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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특별기고금융현장의 숨은 규제 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
고승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2014년 08월호

- 금융규제 개혁방안 -

 

세계적으로 금융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성장성이 정체되는 등 ‘쇠락’과 ‘재도약’의 갈림길에 직면해 있다. 특히 우리 금융은 규제에 얽매이고 낡은 방식에 안주하면서 비전의 부재, 수익성 한계, 신뢰 문제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정부는 과거 영국, 호주 등 주요 금융선진국들이 금융규제 개혁을 통해 위기를 돌파한 사례에 주목하고, 지난 3월 이후 4개월간 우리 경제와 금융의 새로운 기회와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금융규제 개혁방안을 모색했다.


현장의 목소리에 기반한 ‘금융규제 개혁방안’


정부의 금융규제 개혁방안 모색은 금융현장에서 시작됐다. 12차례 현장방문을 통해 기업·국민 등 금융이용자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들었고, 이들과의 접점에서 직접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공기업 등 22개 관련기관의 규제점검을 통해 약 3,100여건의 규제를 목록화했다. 그 결과 금융현장에 숨어 있거나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들을 많이 확인할 수 있었으며, 금융산업에 대한 진입·영업 규제수준이 높고 금융공기업 등의 서비스제공 기준·방식 등이 공급자 중심이라 이용자가 불편하며 규제를 지키기 위한 절차와 비용이 과도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그간 정부가 규제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음에도 이렇게 현장에서 체감도가 낮은 것은 법령 중심으로 규제를 개선하면서 행정지도와 금융공기업 등의 숨은 규제가 지속됐고 규제개혁이 상시화되지 못한 채 일회성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에 기초해 정부는 금융규제 개혁에 대해 과거와는 다른 접근방법을 취했다.


첫째, 규제를 획일적으로 없애는 것이 아니라 좋은 규제(Better Regulation)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금융시스템 안정, 금융소비자 피해방지, 그리고 개인정보 보호 규제는 유지·강화하되 금융회사의 진입·영업 규제는 폐지·완화하거나 ‘원칙 금지-예외 허용’ 체계를 ‘원칙 허용 -예외 금지’로 전환(Negative化)할 필요가 있다.

 

둘째, 금융을 이용하는 기업과 국민들이 원활히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고 금융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불편과 불합리한 부분은 개선하고자 했다.


셋째,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업권 간 소위 ‘땅따먹기식’ 규제완화가 아닌 금융업의 외연 확장에 중점을 뒀다. 특히 금융회사 해외진출이 활성화되도록 덩어리 규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상시적인 규제개혁 시스템을 구축하고 규제완화에 따를 수 있는 부작용을 차단할 제도적 장치를 병행해 마련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금융의 실물지원 강화하고 기업ㆍ국민의 불편은 해소


정부는 이러한 방향에 따라 현장의 개선요청사항 및 자체발굴과제 1,700여건을 검토해 700여건을 개선하기로 하고 지난 7월 10일 ‘금융규제 개혁방안’을 발표했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첫째, 금융의 실물지원을 대폭 강화해 나가겠다. 정부는 기술력·성장성이 있는 중소·벤처·창업기업에 대해 창업·성장·재기 전 과정에서 금융이 윤활유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제를 정비·선진화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마이스터고 재학생 등 고등학생도 우수한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으면 창업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기술평가시스템을 통해 담보·보증보다는 특허 등 기술과 지식재산 평가를 기반으로 자금이 흐르도록 하겠다. 또한 유망기업의 성장과정에서 자금지원이 축소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한편, 실적이 좋으면 증시에 쉽게 상장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실패한 기업이라도 우수한 기술력이 있으면 재기가 가능하도록 재기보증 지원 대상도 넓힐 예정이다.


둘째, 금융을 이용하는 기업과 국민의 불편을 해소해 나가겠다. 금융공기업 등이 행정정보 공동이용망 등을 통해 직접 수집할 수 있는 자료를 이용자에게 과다·중복 요구하는 관행을 개선해 사회적 비용과 민원 처리시간을 줄이는 한편, 금융공기업 등의 각종 내규에 숨어 있는 ‘아픈’ 규제와 관행을 대폭 개선해 금융이용에 대한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다. 예를 들면 보유하고 있는 주택이 재개발되더라도 주택연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주택가격의 2%에 달하는 보증금을 나눠낼 수 있도록 함으로써 부담을 줄이고자 한다. 또한 전업주부와 외국인이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은행에 대한 고객의 금리인하 요구권도 확대할 계획이다.


셋째, 금융업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 선진화를 추진하겠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업권 간 판매채널의 칸막이를 허물어 복합점포를 통한 금융상품의 원스톱 자문·판매가 가능하도록 하는 한편, 다양한 금융상품이 통합적으로 관리되고 세제혜택도 부여되는 개인자산관리종합계좌(IWA) 도입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금융회사의 해외진출을 촉진해 대한민국의 금융영토를 확장해 나가고자 한다. 국내법이 국내에서는 허용하지 않더라도 해외법이 현지에서 허용하는 업무는 영위할 수 있도록 하고, 금융회사가 해외에 진출해서 제대로 영업할 수 있도록 모회사의 출자한도를 확대하며, 해외진출 절차와 신고부담을 대폭 낮출 방침이다.


넷째, 행정지도 등 숨은 규제를 전면 개혁할 것이다. 지난 4개월간 현장에서 발굴한 불합리한 행정지도는 즉시 개선하고, 행정지도와 구두지도를 통해 근거 없는 규제가 다시 양산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행정지도를 전수조사해 공개하고 법규화하거나 개선·폐지하는 등 체계적으로 정비하는 한편, 불가피하게 행정지도를 하는 경우에도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기한이 지나면 효력을 상실하도록 할 계획이다.


규제심의기구ㆍ규제포털 통해 상시 점검ㆍ공개ㆍ관리할 것


‘금융규제 개혁방안’은 금융규제 개혁이 일회성이 되지 않도록 상시적으로 금융규제를 점검·개선·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금융공기업들에 외부전문가와 이용자가 과반수 참여하는 규제심의기구를 설치·운영하도록 하고 규제포털을 만들어 숨은 규제 목록을 모두 공개하는 등 국민의 규제개선·폐지요구권이 실질적으로 작동되도록 할 계획이다. 특히 매년 9월을 ‘금융규제 정비의 달’로 정해 집중 개선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규제완화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건전성·소비자보호규제는 강화·유지하면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과징금 부과 등 위법행위에 대한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는 한편 공시와 소비자교육 등 시장규율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정부는 이번에 발표한 방안들을 내규·법규 등을 개정해 가급적 조기 시행해 나갈 예정이다. ‘금융규제 개혁방안’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국민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성과들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규제에 대한 생각과 일하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한편, 개혁방안에 담긴 세부과제들을 앞으로 철저히 실천·점검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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