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프랑스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감각적 비주얼의 감성광고로 유명한 항공사다. 유럽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1위 항공사로서의 자신감을 드러내듯 기내서비스, 가격 등 핵심 속성을 다이렉트하게 건드리는 보통의 항공기 광고와 달리 ‘하늘’이라는 본원적이고 정서적 가치에 주목한다. ‘하늘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다(Faire du ciel le plus bel endroit de la terre)’라는 모토로 <이터널 선샤인>, <수면의 과학>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 출신의 미셸 공드리 감독(그림 1),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 포토그래퍼 카밀라 아크란스(그림 2)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들과의 공동작업을 통해 광고를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2011년 선보인 ‘L’Envol(Flight)’라는 제목의 TV광고(그림 3)는 에어프랑스만의 감성이 느껴지는 영상미로 큰 관심을 모았다. 마치 하늘과 맞닿은 듯 투명한 공간에 남녀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제23번 2악장 아다지오 선율에 맞춰 스케이트를 타듯 우아하고 아름다운 춤을 춘다. 비행기를 남자로, 탑승한 승객을 여성의 모습으로 의인화했다는 부연설명 없이도 비행의 유연함과 평화로움이 아름다운 영상에 더해 자연스럽게 어필되고 있다. 하늘인지 땅인지 알 길 없는 천국의 이미지를 형상화하기 위해 특수효과를 쓰는 대신 모로코의 사막 한가운데에 실제로 400m의 초대형 거울 판을 설치하고 그 위에서 춤추는 남녀를 촬영했다고 하니 최고의 영상을 위한 노력을 엿보게 한다. 이 광고는 그해 클리오 국제광고제에서 필름 부문 동상을 수상했다.
올해 에어프랑스는 브랜드 이미지를 리뉴얼하기 위해 ‘트랜스폼 2015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캠페인을 집행했다(그림 4). ‘하늘 위에 프랑스가 있어요(France is in the air)’라는 새로운 슬로건과 함께 유명 패션모델 베티 프랑케, 알리 마이클 등을 캐스팅하며 패션의 나라 프랑스의 이미지를 한껏 살렸다. 화려한 물랑루즈의 낭만, 프레타 포르테-오트 쿠튀르로 통하는 럭셔리 부티크, 미슐랭 셰프가 만든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식사, 로코코적 환상을 부르는 파리지앵의 삶, 몽블랑의 예술가적 자유로움 등을 에어프랑스의 이미지로 연결시키면서 전 세계인들의 가슴 속에 프랑스에 대한 환상을 배가시키며 기존 광고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로 새로움을 더하고 있다.
에어프랑스가 미학적 관점에서 여행에 대한 로망을 자극했다면 일본 JR(Japan Railways) 광고는 감성을 자극하는 카피로 떠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에 바람을 일으킨다. JR은 1987년 일본 국유철도가 민영화됨으로써 발족된 7개 주식회사의 총칭이다. 1980년대 중·후반 일본경제가 상한가를 치고 해외여행이 붐을 이루던 당시, 일본에서 기차여행은 구닥다리 산물이었다. 국내 철도여행은 고루하다는 인식에서 탈피하고자 JR은 기차여행의 낭만과 운치, 일본적 감성에 주목해 노선별로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했다.
특히 ‘그래, 교토 가자’는 1993년 이래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장수 캠페인이다. 일본의 오랜 도읍지인 교토를 케케묵은 도시에서 가장 일본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정취를 살린 도시로 새롭게 포지셔닝해 큰 반향을 이끌어냈다. 실제로 ‘그래, 교토 가자’란 카피는 일본에서 크게 회자되면서 다양한 쇼프로그램과 광고에서 패러디되는 등 현재까지 명카피로 통하고 있다. ‘수첩을 봤더니, 하루 정도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봄 시즌 광고, 단풍이 가장 아름답다는 교토의 가을을 배경으로 ‘회의실에서 계속되는 토론, 데이터를 노려보며 효율계산. 어떠세요? 좋은 아이디어 나왔나요?’라며 스트레스에 찌든 도시인들의 공감에 호소하기도 한다(그림 5). 이처럼 한 문장의 하이쿠(짧은 문장의 일본 전통시 형태) 같은 감성적 카피지만 그 안에 광고의 목적성을 놓치지 않으며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지금 당장 떠나고 싶은 현대인의 인사이트를 자극하고 있다.
이 밖에도 국내 철도여행을 젊은 층으로까지 확장시킨 ‘청춘18티켓’ 광고(그림 6)도 젊은 층을 넘어 다양한 연령대의 지지를 이끌며 일본 국내 철도여행 활성화에 기여했다. 청춘18티켓은 2,300엔으로 하루 동안 JR 보통열차와 쾌속열차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이다. 새로운 도전, 미래에 대한 고민, 자유로운 생각을 하며 성장하는 나이를 18세로 상정하고 기획된 이 광고는 비록 지금은 열여덟이 아닐지라도 그 시절 그 청춘의 마음으로 한번쯤 무작정 떠나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실제로 여행은 떠나보면 고단하다. 하지만 돌아와 며칠이면 또 다시 슬슬 새로운 곳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왜일까? 여행은 꿈을 주기 때문이다. 낯선 곳에서 지금과는 다른 나를 만날 것 같은 설렘과 기대감. 그 꿈을 자양분 삼아 밥벌이의 고단함도, 일상의 스트레스도 이겨내는 힘을 얻는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은 생산적이다. 아름다운 가을이 기다린다. 부푼 꿈을 안고 그대, 여행을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