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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평세종시 유목민
박재현 매일경제 논설주간 2013년 10월호

 

한국의 국가경쟁력 지표가 줄줄이 악화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의 2013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148개국 중 25위로 지난해보다 6계단 떨어졌다. 또 미국중앙정보국의 월드 팩트북(The World  Factbook)에 따르면 우리나라 실질 경제성장률은 2010년 6.3%로 세계 57위였지만 지난해에는 2.0%까지 떨어져 117위로 추락했다. 여기에 국제평판연구소가 분석한 2013년 국가별 평판지수도 50개국 중 34위로 지난해 31위보다 3계단 내려갔다.


이렇게 일제히 나빠진 한국의 성적표를 보면 씁쓸하다. 과거 신망과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불렸던 코리아를 매력국가라고 부르는 외국인의 칭송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왜 그럴까. 규제가 많아서일까. 아니면 연초 북한리스크가 지나치게 부각된 탓일까. 한국의 금융 취약성과 노동시장의 경직성 때문인가. 아니면 싸움박질 하는 국회가 국가경쟁력 발목을 잡는 것은 아닌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당장 걱정스런 것은 공무원, 즉 관료의 경쟁력 저하다. 과거 한국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엘리트 관료집단이 퇴조하고 있다. 국가경쟁력 하락만큼 공무원 경쟁력도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관에서 민간 주도로 바뀌었다고 하나 공무원들의 국가관이나 야성, 패기, 추진력이 안 보인다.


세상이 공무원 역량을 발휘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국회 권력이 너무 세진 데다가 주요 부처가 세종시로 옮겨가면서 근무여건이 악화된 것도 원인이다. 누구는 지금 공무원을 ‘세종시 유목민’이라고 부른다. 많은 공무원들이 서울이나 세종시 한쪽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신세를 보고 지은 말이다. 고위공무원들은 국회가 부르면 만사 제쳐놓고 뛰어간다.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면서 차 속에서 시간을 다 보낸다. 당장 몸이 고달프니 일에 집중이 안 되고 만사 귀찮아지는 것은 아닌지.


그러나 그보다 더 문제는 외부와의 폐쇄다. 세종시의 외딴섬에 공무원들이 갇혀버리지 않을까 염려된다. 주요 정책을 결정하고 판단할 때 다양한 의견을 들어야 하는데 그런 기회가 적어졌다. 직접 찾아와서 따지고 읍소하는 민원인도 뜸할 것이다. 세종시에 있다 보니 동창이나 기업인들을 만나 바깥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을 시간이 적다. 필자 역시 공무원들과 약속을 제대로 못한다. 금요일 저녁이나 아니면 서울에 오는 날 맞춰 약속을 하는데 그것도 갑자기 취소되거나 연기된다. 공무원과 대화할 시간이 준다. 같은 생각을 가진 공무원들끼리 토론하고 정책 결론을 낸다면 문제다.

 
요즘은 한국을 방문한 외국정부 관료나 국제기구 인사들이 세종시가 멀다 보니 서울에 왔다가 그냥 간다고 한다. 글로벌 정보에 둔해지고  국제네트워크를 만들 기회를 놓치고 있다. 모 차관은 “국장 과장들이 국회에 불려다니다 보니 선배들이 후배 사무관들과 회의하면서 일을 가르치고 정책방향 잡아주기가 어려운 실정이다.”며 공무원 경쟁력 저하를 걱정했다.


공무원 스스로 경쟁력을 높일 수밖에 없다. 공무원들이 의원들의 졸속입법에 맞서려면 탄탄한 논리와 이론으로 무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외부사람을 많이 만나 의견을 들어라.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수립하고 입법 독소조항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규제는 풀면 풀수록 일자리가 늘어난다. 한국경제의 성장모멘텀에 불씨를 지필 아이디어를 찾아라. 공무원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에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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