) 제품은 FTA 이전부터 관세가 거의 없는 FTA 비혜택 품목이다. 아이폰이 중국에서 생산되는 것에서 미뤄볼 때 미국은 고용효과가 큰 자동차산업은 민감 품목에 해당하지만, IT 제품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려됐던 농식품 분야는 한국의 대미 수출은 7.0% 증가한 반면 대미 수입은 16.8% 감소했다. 관세 즉시철폐 품목인 김, 음료, 김치, 라면 등의 수출이 두 자릿수 이상의 증가세를 보였다. 수입의 경우 북미 기상이변에 따른 미국 내 곡물 생산 및 수출 자체가 줄었고, 국내 쇠고기ㆍ돼지고기 공급량이 늘면서 축산물 수입은 감소했다. 오렌지ㆍ체리 등 미국산 과일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계절관세 부과와 국내 공급 감소로 인해 국내산 과일의 가격은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투자 113.6% 증가…우리 기업의 수출역량 제고가 관건


FTA 효과를 분석할 때 교역량 외에 투자유치금액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FTA로 접근성을 갖지 못한 나라의 기업들이 관세인하 혜택을 위해 FTA를 맺은 국가에 생산시설을 설립하게 만드는 유인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관세인하 접근성을 만들기 위해 한국을 이용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미 FTA 발효 후 1년 동안 외국인 직접투자는 113.6% 증가했다. M&A 투자는 217.9% 증가했고, 외국인 투자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그린필드형 투자(생산시설 등에 대한 투자)는 108.1% 증가했다.


결론적으로 한미 FTA 1년의 성과는 한국에 유리한 쪽으로 작용했다.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FTA 발효 초기부터 50% 이상의 높은 활용도(원산지증명서 발급 등 요건 충족)를 통해 기업들이 FTA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했다. 2013년 2월 말 기준으로 국내 기업의 수출활용률은 69.6%, 수입활용률은 62.1%다.


미국은 그 자체로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시장이다 보니 미국 수출ㆍ수입업자들의 한미 FTA에 대한 관심도는 아직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갈수록 미국의 활용도가 높아진다면 반드시 한국에 유리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또한 관세인하보다 더 큰 폭으로 일본 엔화가 하락하는 등 각국의 통화전략도 한미 FTA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요인이다. 다만 FTA는 게임의 룰일 뿐이고, 실제 효과는 선수들의 훈련과 기량에 따라 게임의 승패가 갈라지는 것처럼 국내 기업들의 수출역량을 어떻게 키우는가가 FTA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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