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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무세이온 (Mouseion)유라시아 대륙의 양 끝에서 -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최우용 건축가 2014년 09월호

 

 

중심의 알짜에서 밀려난 가장자리의 삶은 결핍으로 힘겨운데, 그 힘겨운 삶은 절치부심하며 다시 불끈거리는 생의 의지로 타오른다. 그 찬란한 생의 의지는 격변과 격동을 엮어내며 가장자리를 중심자리와 도치한다. 영원한 중심은 없으며 영원한 변방도 없다고, 인류의 역사는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는 서로 붙어 거대한 유라시아 대륙을 완성한다. 이 거대한 대륙의 아시아 쪽 끄트머리에 작은 반도 한국이 달려 있고 유럽 쪽 끝단 이베리아반도 모서리에 포르투갈이 붙어 있다. 이 두 가장자리의 역사는 대부분 지난하고 힘겨웠으며 격변과 격동으로 휘청였고 반복되는 부침으로 출렁였다.


에스파냐와 이슬람에 눌려 지내던 포르투갈은 15세기 눈부신 대항해시대의 주체로 부상한다. 포르투갈은 지중해 세계에 갇힌 유럽을 온 세계로 진출시키는 전위에 서며 대제국으로 발돋움한다. 그러나 화무십일홍이런가. 이웃나라들의 발흥과 함께 강성했던 대제국은 쪼그라들기 시작한다. 신세계 식민지들에서 쥐어짜낸 노다지의 부귀영화는 연기처럼 사라지고 포르투갈은 이베리아반도의 가장자리에서 간신히 연명하며 독재 아래서 신음한다.


C그러나 청년 장교들이 주도한 1974년 카네이션 혁명(1974년 4월 25일 발생한 포르투갈의 무혈 쿠데타로, 40년 이상 계속된 살라자르 독재정권에 대한 반발감으로 좌파 청년 장교들이 주도해 발생. 당시 시민들이 카네이션을 던지며 환영했다고 해 ‘카네이션 혁명’ 또는 ‘리스본의 봄’이라 부름.)은 독재를 무너뜨리고 포르투갈을 민중과 민주주의가 중심이 된 근대국가로 완성한다. 대제국의 찬란한 부활은 없었으나, 이제 포르투갈은 격변과 격동의 수세기를 마무리하고 이베리아반도의 모서리에 고요히 놓이게 됐다.

 


근대 즈음, 유럽 변방의 포르투갈은 유럽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여러 혁명적 사건들과 격절의 거리에 놓여 있었다. 포르투갈의 건축 또한 격동하는 유럽 중심의 모더니즘 건축에서 한발 벗어나 있었고 그 전파의 속도는 더디고 또 느렸다. 이 먼 거리와 지연 전파는 오히려 포르투갈만의 모더니즘 건축을 완성시킬 수 있는 바탕이었는데, 그 ‘포르투 학파’ 한가운데에 건축가 알바로 시자(Alvaro Joaquim de Melo Siza Vieira)가 있다. 1992년 프리츠커상(미국의 세계적 호텔체인 하얏트 재단이 건축예술을 통해 인류와 환경에 중요한 공헌을 한 건축가를 표창하기 위해 1979년 제정한 것으로 건축 분야 최고 권위의 상)을, 2002년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알바로 시자는 포르투갈 고유의 서정과 모더니즘의 합리성을 바탕으로 시적 울림으로 공명하는 건축물들을 완성해 왔다.


알바로 시자는 2006년 파주 출판도시에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MIMESIS ART MUSEUM)을 설계했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뮤지엄은 2009년이 돼서야 그 모습을 드러냈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단순한 몇 개의 직선과 곡선으로 이뤄져 있는데, 전체 인상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움푹 파인 사이 공간을 만들어내는 굽이치는 곡선이다. 고양이의 유연한 골격을 연상시키는 뮤지엄의 곡선은 고요하나 요염한 외부 볼륨을 만들어내며, 동시에 시적 울림으로 가득한 내부 공간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긴 세월 알바로 시자와 함께 작업해온 건축가 카스테녜이라는 말한다. “미메시스는 고양이다. 잔뜩 웅크려 있으면서 동시에 열려 있는, 기지개를 켜고 하품하는 고양이. 여기에는 고양이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보면 볼수록 그 면모가 드러난다.” 거장이 수 십년 갈고 닦은 일필휘지의 곡선은 유라시아 대륙 동쪽 끝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1933년 태어난 알바로 시자는 팔순을 넘긴 지금, 아직도 농밀한 창작혼을 불태우고 있다. 모더니즘의 마지막 세례를 받으며 포르투갈의 서정을 함께 체화해 나간 유라시아 대륙 서쪽 끝의 건축가는 이제 세상 중심에 서 있다. 그는 그가 설계한 근작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을 보며, “내 작품 가운데 최고의 작품이야.”라고 말했다. 유라시아 대륙 동쪽 변방 한 곳에는 알바로 시자 그 스스로가 인정한 그의 최고의 작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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