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범죄로부터 안전한 나라일까? 필자가 주변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던질 때 일반적으로 듣는 답은 “그렇다.”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을 경우 가장 많이 얻는 반응은 “우리나라처럼 대도시에서 밤에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나라는 흔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은 편향된 정보로부터 나온 추론일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비교 대상으로 상정하는 것은 많은 경우 상대적으로 더 익숙한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같은 미국 도시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나라를 유럽 대도시들과 비교해 볼 때도 이 답은 여전히 유효할까?
증가하는 우리나라 범죄 발생 건수, 선진국은 오히려 감소
사실 위의 질문에 대해 제대로 된 답을 얻으려면 통계처럼 객관적인 정보를 살펴봐야 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검찰청, 경찰청 등 관련 기관들에서 여러 가지 범죄 통계를 매년 발간하고 있다. 이 자료들을 이용해서 외국과 비교해보거나 장기적인 변화 추이를 살펴보는 작업을 한다면 보다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범죄통계는 여러 가지 이유로 다루기가 매우 까다롭다. 통계상의 수치를 해석하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통계에 나타난 범죄 발생건수와 실제 범죄 발생건수가 다르다는 점이다. 피해자가 신고를 통해 별다른 소득은 얻을 수 없고 여러 가지로 번잡한 일만 발생한다고 생각할 경우 신고를 포기할 수 있으며, 이러한 범죄들은 통계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범죄는 살인이나 방화 같은 흉악범죄로부터 단순 절도, 심지어는 담벼락에 낙서나 벽보를 부착하는 행위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 모든 범죄를 동일하게 보고 범죄 건수의 변동만으로 발생 수준이나 안전 정도를 평가하는 것은 범죄 발생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정부통계를 인용하는 것이 아니라 통계의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의미를 따져봄으로써 안전 정도를 평가하는 작업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고려해서 필자와 KDI의 전수민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범죄 통계들을 다각도로 살펴보는 작업을 통해 우리나라의 범죄 수준을 평가하는 좋은 지표는 무엇인지, 그리고 이 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범죄 발생 수준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를 분석했다.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대검찰청이 발간하는 『범죄분석』에 따르면 2012년 우리나라에서 교통범죄를 제외한 전체 범죄 발생 건수는 1,410,440건이다. 이것은 국민 100명당 3명가량이 해당 연도 동안 범죄 피해를 겪은 것을 의미한다. 과연 이 정도의 범죄 발생은 많은 것일까 아니면 적은 것일까? 범죄발생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절대적인 기준은 없으므로 이 값을 평가하려면 여러 가지 비교 작업 등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는 장기적인 추세를 통해 과거와 비교해 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경 교통범죄를 제외한 전체 범죄가 약 60만건 가량 발생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 30년 동안 계속 증가해서 2012년 140만건까지 늘어났다. 증가 속도를 보면 지난 30여년간 연평균 3.1% 증가해 온 셈이다. 2000년 이후 최근 12년을 놓고 보면 증가율이 1.7%로 다소 낮아졌지만 증가추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지속적인 범죄 증가 추세는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볼 때 다소 이례적이다. 주요 선진국들의 경우도 1980년대나 1990년대 정도까지는 범죄가 증가하는 추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 10년 또는 20년 동안에는 범죄 증가가 멈추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그림 참조). 이런 추세에 맞춰 최근 선진국들의 경우 범죄 관련 연구들은 왜 범죄가 감소하고 있는가를 주요 주제로 삼아 분석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선진국과는 달리 범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범죄 발생 현황은 우려스럽다.
간혹 논자에 따라서는 우리나라의 범죄발생이 지난 20년간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범죄통계 상의 추세는 실제 범죄 증가가 아니라 신고율의 증가를 반영할 뿐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실시하는 ‘전국범죄피해조사’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다. 3년, 최근 들어서는 2년에 한 번씩 실시되는 이 조사에서는 범죄피해자들에게 신고 여부를 문의하는데, 신고율이 상승하는 추세는 나타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확보할 수 있는 최선의 정보들이 보여주는 것은 범죄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2000년 이후 일반 특별법범보다 3배 이상 많아진 형법범
그렇다면 어떤 종류의 범죄가 이러한 추세를 주도하고 있을까? 범죄를 형법을 위반한 범죄인 형법범과 그 이외의 범죄를 위반한 특별법범으로 나눠볼 때, 1990년대 중반을 전후로 해서 양자는 매우 상이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전에는 교통범죄를 제외한 특별법범이 범죄발생을 주도했던데 반해, 그 이후에는 형법을 위반한 형법범이 범죄증가를 주도하고 있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최근 12년의 기간만을 놓고 보면, 일반 특별법범 증가율은 0.6%인데 비해 형법범은 3배에 육박하는 1.7%이다. 사건수에 있어서도 형법범은 104만건인데 비해 일반 특별법범은 37만건으로, 전자가 후자의 2.8배 수준이다.
형법범은 형법에 명시돼 있는 40여개의 죄목을 위반한 경우를 지칭하는데, 이 가운데 90%는 사기, 절도, 폭력 등 전통적인 범죄를 위반한 경우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황을 감안한다면 우리나라의 형사정책은 교통범죄를 제외한 특별법범의 증가를 현재와 같이 억지하되, 동시에 형법범 사건의 증가추세를 차단하는데 우선순위를 두는 방향으로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폭력사건들이 감소 양상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살인, 강도, 강간, 방화와 같은 흉악범죄가 높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하고 대응해야 할 부분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대내외적으로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임무이다. 따라서 범죄 발생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평가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업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정부가 국민의 안전 여부에 대해 긍정적인 방향의 답을 내놓을 수 없다면, 왜 그런지 원인을 파악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범죄에 대응하려면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며,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고민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범죄 문제는 당연히 경제학의 연구 대상이다. 향후 보다 많은 실증연구를 통해 범죄 억지를 위한 과학적인 기반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이것이 가능해질 수 있도록 정부가 연구자들에게 보다 많은 범죄 관련 정보를 과감하게 제공할 것을 이 자리를 빌어 요청한다.
* 이 글은 김두얼, 전수민, 「한국의 범죄발생현황분석」, 경제발전연구 (2014, 근간)을 토대로 작성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