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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생각하는 광고‘정치 선전’ 혹은 ‘정치 광고’
권현선 대홍기획 크리에이티브디렉터 2013년 09월호

 
흔히 광고를 선전이라고 부르지만 광고와 선전은 엄연히 다르다. 광고는 ‘Advertising’으로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여 소비자들에게 제품의 정보를 전달하고 판매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선전은 ‘Propaganda’로 집단 혹은 개인의 이데올로기를 전달하여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다. 이렇듯 광고는 선전과는 다르지만 선전에서 광고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이 중 유권자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TV 광고로 선거에서 TV 광고가 등장한 것은 1952년 미국 대선 때부터다.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아이젠하워 후보는 ‘아이젠하워가 미국인에게 답한다’라는 TV 광고 시리즈를 만들었고 여기서 보여준 소탈한 그의 미소는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러한 선거 광고 중에서 현재까지 고전(Classic)으로 불리며 널리 회자되는 광고는 1964년 민주당 린든 존슨 후보의 ‘데이지걸’이다. 특히 이 광고는 상대방을 비방하는 네거티브 광고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당시 미국과 소련은 쿠바 봉쇄 사태를 겪으면서 핵전쟁 위기에 놓여 있었다. 공화당 후보였던 배리 골드워터 후보는 미국 보수주의의 근원으로 인식될 만큼 대표적 극우파로, 소련에 대한 강경책을 주장하며 핵 공격을 지지했다. 당시 동유럽과 냉전이 한창이던 시기에 배리 골드워터의 주장은 미국 내에서 큰 지지를 얻고 있었다. 반면 민주당 린든 존슨 후보는 이를 반대하는 입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위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만들어진 광고가 바로 일명 데이지걸 광고다(그림 1).


다섯 살 정도로 보이는 귀여운 금발의 소녀가 데이지 꽃잎을 하나, 둘 뜯으며 숫자를 센다. 마지막 아홉번째 꽃잎을 뜯는 순간 날카로운 기계음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그와 동시에 카메라가 아이의 크고 투명한 두 눈동자 속으로 줌인(Zoom-in)된다. 그 두 눈동자 속에 터지는 핵폭탄의 검은 버섯구름. 그때 ‘이 세상을 아이들이 살 만한 곳으로 만들 것인가, 암흑으로 만들 것인가? 사랑으로 포용하지 않으면 우리는 함께 파멸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이번 선거에 달려 있다’라는 린든 존슨의 목소리가 설득적으로 마무리된다. 이 광고는 상대방을 비방하거나 일방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주입하는 정치광고의 전형성을 탈피하여 강력한 비주얼 임팩트를 통해 타 후보의 주장을 일축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정치광고의 터닝포인트를 만들었다.


미국 역사 233년 만에 첫 흑인 대통령으로 2012년 재임까지 성공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키워드는 ‘Yes, we can’이다. 2008년 당시 미국은 아메리칸 드림이 크게 무너져 가는 시점이었다. 국제적으로는 이라크 전에서 패배하여 위신이 실추된 상태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의료보험을 포함한 각종 사회보장제도가 흔들리면서 중산층이 붕괴되는 등 국내적으로는 심각한 경제위기에 빠져 있었다. 이때 오바마 후보가 국민에게 약속한 공략은 변화와 희망이었다. 그의 주장은 흑인이라는 사회적 약자이자 한때 마약을 하며 방황하던 유년시절을 극복하고 인권변호사로서, 정치인으로서 인간승리를 이끌어낸 드라마틱한 스토리와 결부되면서 더 큰 시너지를 발휘했다. 절대 연설문을 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오바마의 연설은 명쾌하면서도 힘이 있다. 그런 그의 연설의 마무리는 항상 ‘Yes, we can!’이였다. 이는 불안과 불신으로 가득 찬 국민들에게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면서 그의 정치 철학을 대표하는 키워드가 되었다.


2008년 1월 오바마의 연설을 들은 블랙 아이드 피스(The black eyed peas)의 리더 가수 윌 아이 앰(Will. I. am)은 큰 감동을 받고 밥딜런의 아들이자 감독인 제시 딜런(Jesse Dylan)과 함께 ‘Yes, we can’이라는 뮤직비디오 형태의 지지광고를 만들게 된다(그림 2). 여기에는 배우 스칼렛 요한슨은 물론 R&B 가수 존레전즈, 재즈 피아니스트 허비 행콕, 미 프로농구의 전설 카림 압둘 자바 등 무려 40여명의 스타들이 무료 출연하면서 미국을 넘어 전세계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유튜브만 계산해도 약 2,400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 인터넷 광고는 오바마 캠프와는 무관하게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제작한 컨텐츠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실제로 너무 많은 유명인들이 이 촬영에 참여 의사를 밝혀 곤란을 겪기도 했다고 한다. 세상을 바꿀 수 있고 미국을 치료할 수 있고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희망찬 구호를 외치던 오바마의 주장은 이러한 지지자들, 특히 일명 소셜테이너라 불리는 폴리테이너(Politics와 Entertainer의 합성어)의 홍보 활동에 힘입어 미 대선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국민 참여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훌륭한 광고 캠페인이 항상 당선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2006년 칸 국제 광고제에서 이례적으로 한 선거광고가 필름 부문 은상을 수상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아르헨티나 경제장관 출신인 로페스 머피 후보가 2003년 대선출마 당시 만든 광고가 그것이었다. 영화 엔딩크레딧처럼 자막과 함께 내레이션이 흐른다. ‘이것은 진실이다’로 시작되는 글은 한 줄씩 읽어 갈수록 암울하기 짝이 없다. 아르헨티나의 경제가 부강해지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 교육을 받고 일자리를 얻는 것은 모두 불가능하며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겐 선천적으로 부패와 위선이 뿌리 박혀 있다고 꼬집는다. 또한 국민들이 던진 표 때문에 이 나라는 또 다른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비관적으로 말한다. 글의 마지막에 ‘로페스 머피 대통령으로’라는 문구가 나오는 순간 흐르던 자막은 거꾸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 순간 좀 전의 비관적인 내용들은 마치 마법처럼 긍정과 가능성의 이야기로 바뀌고 반전의 감동을 준다. 이 광고를 접한 많은 이들은 뻔한 정치광고의 룰을 벗어난 새로운 접근법에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이와는 무관하게 로페스 머피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독일 나치스정권의 선전장관인 괴벨스는 ‘대중에게 거짓말을 되풀이하면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 다음에는 의심하지만 되풀이하면 믿는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다. 인터넷을 통한 쌍방향 미디어의 발전은 정치에 있어서 민주화를 이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정치는 국민을 선동하고 일방적인 주장을 주입하던 프로파겐다에서 다양한 계층에서 다양한 의견을 널리 개진하는 진정한 광고(廣告)의 시대로 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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