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ENG
  • 경제배움
  • Economic

    Information

    and Education

    Center

칼럼
生生 관가엿보기불 꺼지지 않는 고용노동부 11동
허연회 헤럴드경제 정치부 차장 2014년 10월호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11동 건물은 밤늦게까지 형광등 불이 꺼지지 않는다. ‘일家양득’ 정책을 주관하는 주무부처고, ‘근로시간단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그들, 고용노동부 공무원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중이 제 머리를 깎지 못한다.’고 했던가?

우리나라 고용정책의 핵심부처에서 우리 근로자들이 좀 더 좋은 근로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을 만드는 고용노동부 공무원들은 정작 그들 스스로의 노동환경은 간과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 2층 구내식당에는 오후 6시 조금 넘는 시간부터 저녁식사 후 남은 일을 더 하려는 공무원들이 줄을 선다. 얼굴에는 피로감이 밀려오고, 식사를 하면서도 동료들끼리 그리 많은 얘기도 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일부 공무원들은 퇴근 후 부리나케 서울행 퇴근버스 주차장으로 달려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국민들을 위해 더 좋은 정책을 만들기 위해 고민한다.

 

최근 고용노동부 고위 공무원과 만나 이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왜 고용노동부 공무원들은 이렇게 늦게까지 야근을 합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안타깝죠. 그래서 조금이라도 일을 덜어주려고 하고, 쉬엄쉬엄 하라고 해도 일이 많은 걸 어떡합니까?”라는 반문이 되돌아왔다.

 

그러나 현재 고용노동부를 출입하는 기자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어떤 데드라인(마감)을 정해 놓고, 그때까지 맞춰야 하는 상명하달식 명령체계와, 아무리 뛰어난 정책이라도 윗사람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일단은 새로 만들어 다시 보고해야 하는 식으로 일 처리를 하는 것이 하루 24시간도 부족하게 만드는 근로 행태를 빚어냈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스템이라면 일家양득이 됐건, 근로시간 단축이 됐건 고용노동부가 추구하는 새로운 생태계의 고용노동 행태를 절대 만들어낼 수 없다. 새로운 고용 행태를 만들어 보겠다고 하는 고용노동부 공무원들이 정작 본인들은 그렇게 하지 못하면서 우리나라를 어떻게 수십 년 동안 쌓아 왔던 일하는 방식과 근로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겠는가.

 

게다가 퇴근 후 버스를 타고 서울까지 1시간 40분을 달려가야 하고, 퇴근버스에서 내려 대중교통을 이용해 적어도 30분은 더 이동해야 한다. 6시 20분에 퇴근버스를 타고 서울에 도착하면 8시다. 다시 30분을 이동해 집에 도착하면 9시 전후다. 대체 무슨 일家양득이고, 무슨 근로시간 단축인가? 대부분이 퇴근을 하지 못하고, 어쩌다 퇴근을 하면 회식을 해야 하고,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동료들과 소주잔이라도 기울여야 한다. 금요일 오후 서울에 올라가면 그동안 보지 못했다고 지인들이 불러낸다.

 

그냥 평소처럼 출근하고, 퇴근하고, 야근하고, 회식하면 우리나라의 가정 폭력적인 노동, 근로 행태를 절대 바꿀 수 없다. 말만 일家양득이지 가정은 뒤로 한 채 일만 남을 뿐이다. 토요일, 일요일은 물론 추석 연휴에도 해야 할 일을 남겨주는 윗분들이 가장 큰 문제다.

 

후배들이 만들어온 정책을 윗분들의 시선으로만 볼 게 아니라 그들, 후배들의 시선으로 봐줘야 한다. 왜 어렵게 시험을 봐 고용노동부에 들어온 젊은 사무관을 20여년 전에 시험 보고 들어온 윗분들의 사고방식으로 재단하려 드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 무턱대고 윗분들의 사고방식과 그동안의 일하는 방식을 강요하고 주장할 게 아니라 생생하고, 좀 더 다양성을 갖고 있는 젊은 방식을 받아들여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윗분들이 바뀌면, 아마 고용노동부에 새로운 바람이 불 것이다.

 

또 하나, 회의를 조금이라도 짧게, 조금이라도 덜 해보자. 한 고용노동부 공무원이 꼭 써달라는 말이다.

보기 과월호 보기
나라경제 인기 콘텐츠 많이 본 자료
확대이미지