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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언니의 수다아이, 꼭 외향적일 필요가 있나요?
남인숙 소설가, 에세이스트 2014년 08월호


많지 않은 나이에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시작했던 저는 늘 서툰 엄마였습니다. 그래도 크게 후회는 없는 것은 늘 한계가 있다는 걸 저 스스로와 아이 모두에게 납득시키려 애썼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가 어릴 때를 되짚어보면 마음에 걸리는 게 한 가지 있습니다. 유달리 내향적인 성격을 타고난 아이를 미숙하게 대했던 저의 태도입니다.

 

딸은 낯선 사람은 물론, 웬만큼 낯이 익은 사람과도 쉽게 친해지지 못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까지도 어색한 어른과의 만남 자리에서는 눈을 감고 아예 자는 척을 할 정도였으니 그저 평범한 아이의 수줍음이라기에는 도를 넘는 부분이 있었지요. 양가 어르신들은 붙임성 없는 아이의 성격에 걱정이 많으셨고 많은 곳을 데리고 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라고 권하셨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자주 사람들을 접해도 아이는 사람들과 친해지는 일에 익숙해지지 않았습니다. 귀엽다며 다가오는 지인들을 무안하게 만드는 아이를 볼 때마다 저는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느끼지 말았어야 할 감정으로 아이를 대했지요. 바로 ‘부끄러움’입니다. 저는 진심으로 딸이 부끄러웠습니다.

 

그간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고, 또 책을 쓰면서 많은 공부를 해 온 저는 이제 딸을 부끄러워했던 과거의 제가 부끄럽습니다. 그건 그저 아이의 성격일 뿐이었는데요. 사람이 타고난 여러 성격들을 인정하면서도 유독 내성적인 성격을 ‘문제’로 인식하는 상황을 많이 보게 됩니다.

 

저는 마트 장난감 코너에서 인형을 사달라고 우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 아이가 스무 살 때까지 엄마에게 떼를 쓸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왜 사교적으로 굴지 못하는 어린 딸의 모습을 보면서는 그게 어른이 되면서 저절로 나아지리라는 예상을 못했던 걸까요? 주변의 모든 어른들이 제 딸의 미래를 걱정했던 걸 보면, 내향성이란 필히 고쳐야 할 성격상의 흠결로 오해되는 게 꽤 일반적인 것 같습니다. 사실, 내성적인 이들이 사람들과 잘 지내지 못하고 일터에서도 무능하며 불필요한 손해를 보며 살게 된다는 염려는 어느 사회에나 존재합니다. 그러나 80퍼센트 이상이 내향적인 성격을 타고난다는 한국 사람들, 적어도 성격 때문에 손해를 보지는 않으며 잘 살고 있지 않나요?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힘을 얻는 내향적 인간들은 차분히 집중해야 하는 일을 잘 해냅니다. 심지어 외향적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영업직에서도 조용한 신뢰로 큰 성공을 이뤄내는 이들이 많습니다. 자아가 잘 성숙한 사람들이라면 자신의 본성을 적당히 거슬러 필요한 만큼 외향적 태도를 보이는 게 대부분이고요.

 

제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내성적이었던 딸은 이제 갓 중학생이 됐지만 벌써 필요한 만큼은 본성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친구들이나 어른들 누구를 대할 때에도 제법 사교적이며 자기 의견을 잘 표현합니다. 내향적 인간답게 남을 고즈넉이 관찰하고 배려하는 모습에서 오히려 어른스러움이 엿보일 때도 있습니다. 아이는 본성을 간직하면서도 그에 맞게 생존하는 법을 터득 중입니다.

 

혹시 아이에게 ‘모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 ‘누구에게나 밝고 힘찬 모습을 보여라.’라면서 본성을 거스른 외향성을 강요하고 계시지는 않나요?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타고난 성격은 유전입니다. 아이가 내향적이라면 그 성격을 물려 준 건 여러분이지요. 애달아하지 말고 그 모습 그대로 믿고 기다려 주자고요. 아이가 자라면서 만들어낼 인품의 힘이 성격을 압도하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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