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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평규제개혁이 성공하려면
이승훈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2014년 08월호

관습과 문화가 같은 사람들이라도 서로 생각이 대치하는 사안을 만나면 사회생활은 어려움에 봉착한다. 이 어려움을 타개하고 의견 대립을 조율하기 위해 각 사회는 나름대로 절차를 밟아 법률과 제도를 채택한다. 국가는 법률과 제도, 그리고 각종 부수 규정을 제정하고 사람들은 이에 따를 의무를 진다. 정부가 서로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조율하기 위해 규정의 시행을 강제하는 것을 규제라고 한다. 규제는 관습문화와 더불어 사회생활을 이끄는 틀을 구성한다.


그러므로 규제의 대상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이해가 엇갈리는 사안들이다. 환경규제는 사적 이익을 추구해 환경을 오염하는 사람과 오염된 환경 때문에 피해 보는 사람들 간의 갈등 문제를 다룬다. 안전규제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규제마다 그에 대한 지지자와 불만층이 있기 마련이다.


또 각 규제에는 그 시행을 담당하는 관리가 있다. 규제담당관에게 규제의 시행은 업무의 수행이면서 동시에 권력의 행사이기도 하다. 규제가 사라지면 규제담당관은 일거리와 권력을 모두 잃는다. 이처럼 규제의 세계에서는 이해집단과 공무원 등 여러 관련자들의 이해관계가 깊숙이 얽혀 있다. 이해당사자들은 규제의 채택과 폐기를 다루는 정치과정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리도록 치열한 로비를 벌이기 마련이다. 이 이해관계를 보지 못하고 규제개혁을 추진하면 실패할 위험성이 높다.


규제를 도입할 때의 명분은 예외 없이 공익창달이다. 그리고 규제를 시행해 가다 보면 이 판단이 옳았는지에 대한 자료가 축적되고 이 자료로부터 해당 규제의 타당성을 평가해볼 수 있다. 그러나 규제의 기본 속성상 그 옳고 그름에 대해 만장일치의 평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압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특정 규제의 폐기를 주장함으로써 반대파가 감히 항거할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라면 해당 규제의 폐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찬반이 팽팽하다면 폐기를 반대하는 측의 저항이 드셀 것이다. 자신의 업무와 권력을 지키고 싶은 규제담당관 또한 음으로 양으로 규제가 그대로 유지되도록 도우려 하기 쉽다.


규제의 공익성을 객관적으로 정확히 평가하려면 해당 규제의 특성과 성과를 잘 파악해야 한다. 규제전문가는 검증된 분석틀과 전문적 식견을 갖춘 인력이다. 그리고 규제담당관은 규제업무를 수행하면서 일반인은 얻지 못하는 생생한 현장정보와 감각을 습득하고 있다. 그러므로 규제전문가와 담당공무원이 서로 협력하면 규제의 공익성에 대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평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분석전문가와 규제담당 공무원은 각각 자신의 업무를 확보하려는 사적 유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규제전문가는 부당한 규제를 많이 적발할수록 좋지만 담당 공무원은 자신의 규제는 지키고 싶다. 아무리 최고의 능력을 갖춘 인력이 작성한 분석보고서라 해도 그 내용이 작성자의 사적 이익에 맞도록 왜곡되면 오히려 새로운 문제만 일으킨다. 그러므로 최고의 능력을 갖춘 인력을 동원하되 먼저 이들이 사적 유인에 내둘리지 않을 여건부터 만들어 놓는 것이 좋다.


전문가를 선정할 때에는 이전의 성과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규제 문제를 처리한 뒤의 실제 상황 전개가 사전 분석과 다른 일이 자주 일어나면 이 분석을 담당했던 전문가는 추후의 규제개혁에서 배제해야 한다. 규제담당관에게는 각자 시행했던 규제의 타당성을 평가하고 규제의 유지와 폐기, 또는 개선방향에 대한 건의서를 정기적으로 작성하도록 의무화한다. 그리고 실제 그 규제와 관련된 사건이 터지면 과거 건의서를 검색해 잘못 건의한 공무원에게는 승진 탈락, 강등, 또는 퇴출 등의 징계를 부과하도록 한다. 규제의 정확한 실체에 기초한 개혁이 가능해야 규제개혁은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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