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의 주요 현안은 단연 조류인플루엔자(AI)의 종식이다. 지난 1월 16일 전북 고창군 종오리 농장에서 첫 발생한 AI는 끝날 줄을 모르며 4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피해 규모가 이미 사상 최대다. 5월 14일 현재 총 1,373만5천마리의 닭·오리가 살처분돼 1,020만마리를 살처분했던 지난 2008년 AI(3차)의 피해 규모를 넘어선 것이다. 발생 기간도 120일 이상 지속되면서 2010∼2011년(4차)의 ‘139일’ 기록도 위협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AI 조기 종식은 이미 물 건너갔지만 더 이상 피해가 확대되지 않도록 가금농가에 대한 일제 정밀조사, 전국 일제소독의 날 운영, 발생농가 사후관리, 취약농가 일제점검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AI 종식과 함께 농식품부의 또 다른 주요 현안은 쌀 관세화 전환 여부의 결정이다. 9월까지 세계무역기구(WTO)에 이를 통보해야 하는 농식품부는 6월까지 관세화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쌀 관세화 문제는 1994년 타결돼 1995년부터 시행된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협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협정은 그때까지 각국이 임의적으로 시행하던 모든 수입제한조치를 철폐하고 시장을 개방하되 관세를 매기도록 했다. 관세화를 통한 시장 개방인 것이다. 다만 관세 수준은 점진적으로 감축하도록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일본·필리핀과 함께 주식인 쌀에 대해서만은 개방을 10년간 미뤘다. 국산 쌀의 가격 경쟁력이 약해 관세화로 개방했다간 식량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최소시장접근(MMA) 방식으로 일정물량의 쌀을 의무 수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부분 개방’인 셈이다.
10년이 지난 2004년에 우리나라는 쌀 재협상을 통해 의무수입물량을 늘리는 조건으로 다시 한 번 관세화를 통한 쌀 시장 개방을 유예했다. 그 유예 기간의 종료가 올해 말로 다가온 것이다. 농식품부는 쌀을 관세화로 전환하는 것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여러 여건상 관세화 전환이 우리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는 관세화 전환 시 우리가 설정할 수 있는 수입 쌀에 대한 관세 수준이 상당히 높아 외국 쌀이 쉽게 수입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또한 관세화 유예 자체가 더 이상 가능하지도 않으며,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쌀 의무수입물량 증량을 비롯해 많은 추가적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도 고려된 것이다.
하지만 쌀 관세화는 ‘쌀 시장의 완전 개방’을 의미하기 때문에 국내 쌀 농가에 매우 중요하면서도 민감한 문제다. 농가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최대 주식인 쌀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식량안보 차원에서 관심이 높다. 관세화로 전환했을 경우 쌀이 다른 나라에 ‘얼마든지 개방할 수 있는 품목’으로 비쳐져 기존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현재 추진 중인 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에서 더 이상 예외품목으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관세 인하의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 농민단체는 관세화를 유예하면서도 의무수입물량을 늘리지 않는 이른바 스탠드스틸(stand-still, 추가 보호무역조치 동결)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하면서 관세화 전환에 반대하고 있다.
농식품부가 쌀 관세화에 무게중심을 두면서도 섣불리 “관세화로 전환하겠다.”고 밝히지 못하는 이유다. 다만 최근에는 실효성 있는 쌀 산업 발전대책을 마련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농식품부는 쌀 관세화 전환 여부와 함께 6월 말에 쌀 산업 발전대책을 발표할 예정인데, 여기에 얼마나 충실한 대책이 담기느냐에 따라 관세화 전환에 대한 반대의견이 잦아들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신중한 논의와 과감한 결정이 농식품부에 요구되고 있다. 농식품부가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