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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특별기고‘비정상의 고리’ 이제는 끊어야 할 때
한동희 국무조정실 정상화과제관리과장 2014년 06월호

흔히 신뢰는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불가결한 요소인 ‘사회적 자본’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OECD가 펴낸 「한눈에 보는 사회상(Society at a Glance) 2014」 에 따르면, 우리 정부의 신뢰도는 24.8%로 조사대상 43개국 중 30위권이며, 스위스의 82.2%에 한참 미달한다. 또 다른 조사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뿐 아니라 아는 사람, 이웃, 외국인, 처음 만나는 사람 등 대상을 불문하고 우리 사회의 신뢰도가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해방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실현하면서 선진국 진입을 위한 물적·정치적 기반을 마련했지만, 이렇게 낮은 신뢰 수준은 중진국 함정에 정체돼 있는 우리의 내면에 드리운 아쉬운 그림자가 아닐 수 없다.


무엇이 우리의 신뢰 수준을 이토록 낮게 붙들어 매고 있을까? 눈을 들어 우리 주위를 조금만 관찰하더라도 우리는 너무도 쉽게 많은 잘못된 관행과 불법 등을 발견할 수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문지상을 장식하는 각종 복지급여의 부정수급, 공기업의 방만경영, 원전비리, 교통질서 미준수, 대포폰·대포통장으로 대변되는 각종 명의 도용 등 우리 사회 구석구석은 아직도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다. 먼저 각종 복지급여의 부정수급을 들여다보자. 우리 사회는 이미 복지정책이 정착되면서 복지예산 100조원 시대를 맞이하고 있지만 더불어 각종 보조금의 부정수급도 점차 그 도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전국 1,100개 어린이집을 점검한 결과 51%의 어린이집(565개소)이 관련법을 위반했다. 아동과 교사를 허위로 등록하거나 남의 명의를 대여하고 출석일수를 조작해 정부보조금을 챙긴 경우가 적지 않았다. 당장 생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야 할 기초생활보장급여도 부정한 방법으로 타가는 사람들이 한 해 1만명이 넘고 있다. 사회안전망의 핵심인 각종 복지급여를 ‘눈먼 돈’이라고 간주하면서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라는 인식 아래 부정수급하는 비정상적 불법행위가 오히려 정상처럼 버젓이 생활 속에 독버섯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사회학자 본(Diane Vaughn)의 주장처럼 비정상이 누적되면서 오히려 정상으로 취급받게 되는 잘못된 집단사고가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 많은 문제점을 던져주고 있는 공공기관의 경영에도 많은 비정상이 발견된다. 경영상태가 날로 악화되고 있었음에도 공공기관들은 ‘신의 직장’ 또는 ‘신도 모르는 직장’이라는 세간의 조롱을 의식하지 않고 성과금 잔치, 과도한 복리후생 등 각종 방만경영 행태를 관행으로 유지해 왔다. 여기에 더 나아가 최근 들어서는 납품비리, 직원가족 특혜채용 등 오히려 더 심각한 정상의 일탈마저 보여주고 있다. 마치 깨진 유리창을 방치해 도시 전체가 우범지대로 전락한 ‘깨진 유리창 이론’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비정상’이 확산된 것이다.


지난해 광복절 박근혜 대통령의 ‘비정상의 정상화’ 제안은 이런 우리 사회에 대한 위기의식의 발로였다. 대통령은 ‘과거로부터 지속돼 온 잘못된 관행과 제도, 비리와 부정부패를 바로잡아 기본이 바로 선 국가, 깨끗하고 투명한 정부, 올바른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이라며 ‘비정상의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다. 이는 ‘법과 원칙’, ‘투명성’, ‘상식과 신뢰’에 기초해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특혜·부조리 등을 정상화하겠다는 선언인 것이다. 현재 정부는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를 발굴하고 이를 실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만으로는 우리 사회의 모든 불합리한 관행과 부조리를 찾아내 시정하기엔 한계가 있다. 정부는 물론 민간으로 ‘비정상의 정상화’ 의지가 확산돼야만 기본이 바로 선 올바른 나라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정부부터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가시적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이 정부의 노력을 이어준다면 선진국 도약의 발목을 잡고 있는 비정상의 고리를 과감하게 끊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 고르디우스의 매듭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프리기아의 왕 고르디우스가 신전기둥에 마차를 복잡하게 묶어 놓고, ‘매듭을 푸는 자가 아시아를 지배할 것’이라는 신탁을 걸었지만 아무도 푸는 자가 없었다. 300년이 지나서야 알렉산더 대왕이 그 매듭을 풀었다. 정확히 말하면 매듭을 단숨에 칼로 잘랐다. 신탁처럼 알렉산더는 중앙아시아, 인도 북서부에 이르는 광대한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 비정상의 정상화 개혁에도 알렉산더의 대담함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 모두가 나서 ‘비정상의 고리’를 과감하게 끊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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