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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生生 관가엿보기‘외로운’ 환경부를 위한 변명
장규석 CBS 보도국 경제부 기자 2014년 09월호

환경부는 ‘외롭다’. 환경부 출입기자로 취재를 하다 보니 장관부터 직원까지 하나같이 호소하는 말이 ‘외롭다’다. 정책을 수행하는 데 우군이 별로 없다. 애초에 환경정책이라는 것이 성격이 그렇다. 뭔가 해보겠다고 하면 딴지부터 걸고 본다는 시각이 강하다 보니 다른 부처에서는 환경부에서 뭐라고 하면 일단 경계태세 돌입이다.


그럴 때마다 환경부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다. “우리가 달나라 환경부냐?” 그들도 엄연한 대한민국의 공복(公僕)이다. 그러니 환경부의 정책도 국가를 위한 것이라는 점은 틀림이 없다.


다만 환경부만이 갖는 특징이 있다. 바로 시간 개념이다. 환경정책은 대부분이 ‘미래’를 본다. 온실가스 감축정책은 가장 짧게 보는 것이 2020년이고, 반달곰 복원은 자연증식까지 50년 후를 내다보고 시작한 사업이다.


미래를 보고 달리는 부처. 그래서 현재 상황이 어려울수록 불협화음은 더 심해진다. 당장 먹고살기 힘드니 지금 고비만 넘기고 다시 얘기하자. 많은 사업 부처와 이해관계자들이 이런 말을 대놓고 한다. ‘달나라 환경부’가 아닌 ‘대한민국 환경부’인 이상, 현실을 외면할 수도 없다. 외로운 환경부는 그래서 고민도 깊다.


최근 들어 환경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가 바로 ‘무연휘발유’다.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환경부는 심각한 대기오염을 막기 위해 휘발유를 납이 빠진 무연휘발유로 바꾸는 정책을 내놓는다. 당시 납을 빼는 공정을 추가해야 하는 정유업계가 비용 부담이 커진다며 반발이 대단했다. 하지만 정책은 추진됐고, 대기오염은 혁신적으로 개선됐다. 그리고 국내 정유업계는 이후 석유정제기술 분야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게 된다. 현재 정유업계의 경쟁력은 세계적 수준이고,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석유류는 주요 수출품으로 변모했다.


최근에 만난 한 환경부 간부는 “수년 전 하이브리드 자동차 관련 규제를 밀어붙였어야 했다.”고 한탄했다. 자동차업계의 반대에 밀리지 않고 추진됐더라면 지금처럼 하이브리드 기술에서 일본에 막무가내로 밀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에서다. 친환경 규제는 당장에는 부담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득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경기부진은 이미 법으로 추진 일정이 정해져 있는 환경정책까지 흔들고 있다. 기업들이 현재의 어려움 때문에 미래를 준비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저탄소차 협력금제도는 부처 간 합의가 도출되지 않아 논의가 지지부진해지고 있다. 내년으로 정해진 시행 시기를 맞출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배출가스 거래제마저도 진통을 겪고 있다.


환경부로서는 당장의 규제를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보고 움직여야 하는 책임이 더욱 무겁게 다가오는 시기다. 당장에 약이 쓰다고 약을 먹지 않고 병을 키우는 어리석은 선택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다 보니 환경부는 더욱 각을 세우는 쪽에 서게 된다.


고립무원의 어려움을 얘기하지만, 사실 환경부가 외로운 길을 꾸준히 걸어올 수 있었던 뒤에는 언제나 커다란 여론의 힘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알고 보면 환경부만큼 국민의 응원을 받는 곳도 드물다. 환경부가 외로울수록 국민의 미래의 삶은 더욱 윤택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환경부는 계속 외로워야 하고 그 ‘외로움’은 응원 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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