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3월호 커버스토리는 사람 뇌의 구조와 기능이 표시된 지도를 만들고 있는 세계 과학자들의 근황을 소개하면서 21세기는 ‘뇌의 새로운 세기’가 될 것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무게가 평균 1,350g인 사람 뇌 안에는 1천억개의 신경세포(뉴런)가 들어 있고, 뉴런은 다른 뉴런과 시냅스로 연결된다. 뉴런 사이의 시냅스 연결은 100조개 이상으로 추정된다.
2005년 이 엄청난 규모의 뉴런 연결망을 지도로 나타내려는 학문이 출현했다. 뇌신경 연결 지도는 커넥톰(connectome), 커넥톰을 작성하고 분석하는 분야는 커넥토믹스라 이른다. 2009년 7월 미국 국립위생연구소(NIH)는 5개년 계획으로 인간 커넥톰 프로젝트(HCP)에 착수했다. 2010년 9월 NIH는 워싱턴대학에 3천만달러, 하버드대학에 850만달러를 지원했다. 워싱턴대학은 1,200명의 커넥톰을 작성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2010년 12월 27일자에 따르면 HCP가 넘어야 할 고비가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뉴런이 1억개인 생쥐 뇌의 커넥톰을 저장하는 데 1페타(10의 15승) 바이트의 컴퓨터 기억 용량이 필요한 것으로 밝혀져 사람 커넥톰에는 100만 페타바이트라는 가공할 저장 용량이 소요될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커넥토믹스는 재미 과학자인 세바스찬 승(한국명 승현준)에 의해 널리 알려졌다. 2012년 2월 펴낸 저서 「커넥톰」에서 승현준 박사는 “커넥토믹스는 게노믹스(유전체학)가 생물학에 중요한 만큼 신경과학에 중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커넥톰이 완성되면 뉴런의 연결 상태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을 테지만 뇌의 활동을 완벽히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커넥톰으로는 뉴런의 전기적 활동 상태를 나타낼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뉴런이 주고받는 신호가 우리의 생각, 감정, 행동으로 어떻게 변환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뉴런의 모든 전기적 활동을 기록한 지도가 필요한 것이다. 2012년 격주간 학술지 『뉴런(Neuron)』 6월 21일자에 이런 뇌 지도의 개발을 제안한 논문이 실렸다. 이 논문의 제목은 ‘뇌 활동 지도(BAM : brain activity map)와 기능적 커넥토믹스(functional connectomics)의 도전’ 이다. 이 논문이 계기가 되어 BAM 프로젝트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집권 2기의 핵심 국정과제로 떠올랐다. 2013년 4월 2일 오바마 대통령은 브레인 계획(BRAIN Initiative)을 발표했다. 브레인은 ‘첨단 혁신 신경공학을 통한 뇌 연구(Brain Research through Advancing Innovative Neurotechnologies)’ 를 뜻하는 단어의 첫 글자로 만든 약어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브레인 계획을 발표하면서 “인간 게놈 프로젝트(HGP)에 우리가 투자한 예산이 1달러마다 140달러를 미국 경제에 되돌려주었다.”고 강조하며 브레인 계획에 과감하게 투자할 것임을 천명했다. 그는 10년간 매년 3억달러, 곧 30억달러 이상의 투자를 약속했다. 2014년 초기 예산으로 1억달러가 투입될 전망이다.
우리의 사고와 행동의 기초를 이루는 뉴런의 전기적 활동을 나타내는 BAM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정신분열증, 자폐증 같은 뇌 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청신호가 켜질 뿐만 아니라 사고의 대륙, 정서의 바다, 언어의 섬, 무의식의 골짜기 같은 미지의 영역이 모습을 드러낼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