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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生生 관가엿보기손 놓은 국회, 애타는 복지부
박윤수 매일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2014년 08월호

지난 7월 25일 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기초연금이 지급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에게 현재의 2배 수준(20만원)으로 인상해서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으면서 처음 실체가 드러난 지 20개월 만이다.


사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입장에서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2개월 만에 기초연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별로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전산 구축부터 수급대상자 파악까지 정상적이라면 6개월, 아무리 빨라도 4개월이 필요한 작업을 2개월 만에 ‘뚝딱’ 해치워야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복지부는 지난 3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기초연금 방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기초연금의 7월 지급은 불가능하다고 선언했다. 그랬던 복지부가 기초연금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자마자 7월 지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으니 “그동안 괜히 복지부가 야당을 압박했던 것 아니냐.”는 질타가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기초연금 7월 지급을 위해 급하게 서두르다 사고가 벌어지는 것보다는 9월부터 시작하더라도 제대로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던 기자 역시 이 부분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반대였다. 당시 야당 의원들이 복지부에 “기초연금을 7월부터 지급하지 못한다면 이번에도 국회 통과는 어려울 것”이라고 압박했기 때문이었다. 기초연금법안이 국회에 상정된 지 5개월 넘도록 법안 심사에 협조하지 않았던 야당이 마지막으로 내놓은 카드였다. 아마 6월 4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노인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때부터 복지부 연금정책국 공무원들은 2개월간 ‘벼락치기’에 돌입했다. 연금정책국이 위치한 세종청사 10동 보건복지부 7층 사무실은 주말 밤 자정이 지나도 불이 꺼지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25일 국회에 기초연금법안이 상정됐을 때부터 국회가 정상적인 심의를 했다면 결코 벌어지지 않았을 장면이다. 그런데도 복지부 공무원들은 “어르신들에게 기초연금을 드릴 수 있게 합의해 준 야당에 감사하다.”며 2개월 만에 불가능한 일을 마무리지었다. 기초연금 제도설계부터 국회 통과, 지급까지 모든 과정에서 일했던 또래 사무관은 “( 「기초연금법」에 대해) 여론이나 언론으로부터 수많은 비판을 받으면서도 밤새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어떤 방안이 최선인지 끊임없이 고민했기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기초연금 정부안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기초연금은 박 대통령의 또 다른 복지공약인 ‘맞춤형 급여 개편’에 비하면 양반이다. 지난해 5월 유재중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했던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은 1년 3개월째 계류 중이다. 정부가 목표로 잡았던 올해 4분기 시행은 이미 물 건너갔고 연내 시행도 어려워졌다. 물론 이번에도 국회 때문이다. 복지부는 지난달 24일 맞춤형 급여개편 연내 시행이 불가능해졌다고 선언했다.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 공무원들은 올해 2월부터 의원들을 상대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처리를 읍소했지만 야당은 8월에나 심사하자는 입장이다. 상반기에는 「기초연금법」 때문에 제대로 된 논의조차 못했다고 하더라도 제도 시행 준비에만 6개월이 걸리는 법안을 무작정 미루고 있는 국회는 지나칠 정도로 한가해 보인다.


지난해 기초생활수급자는 140만명이지만 맞춤형 급여 개편을 통해 당장 150만명, 내년 개편이 완료되면 180만명이 월 1만4천원 정도 급여가 증가할 것으로 복지부는 예상하고 있다. 기초연금대상자 450만명에는 못 미치지만 최저생계비로 삶을 지탱하는 이들에게는 절실한 제도다.


매일 4시간을 할애해 세종청사와 국회를 오가면서 의원들에게 제도 개편 필요성을 설명하는 복지부 공무원들은 “이달 국회에서만이라도 법안이 처리된다면 하루빨리 제도를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국민의 복지를 총괄하는 복지부 공무원들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라고 넘겨버릴 수도 있지만 이들의 한마디에 너무나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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